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겹다 - 그러기에 아직 늦지 않았어, 마야 로드 에세이
마야 (Maya) 지음 / 뮤토뮤지크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폭발적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 마야.

그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의 노래라면 '진달래 꽃' 하나 기억나지만,

그래서 우리 대학 시절 대학로 가면 가장 많이 불리던 '진달래 꽃 피었네~'보다 더 유명한 노래지만...

아니, 그 노래의 리바이벌이지만,

그이 삶 역시 '힘 力'겨웠던 것이었나보다.

 

다부져 보이는 인상과 걸맞게

680cc 바이크를 끌고

그는 강화도로 해서 태안, 목포를 거쳐 제주도를 찍고, 순천, 창녕 울주 돌아 강릉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떠난다.

300kg이나 된다는 바이크를 끌고 빗속을 달리는 마야.

멋지다.

 

그러나.... 이 책은 좀 막무가내다.

사진에 대한 설명 한 장 없고,

사진 역시 마야가 찍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스캔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그리고 마야가 그토록 찾아 다니던 '람사르' 늪들의 사진은 어디에도 없다.

마야의 삶과 여정으로 엮인 글에 비겨서

어울리는 사진들도 있지만, 맥락에 닿지 않는 사진들도 많다.

그 사진들을 위하여 이렇게 두꺼운 종이를 쓰는 것은,

나무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앞 차의 트렁크에는 나무 한 그루가 불쑥 튀어나와 있다.

비닐에 칭칭 감겨있는 나뭇잎들이 얼마나 갑갑해 보이는지 지금의 내 모습같다.

내 나이 서른넷.

진공 상태다.(#1, 특이하게 페이지를 넣지 않았다)

 

서른 넷.

나는 그때 어떻게 살고 있었던가.

기록도 기억도 제대로 남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 역시 진공 상태였던 것 같다.

그나마 아이가 없어 바이크를 타고 훌쩍 떠난 그는 용감하다.

 

집착함으로써 시야는 좁아지고

버림으로써 넓은 세상을 갖게 되는 이 순간 또 하나의 가르침으로 나에게 다가온다.(#41)

 

노래를 통해 누구나 알 정도로 스타가 된 다음,

만들어진 가수로서 갈 길을 찾지 못한 마야.

그가 애써 찾아가는 국악과 인도 음악 등의 막막한 앞길은

분명 먼지 팍팍한 오프로드일 게 뻔하다.

 

흔히 재벌가 회장의 아들이거나,

운이 좋아 스타가 되어버리고 나면, 아무 고민 없을 거라고 상상하기 쉽다.

뭐, 로또라도 되어버린다면... 하고.

그렇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개에 올라보면, 더 높은 비탈길이 저멀리 버티고 있는 것이 삶이다.

 

연주 타법의 손 모양을 개발하고,

독창적인 장단과 가락이 창작 음악에 쓰일 수 있게 새로운 연주 방식을 만들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연주자의 모습이 아니라

진리나 종교적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다시 시작하려는 나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도 아주 격렬히 응원해 주셨는데...(#50)

 

그래. 무슨 일이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구도자이다.

 

삶에서 묻어나는 진한 향기를 적으면 문학이 되고,

그 고단함을 찍으면 '인생'이 된다.

 

남의 인생은 편하고 쉬워 보이는 법인가보다.

자기 삶은 비루하고 고단해 보이고 말이다.

 

훌쩍, 바이크를 몰고 떠나는 일이 쉬워보이지만

제 몸무게의 대여섯 배 되는 기계를 안고 다니는 일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의 노래가

우주를 쩌렁쩌렁 울릴 감성을 얻기를 기대한다.

 

 

고칠 곳...

#7. 고바우(고개)라는 말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こうばい → 오르막, 비탈, 고바이는 일본말이다.울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