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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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스콧 펙, 338)

 

옳은 말이지만 너무 멋없다.

사랑은 '의지'보다는 감성적이고, '영혼'보다는 자발적 이성에 가깝다.

 

사랑은 '찾아오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능력'(에리히 프롬, 337)

 

사랑을 '능력'으로 파악하자니 너무 객관을 중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계급사회를 벗어나 시민사회 들어오면서 <낭만적 사랑>의 이미지를 뒤집어 쓴 의미로 다가선다.

 

우리가 누구이고 누가 될 수 있느냐의 상당한 부분은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 사랑한 사람,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달렸다.(신경정신학자 필립, 347)

 

이런 언술이 오히려 사랑을 느끼는 데 근접할 수 있다.

결국 사랑은 어떤 사람과의 사이에 생긴 <감정의 경험>인 것이다.

 

오늘 수업을 들어갔는데,

다음 주 목요일이 수능이라 아이들은 나름 진지하게 자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팟'하고 전기가 나갔다.

아이들은 책이 컴컴하니 고개를 들고, 불현듯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는 거였다.

헐~ 다음 주 수능인 애들이 맞나? ㅎㅎ

마침 금세 불이 들어와서 아이들은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지만,

그처럼 '사랑'은 <이야기> 형식에 적합한 경험인 모양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야기가 있고, 소설이 있다.

이책에서 남미영은 사랑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사랑은 시대, 배경, 집안, 개인의 성향, 만남의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마련.

그래서 어떤 사랑 이야기든, 곰곰 되짚어보면 아릿한 핑크빛 추억이

심장과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소리없는 언어로 전해지게 마련이다.

 

시작은 역시, 황순원의 소나기다.

소나기는 한국인의 정서에 젖어있는 날것 그대로의 비릿한 내음새에 묻은 핑크빛 추억이다.

 

사랑받지 못한 것은 불운,

사랑하지 못하는 건 불행.(카뮈, 350)

 

허나, 많은 사랑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단적으로 칼로 무자르듯, 표현하기 힘든 것이 사랑이다.

 

결혼이란 두 섬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는 작업.

다리의 이름은 독점과 의존이 아닌

소통과 거리.(335)

 

모든 동화는 결혼이후를 생략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얼버무린다.

현실은, 이 소설들처럼 '사랑과 전쟁'으로 이어지는데도 말이다.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서로 동지의식을 느끼며 취향으로 소통하는 우애 결혼이 이상적(326)

 

러셀이 남긴 말은 참으로 이성적이지만,

안나 카레니나처럼, 불현듯 찾아온 사랑의 열정에 대하여 '이상'같은 차가운 빗돌을 들이미는 일은

좀 민망하기도 하다.

 

결혼했다.

절박하고 견딜 수 없던 사랑은 어디 가고 이제 덤덤한 여자만 옆에 있었다.(295)

 

'낯선 남녀의 사랑'과 '가족의 사랑'은 번지수가 다른 사서함과도 같다.

처음 배달되었던 사랑은

결혼과 지속되는 가정생활로 인해 다른 칸으로 옮겨간다.

그때 다시 새로운 사랑이 배달된다면,

사람들은 그 새로운 사서함을 소중하게 여기며

심장에 전달되는 간질간질한 아드레날린의 쾌감을 기뻐할 것이다.

물론 그 사서함 주소로 인하여 가정이라는 사서함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랑은 <대체 불가능한 그 사람>과의 문제이지,

<무리>의 사고인 '윤리' 내에서만 작동하는 도덕적 감정이나 이성은 아닌 것.

 

진실이 담기면 사랑이 시가 된다.(164)

 

윤리적이지 않아도 진실이 담기면 사랑은 시가 된다.

불륜의 드라마, 막장의 드라마가 욕을 들으면서도 인기인 이유가

사람들은 그 시에서 가슴떨림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속에 들어 있는 보편적 감정인 슬픔은

당신 영혼의 능력에 따라 불행이 될 수도,

기쁨이 될 수도 있다오.(97)

 

베르테르를 불사른 그 감정이 그에겐 과연 불행이기만 했을까?

안나 카레니나를 사로잡았던 그 감정이 진정 불행이었을까?

 

작가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 붙인 제목처럼,

<내 안의 사랑을 깨워준 사람>은 모두 <첫사랑>이다.

 

그 사랑은 '불행'으로 전락시키느냐, '기쁨'으로 승화시킬 것이냐는

사람의 능력일 수 있다.

 

사랑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원전을 읽는 일도 재미있을 듯...

 

 

 

 

120. 열녀불경이부...의 '경'은 '공경할 경 敬'이 아니라 '고칠 경 更'이다.

제발 편집자들이여... 한자 공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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