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eumart/110073715340 

 

"이음책방을 마감하며 인사드립니다."
위에 링크한 글은 이음책방 폐점을 앞두고 한상준 대표가 밝힌 담담한 소회의 글이다.

대학로의 이음책방이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정말 슬픈 소식이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몇 군데 남지 않은 인문학 전문서점이었는데... 
연극이나 무용 작업 때문에 대학로를 방문할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방문했던 서점. 

지금껏 재정난 때문에 수차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지만, 
대학로의 여러 배우들과 지인들이 서점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곳. 

그런데 이제 한상준 대표도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드셨나 보다. 
어쨌든 정말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음책방의 이 슬픈 소식과 더불어 생각이 미치는 것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책방인 소피아 서점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하는 물음인데, 
이 50년 넘은 국내유일의 독일 문학/철학 전문서점이 문을 닫게 되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내 자신도 어느덧 소피아 서점을 드나든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매니저인 백환규 선생님이 지금 거의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시니... 
특히 90년대 후반부터는 독일의 문학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급감하면서,
소피아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달이었던가, 소피아 서점을 가장 최근에 방문했을 때 백환규 선생이 들려주신 재미있는 이야기.
누군가가 내 제자라고 하면서 소피아 서점을 방문해서 Marx의 Das Kapital 1권을 사갔다는 것이다.
그가 누굴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제자를 둔 적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궁금증이 기원하는 곳은,
어떤 '용의자'를 찾는 의혹의 마음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 대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다.

 
한 인문학 서점의 폐점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서, 이음책방이 폐점되지 않기를,
그리고, 소피아 서점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늘따라 유독 간절해진다.



ㅡ 襤魂, 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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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1-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읽는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는 모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서점이 즐비해 있던 시내 중심가의 셔터문들이 거의 내려져 있습니다. 비단 서점뿐만이 아니라 다른 상가들까지 타격을 입었다 할 수도 있겠지요. 구조적인 문제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의견들도 많겠지만, 요즈음은 저 자신의 소비행태를 많이 반성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입니다만. 문화가 숨쉬는 거리를 걷고 싶은데 그 공간들까지 절멸되는 중인거죠... 마음이 많이 쓸쓸해지는 오전입니다.

람혼 2009-11-14 07:24   좋아요 0 | URL
최근 알라디너들 사이에서도 알라딘의 비정규직 문제로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가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텐데요, 알라딘'조차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다른 기업들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온라인 서점들의 장점도 많겠지만, 그에 비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전문 서점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음아트는 단순한 인문학 서점이 아니라 연극, 전시회, 낭독회, 작가와의 대담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게슴츠레 2009-11-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웹서점 이용을 줄이던가 끊고 이음책방에 들락거리려 했는데 이거 정말 안타깝군요. 최근에 기획강좌도 열리길래 어느 정도 운영이 지속되는 줄 알았건만...

람혼 2009-11-14 07:24   좋아요 0 | URL
그 마음 그대로 앞으로도 많이 방문해주시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또 모르잖아요,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다시 서점의 운영이 재개될 수 있을지도요.^^

푸하 2009-11-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이제라도 가야겠군요.

람혼 2009-11-14 07:25   좋아요 0 | URL
네, 지금도 다 함께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선 독문학이 점점 스러져가나 봅니다.편견을 떨치고 읽으면 독일 소설도 좋은 게 많은데...19세기 초에서 20세기 초의 작품들...오스트리아 것도 좋구...

람혼 2009-11-14 20:22   좋아요 0 | URL
어떤 편견이 있는 걸까요? 철저하게 '국민국가/언어'의 기준에서 말하자면, 저는 '독일어' 소설들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훌륭한 소설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쪽입니다만... 노이에자이트님 말씀대로 오스트리아 소설도 좋죠. 오스트리아 작가 중에서 저는 Thomas Bernhard나 Ingeborg Bachmann의 소설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독일 소설 중의 하나는 Daniel Glattauer의 <세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희곡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국내에서 독문학의 '사양(斜陽)'이 일반적인 현상 또는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몇 징후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4 20:40   좋아요 0 | URL
독일소설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그런 편견이죠.저는 좀 옛날 작품을 좋아해요.하우프트만<소아나의 이교도>는 산골짜기의 묘한 야성미가 좋았구요,제가 산골이야기를 좋아해서요.파울 하이제도 좋아해요.역시 산골 이야기가 있지요.좀 더 옛날 것으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중단편도 재밌구요.오스트리아 소설은 역시 중단편 작가들 작품인데,아르투어 슈니츨러,요셉 로트 것이 읽을 만하더라구요.독일 소설이 읽는 재미도 있던데...

제 취향이 좀 구닥다리죠? 새벽 세시...가 요즘 화제던데,희곡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니 관심이 갑니다.

