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학교 우리문고 9
조반니 모스카 지음, 김효정 옮김 / 우리교육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칸소네를 듣다 보면, 유난히 리코르디...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추억이란 말이다.

한국처럼 학교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나라도 드물다.
개발의 시기, 가난을 벗어나는 길로 학교는 '상아탑'이었고, '우골탑'이었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교복을 입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추억의 상업화는 자주 볼 수 있다.

힘겨운 부분은 다 잊혀지고, 아스라히 아름다운 기억만 남는 것이 추억이라던가...
교사와 선배의 폭력, 입시 지옥과 수시로 치르는 시험, 공부의 압박...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추억이 가득한 것은,
그만큼 학창 시절 교복 안에서 만들어진 학교의 추억은 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씁쓸하게도, 달콤하고 행복했던 추억은 별로 없었지만...

새파란 새내기 교사가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새내기 교사의 머리 꼭지에 올라 앉으려 한다.
교사에게 새총을 들이대면서...
그 때, 파리가 한 마리 등장. 대장 꼬마의 빨간 고무줄은 파리를 놓친다.
새내기 교사는 파리를 맞추고 대장 꼬마를 굴복시킨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책 구석구석 가득하다.
그 아이들을 이해할 줄 아는 교사들도 책에는 많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하여도,
학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이유는,
그 안에는 어떤 사회보다도 아름다운 아이들과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 학부모에게 촌지를 요구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교사가 나온다.
며칠 전엔 방학 중,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교사가 구속되었고,
요즘 뉴스엔 운동부 여학생들을 성폭행한 교사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뉴스에 난다고 학교가 정말 어두운 곳일까?
학교 폭력에 시달리거나, 아이들이 죽어간다고 뉴스에 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분필냄새 나는 교실을 달리며 추억을 만든다.

아이들에겐 장난감이 불규칙동사 활용표보다 중요하고,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창문 너머 봄이 온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어른보다 먼저 새싹을 볼 줄 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눈이 낮아서,
더 낮은 것들을 어루만질 줄 알고,
어른들처럼 무릎을 굽히지 않아도,
충분히 쉽게 낮아질 줄 안다.
아니, 낮아지지 않고도 같아질 줄 아는 하심을 가졌다.

아아, 이 책을 읽으면서 혜연이가 자꾸 생각난다.
혜연이는 올해 교원대를 졸업했지만, 임용고사에서 떨어져서 재수중이다.
교생 실습을 다녀오고 나면 교사가 되고 싶은 열병을 한번쯤은 심하게 앓지 않는가.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겨 주어야,
아이들도 두고두고 아로새길 추억을 한번쯤 만들 수 있지 않겠나... 하면서.
어젠 혜연이랑 통화를 했다. 공부는 하지만, 아직 9개월이나 남은 시험이 불똥튀기지 않을 밖에...

내 어리석었고 게을렀던, 그렇지만 내 18년 교원생활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신규> 시절이 계속 떠오르고, 그때 가르쳤던 아름다운 아이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교사에게 <학교의 추억>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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