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최근에 작곡한 작업은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위한 무대음악이다.

작품이 가진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비감(悲感)'의 강도에 호응하기 위해서나, 또는 연극 작업에 으레 따르게 되는 여러 '실무적'인 문제들을 헤쳐가기 위해서나, 내게는 무척이나 지난한 작업 과정이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내 스스로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왔다.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 그 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배우들의 호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기쁘다. 

연출가 임영웅 선생과 함께 하는 작품은 이번으로 세 번째이다. 유진 오닐의 이 희곡은 책으로만 몇 번 읽어봤을 뿐 실제 관극의 경험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 작업을 계기로 개인적으로도 이 연극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된 느낌이다. 

얼마 전 명동예술극장이 새로 개관하고 나서 그곳에서 한 번 작업하고픈 욕망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와서 또한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극장의 시스템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레퍼토리 선정에 있어서 너무 '고전'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과 지적이 있는데, 이러한 '편중'은 향후 명동에 터를 둔 이 극장의 연혁이 다시금 새롭게 쌓여감에 따라 다양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기대해본다. <밤으로의 긴 여로> 이후에도 스즈키 타다시 연출의 <시라노 드 벨쥬락>(10월)과 필립 켄 연출의 <세르쥬의 효과>(11월)가 현재 상연이 예정되어 있는 기대작들이다.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명동예술극장에서 9월 18일(금)부터 10월 11일(일)까지 상연된다.
(화, 목, 금: 7시 30분 / 수, 토, 일: 3시 / 월요일과 10월 2~3일 공연 없음)
손숙, 김명수, 최광일, 김석훈, 서은경이 출연하여
15분의 휴식시간을 포함, 3시간 동안 공연한다. 

하여 관극(觀劇)과 일람(一覽)을 권해본다.

 

ㅡ 襤魂,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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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으로의 긴 여로, 명동 예술 극장에서...
    from 사실無근 2009-09-23 16:41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선호하는 연극 연출가는 단연 임영웅 선생님이다. 김석훈이 에드먼드의 역을 맡는다는 사실도 끌렸었다. 손숙 아주머니를 수 차례 무대에서 접하면서 사람들이 그녀의 식상한 연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거부감이 많았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나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 손숙은 식상한게 아니라 꾸준한 것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만큼 '메어리'역에 잘 어울릴 여자가 그 누구일까 스스로에게
  2. 밤으로의 긴 여로에 대한 뒷이야기들
    from 마지막 키스 2009-09-28 22:09 
    이 연극의 포스터는 묘하게 내 마음을 끌었다. 아직 연극을 한번도 본 적이 없던 터라 이 작품으로 시작해보자 싶어서 예매를 해두고 부랴부랴 책을 구입했다. 처음 만나는 연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살짝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두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극을 보기 바로 전까지 나는 4막으로 구성된 이 책을 3막까지 읽었다. 그리고 연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설마 이 책 대로 연극이 진행되는 건 아니겠지
 
 
무해한모리군 2009-09-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 작업으로 많이 바쁘셨군요. 명동예술극장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들러봐야겠습니다. (저는 10/4일로 예매를 했답니다. 음악을 유심히 들어보아야겠네요.) 환절기이니 건강조심하세요.

람혼 2009-09-24 23:24   좋아요 0 | URL
예매하셨군요.^^ 즐거운 관극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저도 이번이 첫 작업인데요, 극장 시스템이 만족스럽고 또 스탭들이 친절하고 부지런하게 작업해주셔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장에서도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음악을 유심히 들으시겠다는 말씀에 설레고 떨립니다...^^;).

다락방 2009-09-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매했습니다.(사실 연극은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요.)

음, 관람전에 책을 볼까 싶어서 지금 구매할까 하는데 도무지 그 전에 읽을수는 없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어요. 연극 먼저 보면 책을 안읽게 될 것 같아서 말이죠.

람혼 2009-09-24 23:18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도! ^^ 다락방님은 연극도 많이 보러 다니실 것 같은데 첫 관극이라니 의외인데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관극 전에는 가능하면 꼭 희곡을 챙겨보는 편인데요, 위베르스펠드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래도 희곡이라는 텍스트가 그 자체로 '구멍난 텍스트'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 제게는 그 '구멍'과 '간극'의 현실태를 확인하고 메워가는 경험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연극이 너무 좋아서 희곡을 찾아 읽게 된 경우도 몇몇 있었던 것 같고요.

다락방 2009-09-25 08:36   좋아요 0 | URL
책도 구매했어요. 당장 내일 연극을 보러 가는데 책을 그 안에 읽어낼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책을 우선 읽고, 그리고 연극을 보고 싶은데 말이죠.

람혼 2009-09-26 16:48   좋아요 0 | URL
오늘 보신다고 하셨으니, 지금 한창 연극을 보고 계실 시간이겠네요.^^
책도 흥미롭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마늘빵 2009-09-2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바쁘시군요. ^^

람혼 2009-09-24 23:22   좋아요 0 | URL
네, 무지막지하게 달리고 있죠...ㅠㅠ
아프락사스님은 잘 지내시나요? ^^

드팀전 2009-09-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오닐의 희곡만 보고 극으로는 저 역시 보지 못했는데..^^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꽤 나오는군요.

람혼 2009-09-24 23:23   좋아요 0 | URL
확실히 독서와 관극 사이의 차이는 상당한 것 같습니다. 유진 오닐을 책으로 읽었을 때에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는데, 저도 이번에는 연습 과정 중 몇 번이나 눈가가 촉촉해지고 찡해지더군요. 물론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겠지만, 어떤 면에서 연극은 그 자체로 참 '마약'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