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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지난 여름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달팽이님이 자기 서재 홍보를 해 주셨다고 했는데...
이 책은 마찬가지 작가인 야마오 산세이의 작품이다. 이번엔 이 책의 출판사가 <달팽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달팽이님은 야마오 산세이의 왕팬이어서 서재 제목도, 필명도 모두 그런걸까... 재미있단 생각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야마오 산세이 씨의 글인데, 정말 행복이 극에 달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쓸 때 그는 위암 말기여서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 끝에 나온 결론이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가 훨씬 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숲길을 걷다가 사람의 길을 벗어나서 사슴이 다니는 길로 접어들어 보는 저자는, 사슴처럼 납죽 엎드려서 낙엽과 흙의 냄새를 맡는다. 가끔 흙을 밟고 싶어서 학교 운동장엘 나가 보면, 오리 궁둥이를 흔드는 아주머니들의 다람쥐 쳇바퀴 돌기가 한창인데... 그 흙은 딱딱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흙 냄새는 자연의 냄새를 담은 최고의 물질이다. 작은 화분에서 풍기는 흙냄새도 얼마나 우리를 풍부하게 하는지...
그는 바위에서 지구의 역사를 읽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20세기가 진보의 시대였는데 21세기는 순환의 시대라는 그의 의견에서 진보는 조금 맞지 않은 용어같다. 그의 의도대로라면 개발이 맞지 않을까?
어머니로 상징되는 대지, 가이아를 흙에서 느끼고 바위에서 느끼고 숲과 하늘과 시냇물 소리에서 느끼는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해 진다. 내일은 조용한 숲 속이라도 찾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