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본의 노래
게리 폴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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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시본이 단순히 이야기만을 들려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위해서 지도를 만들어 주고,

앞으로 나아가고,

알고 배울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나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다.(125)

 

이런 것을 '기능론'에서는 '사회화'라고 한다.

가장 큰 사회화는 어른을 동일시하는 데서 생긴다.

그러니, 아이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어른의 사회가 폭력적이지 않으면, 아이들은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숲, 삶, 날씨, 음식, 영혼 - 살아가면서 이 모든 것이 다시 너에게 돌아오게 돼.

들어오고 나가고,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칼날로 물을 가르듯이, 화덕연기처럼.

그 자리에 있었음을 드러내는 흔적도, 주름도 없다.

남아서 버리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없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네가 거기에 있지만, 거기에 없는 거야.

우리가 여기에 있는 까닭은, 무슨 까닭일까?

거기에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고.(103)

 

고뇌는 욕심에서 나온다.

모든 번뇌의 핵심에는 내가, 인간이, 우리가 너보다, 동물이나 자연보다 더 고귀하다는 판단이 들어있다.

 

거미가 나보다 더 나은 사냥꾼이에요.

나은 게 아니야. 같아. 너랑 같고, 나랑 같고.

거미가요. 벌레가, 우리랑 같아요.

모든 게 그렇지. 뭐든 필요한 건 똑같아. 먹이, 공기, 집 같은 곳. 우리처럼(130)

 

시간이 흐르면서, 실체는 사라졌지.

그림자만 남았지.

그런 것들이 네 머릿속을 채우고 네가 보는 것들을 이해하고 알고 생각하게 해 줄거야.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너만의 특별한 도구를 갖추는 것하고 비슷하지.

어디를 가든 늘 지니고 다니는 것.

그림자 기억이 거기에 들어 앉아 쓰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133)

 

그림자 기억...

이건 교육이고, 훈련의 결과다.

추상이 생기고, 사고가 생긴다.

 

이 책을 읽었더라도, 이야기들은 다 스믈스믈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처럼 빠져버린다.

그렇지만, 피시본이라는 이름과 함께

훈훈한 기억이 남을 것이다.

그림자 기억이...

 

두런거리는 달빛에 담긴

은은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만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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