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광수생각 - 개정판
박광수 지음 / 홍익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쁜 행동은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해를 끼치는 일은 나쁜 행동이다.

그러나... 나쁜 생각은 없다.

생각은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

그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은 그럴 수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생각은 나쁘지 않다.

그저 욕망을... 좀 속된 언어나 드러내기 민망한 용어를 섞어서... 표현할 따름이다.

 

'하고 싶다'거나, '좆같다'는 말은 점잖지 않다.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쓰는 현대 서울말>인데,

'하고 싶다~'나 '좆까'는 교양있어 보이지 않는 말이다.

그렇지만, 점잖지 않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박광수는 세상에 아주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무진장 애쓰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머릿속은 여느 사람들과 비슷한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다만, 그것을 젠체하고 감추지 않고, 여과없이 드러낼 따름이다.

 

내 '자지'는 여러 사람과 비교해 본 결과 표준사이즈보다 약간 더 크다.

마누라 왈, 자기는 자지라고 쓰기에는 여러모로 안 어울리니 '고추'라고 표기하지?라는 말은

나로하여금 '자지'라는 표기를 더 고수하게 만들었다. 아, 늙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슬픈 것.(191)

 

페니스나 바기나...라고 쓰면 좀 덜 민망하려나?

자지나 보지라는 일반명사는 좀 민망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 중 가장 강한 것이 성욕일진대,

그리고 요즘엔 초딩들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판다는 세상인데,

이런 책에 '나쁜 생각'이라고 붙이는 것은 지나치게 도덕적인 체...하는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같아 씁쓸하다.

 

삼청교육대 핵심 멤버라고 욕하니, 자기는 별것아닌 넘이라 괜찮다는 생각은 나쁜 생각일까?

돈만 있으면 여자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나쁜 생각일까?

아마도 잘못된 생각에 가까울 것 같다.

나쁜 생각은 누구나 하게 되지 않는가?

폭력을 써서 강자를 제압하고 싶은 것도,

뉴스에서 세상 참 더럽게 돌아가면, 확 청와대를 폭파시키고 싶은 것도,

아주 야릇한 포즈의 배우 사진을 보면 흥분하는 것도,

누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 생각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남이 그어준 선을 강하게 인식한 것일 듯.

 

그런데, 이런 책을 쓰는 것은,

그래. 과연 이게 나쁜 생각이냐? 이런 상대적 입장의 표현일 듯 하다.

 

머리로만 세상을 배운 자들의 명확한 특징은

세상의 잣대로 '못배웠다'는 사람을 무시한다는 것.

그들이 똑똑할는지는 모르지만 결코 현명하지는 않다.

현명한 사람들에게는 '똑똑한 바보'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세상을 바르게 볼 줄 알고, 그 세상에 순응하지만

또 어떤 때는 해일과 같은 용기로 세상과 싸울 줄 알고,

자기 변명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미련한 짓 따위 하지 않는다는 것.(197)

 

이런 글을 읽으면 뜨끔하다.

내가 '바보'여서이기도 하지만,

교육이란 이름으로 '바보' 되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다.

 

꽤나 읽었다고 자부하는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지식 쌓기의 목적이 결코

'도야'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크, 뜨끔해라.

'~~ 하는 것들'의 일원인 내가,

'도야'하지 못하는 속내를 어찌 알았누~

이런 나쁜 생각~! ^^

 

자기 변명이 가득한 나쁜 놈과

착하디 착한 사람을 겉으로는 절대 구별해 낼 수가 없다.

하지만 구별하지 못한다고 참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노력을 해야만 우리는 스스로 알을 깨고 참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러기 전까지 우리는 알 속에 갇혀 바깥을 못보는 그저 '알'인 인생.(233)

 

으아~~~

이 나쁜 놈은 나를 왜 자꾸 욕하는가. ㅠㅜ

'자기 변명이 가득한 나쁜 놈'... ㅠㅜ

바로 나다.

 

비평가,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이미 인생의 해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진정 노래를 업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이에게는 음악이 인생이다.

그림을 업으로 알고 사는 이에게는 그림이 인생이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배웠기에 남의 인생에 별표를 매긴단말인가?

애정 없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좆도 모르면서 비평하고 있는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삽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 삽질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건지 모른다.(239)

 

비평이란 것은 그런 한계가 있다.

참으로 비겁한 행동으로 일관했던 강용*라는 전직 국회의원도

썰~에 나가면 비평이란 걸 한다.

삽질도 그만하면 예술인가?

 

물론 비평이란 이름으로 예술을 폄훼하는 비평도 있다.

아니, 요즘 종편이란 이름으로 방영되는 방송들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아예 비평으로 이뤄져 있고,

그 비평들은 아주 편파적인 여론 조작의 목적을 띠고 돌아간다.

아직도 20%대라는 청와대 지지율은 그런 조작과 날조의 반복에서 나오는 힘이다.

 

그러나, 건전한 비평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사회처럼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식으로 색깔 논쟁을 벌여온 권력자들은 비평을 싫어한다.

객관적인 듯 말하면서,

수많은 군중의 분노가 쌓인 집회 한 구석에서

관제 데모일 게 뻔한 군복입은 노인들의 쌩쑈를 '맞불집회'라고 명명하는

그런 비평이야말로 '나쁜 생각'의 표본이다.

 

광수 생각은... 좀 민망할 정도로 쌍스러운 표현도 툭툭 등장하고,

점잖지 않은 구석도 있지만,

나쁜 생각은 아니다.

사회를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하여

이이제이 작전으로 무익한 싸움을 하게 만드는 '어부지리'를 획책하는 무리들의 생각이 '나쁜 생각'이다.

그런 나쁜 생각을 짚어줘야 하는 이들이 '평론가'들이다.

 

가짜 평론가들이 등장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다.

변희* 처럼 되는대로 지껄이는 자와 '일베'라는 집단에서 역사를 희화하하면서 추악한 쪽으로 몰려다니는 것을

마치 표현의 자유인 양 방치하는 시대는 냉혹한 시대다.

 

'나쁜 생각'은... 나쁘지 않다.

다만, 정확하게 비평하지 못하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의 객관의 자리는

권력을 쥔 이들이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기능해 온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방향이다.

 

현대에 나치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나쁜 생각'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독일에서 나치는 '무지 나쁜 생각'으로 치는데,

일본에서 군국주의는 '그게 왜 나쁜데? 애국 아냐?'이렇게 변질된다.

결국, '나쁜 생각'은 사회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합의되지 않은 과거가 너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결과,

그 집합의 명료함이... 너무도 엿장수 맘대로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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