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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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동 현장에 투신하여 미싱사로 '노동 운동의 대모'로 살아온 김해자.

그이 시들을 좋아했는데,

이 책은 제목이 눈에 확 띄어 골라 잡았다.

한창훈의 '꽃의 나라'에 나오던 말이다.

사람은 모두 다 조금씩 이상하다는 말.

 

그 소설에서는 어른들이 정말 이상하다.

아이들을 때리고, 욕하고, 간혹은 자상하게 챙기는 아버지조차도 이상하다.

 

김지하, 박노해처럼, 노동 해방과 인간 해방을 부르짖다가,

어느 날 '도사'가 되어버리는 인간들은 재수없다.

물론 '도사'가 되는 일이 나쁘진 않지만, 중립을 자처하는 도사들은 갑자기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낸다.

황석영 역시 마찬가지다.

차라리 원래 이외수처럼 도사연하는 사람은 상관없다. 그는 원래 그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김해자를 읽으면서, 어, 이 사람은 이럴 사람이 아닌데?

풀꽃 도사가 되어버린 김해자를 이해하기엔 이 책을 한참 읽어야 했다.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고, 그리고 삶을 감사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람의 글이란 걸 알고 나서는,

나의 고정관념을 반성한다.

나는 김해자의 발톱에 낀 때만큼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주제에,

그가 어떻게 사는지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되는 주제니 말이다.

 

천상 여자로, 미싱으로, 손바느질로 온갖 이쁜 작품을 다 만든다.

그리고 초보 농꾼으로 농사일도 바지런하게 해낸다.

대안학교 같은 데서 미술 치료도 하고, 독서 이야기도 한다.

시골 사람들과 하나로 어울려서 재미지게 산다.

 

가진자들이 보기엔 김해자야말로 '이상한 사람'에 들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런 삶을 사는지 말이다.

 

단순한 게 반드시 위대하지 않지만,

최고인 것은 반드시 단순하다.

그 단순함의 비의를 알기까지

그 단순함의 신비를 사랑으로 채울 때까지 날마다 땀흘려야겠다.(36)

 

죽음 앞에까지 '데드 슬로우'로 다녀온 이라면,

어떤 이야길해도 수긍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가 땀흘리고자 한다면...

 

단순함.

이것은 인간의 '잘난체 함'에 대한 반성이란 말일 게다.

인간은 '사회적'이든, '생각하는 갈대'든 암튼, '동물'의 하나다.

동물의 미덕은 단순함에 있으니...

 

생을 풀어야 할 수학문제나 숙제로 살지 않고,

무궁무진한 신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75)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 삶은 꿈을 위한 과정이나, 마시멜로우를 얻기 위한 인내의 도중이어선 안 된다.

순간순간 만나는 이들과의 신비로운 조우로 받아들이는 자세. 배울만 하다.

 

니체의 책을 자주 읽은 모양이다.

 

너는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가지고 있는가.(207)

 

스스로를 좌지우지할 태풍.

니체 역시 평생을 앓으며 살았던 사람이다.

죽음을 생각하라...는 경구처럼, 스스로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태도로 치열하게 살 일이다.

 

아- 병들어 보지 않았으면

나는 인간이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코우스 스스무, 240)

 

김해자가 몸의 이상을 느껴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두 시간을 보낸 후 병원으로 간다.

그 동안, 그는 아주 길고 깨어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 잊지말라.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필집이다.

 

김해자의 다음 시집을 또 만나고 싶다.

그 찬찬하고도 탐스런 생각들이 가득한 말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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