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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책방을 마감하며 인사드립니다."
위에 링크한 글은 이음책방 폐점을 앞두고 한상준 대표가 밝힌 담담한 소회의 글이다.
대학로의 이음책방이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정말 슬픈 소식이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몇 군데 남지 않은 인문학 전문서점이었는데...
연극이나 무용 작업 때문에 대학로를 방문할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방문했던 서점.
지금껏 재정난 때문에 수차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지만,
대학로의 여러 배우들과 지인들이 서점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곳.
그런데 이제 한상준 대표도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드셨나 보다.
어쨌든 정말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음책방의 이 슬픈 소식과 더불어 생각이 미치는 것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책방인 소피아 서점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하는 물음인데,
이 50년 넘은 국내유일의 독일 문학/철학 전문서점이 문을 닫게 되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내 자신도 어느덧 소피아 서점을 드나든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매니저인 백환규 선생님이 지금 거의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시니...
특히 90년대 후반부터는 독일의 문학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급감하면서,
소피아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달이었던가, 소피아 서점을 가장 최근에 방문했을 때 백환규 선생이 들려주신 재미있는 이야기.
누군가가 내 제자라고 하면서 소피아 서점을 방문해서 Marx의 Das Kapital 1권을 사갔다는 것이다.
그가 누굴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제자를 둔 적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궁금증이 기원하는 곳은,
어떤 '용의자'를 찾는 의혹의 마음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 대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다.
한 인문학 서점의 폐점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서, 이음책방이 폐점되지 않기를,
그리고, 소피아 서점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늘따라 유독 간절해진다.
ㅡ 襤魂, 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