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현실문화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지구 한 모퉁이에...

한 군인과 여고생이 교문 앞에서 작별을 나눈다. 그러나 곧 그들은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여고생과, 다시 원대복귀하기 싫은 군인.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몰라.

꼭 그들만이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존재들일까?

제복을 입고 닫힌 사회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유롭지 못한 판박이 같은 일상 속에서 신세 한탄하기 쉽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런 신세 한탄도 알고 보면 배부른 소리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 종에 속하면서도 학생이나 군인처럼 밥주고 재미있는 시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보장된 현재>조차 없는 이들이 세상엔 참이나 많다.

그러나 인권위에서 펴낸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장된 현재가 비록 없을지라도, 그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임을 느끼게 된다. 

엄마는 떠나가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막연하지만 <미래의 희망>은 있고,
만리 타향으로 돈에 팔려 시집와 사는 동남아 여성들에게도 웃을 일들이 있고,
에미그레이션은 가능하지만 이미그레이션은 불가능한 한국땅에서 불법체류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루는 있다.

시골의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도 간혹 운동회가 열리고,
촌로들의 가스랑거리는 기침 섞인 숨소리에도 두런거리는 대화가 달린다.
사십대에 정년을 준비하고, 오십대엔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의 사회, 그 일용직의 사회를 보노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정규직이 정규적으로 생산되는 땅. 한국.

검고 흰 빛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사진들 속에서, 오히려 도드러져 보이는 슬픔이나 절망, 좌절이란 감정들을 이겨내는 힘은 바로 그들이 인간이란 존재이기 때문에 우러나는 것이다.

보장된 것 하나 없는 듯 해도,
내가 지구 한 모퉁이, 여기 왜 있는지 몰라도...

그 곳에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답고,
어디 핀들 우리는 꽃이 되는... 인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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