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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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금시조'에 이런 구절이 있다.

 

藝는 道의 香이며

法은 道의 옷이다.

道가 없으면 藝도 法도 없다.

 

서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예는 향기고

서법은 격식의 옷이다.

도가 없이 예나 법을 운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런 의미일까?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이다.(6)

 

옛 사람들 참 대구 좋아한다.

옛 그림과 음악의 흥을 이야기하려니 대구가 튀어오르나보다.

 

거문고를 배우는 것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사기, 공자세가)

 

이문열의 법이나 예가 격식이나 기예라면, 배우고자 하는 것은 도라는 이야기겠다.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빈 것에서 발생해 자연에서 일궈진 소리...

악기는 소리를 내는 도구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 악기의 연주에서

우리는 음악의 근본을 찾는다.

이것이 무현금의 의미다.(21)

 

좋은 친구는 아무 말이 없이도

서로 따로 폰을 보고 있어도,

그냥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친구다.

아름다운 소리도 좋지만,

음악은 그 무음도 즐겁다.

 

그림을 읽어주는 솜씨도 즐겁고,

이야기가 끝도 없이 퍼지는 질펀함도 흥겹다.

 

처마 끝의 빗소리는 번뇌를 끊어주고,

산자락의 폭포 소리는 속기를 씻어준다.(47)

 

은일사의 경지까지야 이르지 못할지라도,

매화 핀다고 유원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시속 사람들의 작태는 피할 노릇이다.

 

아취는 비근해서 익숙하고 습관적이어서 통속화된 것을 벗어나

늘 반성하듯 돌아보고 절도 있게 행동하는 가운데

고아한 정취와 은근한 멋이 우러나오는 삶의 태도입니다.(197)

 

은일함과 우아한 모임에서 느끼는 <풍류>

이 세가지가 이 책의 주제다. 은일, 아집, 풍류...

 

모여서 논하면서 반성하고

세상을 돌아보는 멋,

비록 양반들만의 그것이지만 멋진 일이다.

 

조선은 상놈을 무시하고,

그깟 양반놈들의 나라로 망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은일자들의 쓴맛 가득한 비판의 질정으로 그득하지만,

그것을 통해 현대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까지 손철주가 제시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지 싶어 아주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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