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2
이진이 글 그림 / 샘터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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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다섯 살 때, 부산으로 처음 이사를 와서...
충청도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부산 아이들은 엄청 큰 소리로 웃으면서(부산 사람들은 정말 목소리가 크다.) '서울내기'라고 놀려 댔다.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놀려대는 소리를 듣고 난 집밖에 별로 나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누나랑 인형 놀이를 하든지, 만화방에 앉아서(우리집 부엌이 만화방이었다.) 만화 그림을 보았던 것 같고.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도, '네'하고 대답할 자신이 없는 꼬맹이였다.
생활기록부에는 늘 지나치게 말이 없다는 둥,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지만,
내가 환경이 바뀐 데 적응하지 못한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소심한 건 줄 알았겠지.

초등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나와 같은 동네 사셨는데, 나를 귀여워해 주셨던 것 같다. 어느 날 교과서를 읽는데, 내가 손을 번쩍 들었더니 나더러 읽히셨는데, 나의 기억에 내 목소리를 그렇게 크게 들은 첫 기억인 듯 하다. 그 이후로 나는 책읽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남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그것이 공동체 사회가 중시된 농경 문화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목민족처럼 혼자서도 잘 생활하고,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해 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한국에서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은 무지무지 불편함을 의미한다.
외모의 다름이나 장애를 가진 것, 학력이 평균 이하거나, 이주 노동자처럼 신분이 불안할 경우, 엄청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이 만화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나와 다르지만 그 사람의 삶도 하나의 <우주>란 것을 인정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일기란 형식을 통해 자신의 껍질을 깨고있는 하루의 모습은 아름답다.
교훈적으로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는 일기체가 미치는 효과는,
대인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절반 이상인 한국 사회에서 잔잔한 파문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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