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노와이 희망의 교육 5부작 5
조벽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교수법의 권위자, 미시간 공대 최우수 교수... 이런 것이 조벽 교수를 피알하는 표지의 선전 문구들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이런 것을 연구하는 분야가 교육 공학이다.
20세기 말부터 한국의 교육학을 휩쓸고 있는 '변화'에 대한 준비는, 지나치게 '컴퓨터와 영어'라는 도구적 측면에 중시된 듯하다. 영어로 수업이 되는 교수, 프레젠테이션이 능수능란한 교수...

이 책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법과 고민을 담은 책이다. 신규 교수나 강사들이 읽을 법하지만, 워낙 중등교사들이 읽을 교수법도 드물기 때문에 눈여겨 봐둘 점이 많다.

학기 단위로 진행되든 연간 계획으로 진행되든, 교육에는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거나 학생의 창의성을 계발하는 3A(anytime, anywhere, anyone)식 학습 전략 등은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이 책은 수업 전 준비, 학기초, 중, 말의 순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우선 수업 전, 자기의 교육 철학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 놓치기 쉽다.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줄 것인가! 그리고 유능한 교사의 조건(학생들을 위한 배려, 지식, 흥미 유발, 학생에게 충분한 시간 할애, 토론 장려, 명확한 설명, 열의, 준비)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결국 수업은 전문적 지식과 유창한 강의기술과 열의를 가진 마음 자세의 삼위 일체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기초 강의 기법도 차근차근 다루고 있는데, 수업중 교수는 지식권위, 직책권위, 권력권위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가면 갈수록 지식 권위의 네트워크성(지식을 판단, 통합, 전달하는)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간혹 교생의 수업을 관찰하다 보면, 수업중 주의력이 산만한 학생도 전 시간을 모두 산만한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주의력은 보다 더 관심을 끄는 대상에게 저절로 가게 되어 있으며, 옮겨 다니는 주의력은 생리적 행위임을 안다면, 주의력을 끌려는 노력을 더 기울이게 된다.
한 시간의 강의에 집중하는 비율도 첫 15분에 75%정도 기억하고, 점차 떨어지다가 마지막 15분에는 20%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잔소리로 수업을 시작하지 말 지어다!

지식사회에서 주의력은 '자원'으로까지 인식된다.
주의력은 한정되어 있으며,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생산성을 높이려면 <주의력을 주 업무에> 모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강의 기술이겠다.

학생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100명의 학생 중,
26명은 불안감이 높은 학생(불안 초조형)이고,
20명은 입다물고 아무 말도 않으며(침묵형),
12명을 딴 짓을 하고(독립형)
11명은 호의적이고(친절형)
10명은 시키는대로 하고(순종형)
9명은 영웅심리를 보이며(영웅형)
9명은 늘 뭔가 불평거리를 비판하고(불평형)
4명은 동기 유발이 전혀 되지 않는다.(동기 부족형)

이렇단 것을 알고 나면, 수업에서 너무 상처받을 필요는 없을 듯 하오.
그리고 강의 기억에 남는 비율을 생각해 본다며 다양한 수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읽기 10%, 듣기 26%, 보기 30%, 보기와 듣기 50%, 보기와 말하기70%, 말하기와 행동하기 90%라니 학생들이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도록 추동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란 소리다.

수업 중에도 질문하고 반드시 대답을 요구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도 재미있다.
기다린다... 나올 때까지... 나는 반드시 답을 받는 교수임을 주지시킨다.
안 나오면 다시 세분하여 질문한다.
그리고 말의 물꼬를 틔워준다.(특히 옆사람과 1,2분 의논하게한 후 질문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학과 공부란 논리, 수리, 언어 능력 측정에 불과하지만 실제 인간의 능력은 공간, 음악, 운동, 내적 통찰력, 대인 관계 등 다중적 인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도 획일적 불변적 강의에서 가변적 쌍방향 소통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스 커스터 마이제이션이란 기법도 괜찮겠다. 매 강의마다 몇 명의 학생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것.

인간의 욕구는 생존, 안전, 인정받기, 자기 존중감, 자아 실현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엔 생존위주의 3D 직종에도 지원자가 많았다. 그러나 배부른 세대로 변화하면서 '자기 존중감, 자아 실현'이 중요한 동기 유발원이 되고 있다는 변화도 읽어 내야 한다.

문제학생을 다루는 법이나, 규칙은 엄하지만 대인 관계는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생활 지도 측면도 전통적 교육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책에서 평가를 다루면서 오픈 북에서 더 발전하여 미리 페이퍼를 준비시킨 후 답안을 작성시키는 것은 학습의 밀도를 높이는 좋은 수행평가 방안의 하나인 듯 하다.

그의 책은 다분히 도식적이고 딱딱한 측면이 많다. 별로 재미도 없다.
그렇지만, 가르치는 일은 꾸준한 자기 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고인 물처럼 썩기 쉽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교사의 덕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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