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의 중용 풀이
감산 지음, 오진탁 옮김 / 서광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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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일은 인류의 문화 유산을 읽는 일이다.

그런데 고전에 대한 편견이 먼저 박혀 버린 것은, 수천 년간 고전읽는 방식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국사 시간에 배웠을 <훈고>적 자세. 고전을 캐고 또 캐는 자세가 현대인이 고전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근원이 된 듯 하다.

저 유명한 돌 선생이 쓴 '돌 논어'와 '노자와 21세기'에서 보여준 다양한 해석들에 대한 훈구적 자세는 저자 나름의 현대적 해석을 바라는 일반 독자에게 염증을 심어주기에 적합한 책들이 되고 만다.

그래서 올 여름에 내가 만난 책들이 참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경숙의 도덕경 두 권이라든지, 장일순 선생님과 이아무개의 대화로 된 노자 이야기 같은 책은 구절의 풀이나 해석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 주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무식을 통감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온고지신이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옛것을 오늘날 사람들이 쉽게 느끼도록 풀어주는 것.

감산 스님의 중용 풀이를 읽고 그런 느낌을 얻는다. 명나라의 스님이었지만, 감산 스님은 노장에서 공자까지 선승의 입장에서 풀이를 하는데, 마치 그 느낌이 무위당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감산 스님의 글을 더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상식적으로 중용이란 치우치지 않는 덕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중도에 있으면 회색 분자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본질을 꿰고 있으면 치우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렇게 성인들의 말씀은 한 군데로 치중하고 있을까... 공부하면서 새삼 놀랄 따름이다. 중이란 그 본질이고, 용이란 본질의 작용인 '체용'의 관계인 듯하다. 감산 스님을 만난 것을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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