전에 독일 문화원의 어느 독일인이 한국대학에서 독문학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데 대해 한말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외국문화 수용에도 좀 다양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람혼 2009-11-14 22:41   좋아요 0 | URL
저도 클라이스트 좋아합니다.^^ 독일어 소설로는 역시 카프카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겠죠. '구닥다리 취향'으로 말하자면 아마 저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노이에자이트님 말씀대로 외국문화 수용에도 다양성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다양성이 이 '한국적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허용'될 수 있는 건지 때때로 질문해보게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7:04   좋아요 0 | URL
독일어권에는 소설가들이 희곡도 쓰는 전통이 있는데 아직 그런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카프카가 <미하일 콜하스>를 좋아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독일단편선>(을유문화사)의 역자해설에는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장편<늦여름>이 니체의 애독서였다고 나와있는데 혹시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람혼 2009-11-15 17:16   좋아요 0 | URL
니체 스스로가 유고에서 슈티프터의 <늦여름>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습니다.
'괴테적인 것'과 <파우스트>에 대해 쓰고 있는 중간에 잠깐 슈티프터의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해당부분의 원문을 옮겨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ch habe später, um dieses Begriffs 'Goethe' halber, den 'Nachsommer' Adalbert Stifters mit tiefer Gewogenheit in mich aufgenommen: im Grunde das einzige deutsche Buch nach Goethe, das für mich Zauber hat."
ㅡ Nietzsche, Nachgelassene Fragmente, Oktober-November 1888, 24[10].

"나는 나중에, 이러한 '괴테'라는 개념 덕분에, 깊은 호의를 품고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괴테 이후 내가 매력을 느끼는 유일한 책."

국역본의 번역으로는 책세상 출판사에서 나온 <니체 전집> 21권의 549쪽을 참조하실 수 있을 겁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확인하고 싶었는데 원문까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베껴서 독-한사전 찾아가며 자세히 공부하겠습니다.

람혼 2009-11-16 18:39   좋아요 0 | URL
역시 노이에자이트님은 '독한' 자세로 공부에 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사실 제가 정말 본받고 싶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7 17:59   좋아요 0 | URL
모처럼 열심히 사전 찾으면서 공부했습니다.사실 독어는 문장이 길어지면 해석을 잘 못하는데 '깊은 매력(호감)' 등등의 단어를 알게 되어 좋네요.

람혼 2009-11-18 03:19   좋아요 0 | URL
Ich habe die 'Neue Zeit'...
mit tiefer Gewogenheit in mich aufgenommen.^^

노이에자이트 2009-11-18 14:44   좋아요 0 | URL
하하하...아무래도 제가 볼매라서....볼수록 매력! 감사합니다.


람혼 2009-11-19 04:14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은 역시 말 그대로 '볼매'! ^^
'오나전 깜놀'입니다!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11-19 16:09   좋아요 0 | URL
하하하...인터넷 용어의 향연! 즐거워요.

람혼 2009-11-20 00:05   좋아요 0 | URL
저로서는 정말 잘 안 쓰는 용어들이긴 하지만요...^^;

조르바 2009-11-2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 소피아 서점의 위치를 좀 여쭤봐도 될까요?^^

람혼 2009-11-24 17:10   좋아요 0 | URL
조르바님, 처음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 같은데요, 반갑습니다.^^

소피아 서점은 예전에는 충무로에 있었는데요, 지금은 충정로로 이사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인데, 최근에는 독문학 전공자들조차도 잘 모르는 곳이 되어서, 나이가 어린 저로서도 외람되나마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입에 담게 됩니다.

위치는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충정로역 8번 출구(5호선 개찰구에서 가깝습니다)로 나가셔서, 서대문 방면으로 대략 200 미터 정도 걷다 보면 왼편에 골든타워 빌딩이 있습니다.
소피아 서점은 그곳 13층에 위치해 있고요, 전화번호는 02-362-2036입니다.
먼저 전화를 거시면, 매니저 백환규 선생님이 멋진 목소리로 맞이해주실 겁니다.^^

조르바님과 좋은 책과의 만남을 기원합니다.^^

조르바 2009-11-2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합니다~! 근간 꼭 찾아가 보겠습니다.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네티즌이 아니라서, 이렇게 댓글을 다는 것도 참으로 오래만의 일입니다만,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람혼님의 글을 끽독하는 독자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람혼 2009-11-27 10:27   좋아요 0 | URL
네, 꼭 찾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두루 '끽독'해주신다니,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응원해주심에 큰 힘을 얻습니다. 자주 뵐게요~!

강아지풀 2009-12-3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자면 이것은 '어처구니'없은 일이다.

람혼 2009-12-31 15:05   좋아요 0 | URL
어이쿠, 누구신가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행히 이음아트는 폐점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한상준 사장님은 서점 운영에서 물러나시는 게 좀 아쉽지만, 이음아트는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제 이음아트 다녀왔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거나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괜히 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2010-01-16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