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S 다큐프라임 죽음 - 국내 최초, 죽음을 실험하다!
EBS <데스> 제작팀 지음 / 책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웰빙이 모든 사고의 중심에 놓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삶의 질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유기농 등의 웰빙은 사업으로 변신중이다.
바야흐로 삶의 가운데 '웰다잉'이 놓여야 하지 않나 싶다.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웰다잉'이라 할 수 있습니다.(228)
웰빙이야말로 웰다잉이라는 쉬운 말이 깊이 울린다.
죽더라도
죽으면서 죽는 것이 아닌
살면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239)
죽음의 선고를 받으면서,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삶의 빛을 잃고 죽어간다.
그것이 죽으면서 죽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앞에 두고라도,
육신의 고통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의 고통은 조절하며 죽어갈 수 있다.
그것이 살면서 죽는 것이고, 웰다잉이라 하겠다.
말은 논리적으로 쉬우나...
죽음 앞에서 인간은 약해진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카프카)
인간은 유한하다.
소월이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고, 진다'고 했듯,
가을이 지나면 또 꽃이 피는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며, 또 봄이 온다.
끝에 강조점을 두면 답답하고 갑갑하지만,
짧을수록 그 과정에 다양한 색채를 부여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고은, 문의 마을에 가서)
요즘 '~전해라' 노래가 흔히 들린다.
어딜 가나 휴게소 노래는 이 노래다.
왜 백세가 되어도 저승이 가기 싫다고 전하라 하는지,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굳이 위안하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세태가 역겹다.
죽음은 인간이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범주다.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도, 거부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이해할 수 없으니, 이해할 수 있는 삶의 결을 쓸어가면서 잘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