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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
템플 그랜딘 지음, 박경희 옮김 / 김영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폐아라고 하면, 보통 외부 세계와 의사 소통의 길을 닫고 과잉 행동을 자주 보이는 아동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자폐아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자각을 통해, 극복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훌륭한 연구자로 다시 태어난 과정을 <관찰자>의 시점에서가 아니라 <주인공>의 시점에서 기록한 획기적인 책이라 하겠다.
자폐아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던 <정상 인간>들의 세계를 향해서 자폐아들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바로 자기의 경험을 말이다.
자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긴 해도, <경우>에 따라서 너무도 다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자폐에 대한 대증 요법을 기술하긴 어렵다.
이 글의 저자는 스스로 청각 기관의 회전 감각과 촉각의 특징을 연구하여, 소에게 낙인을 찍거나 예방주사를 놓는 <가축 압박기>에 스스로를 집어 넣음으로써 촉각적 경험을 통한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 실험은 자폐인에게 필요한 자극과 위축을 주어 긴장을 완화시켜 주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쾌적한 환경, 즉 애정을 주고 받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흔히 자폐아를 <정신적 영역의 어딘가에 상처를 입은> 아이로 취급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자폐는 중추 신경계의 <장애>인 것이지 정신적 질환은 아닌 것이다. 이 장애는 적절한 극복 방법을 찾아낸다면 충분히 정상인에 버금가는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시사점이다.
시끄러운 공간, 군중... 이런 것은 자폐아에게 너무도 벅찬 존재란다. 그래서 접근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자해를 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은 시각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에 강하며, 수학이나 어학등 개념적 사고에는 약하다. 특히 이 증상은 사춘기에 극도로 심해질 수 있다.
학교에 특수 학생을 받아 들이기도 하지만, 자폐의 경우에는 그런 요인들로 인해 학교라는 공간이 적합하지 않다.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경우마다) 적절한 요법의 적용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아, 정말 우리 나라의 장애우는 너무도 살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