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부터 다르게 살기 - 심플하게 준비하는 마흔 이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김준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십오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에 우뚝 서고, 마흔이면 미혹되지 않고,

쉰에 운명에 통달하고, 예순이면 귀에 거슬리는것이 없고, 일흔이면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공자가 살던 2500년 전의 인간의 수명은 두보의 시처럼 '인생칠십 고래희'였을 것이다.

지금 이 말을 늘인다면, 인생 백세 고래희이고, 인생은 어차피 10세 이전은 성장기이므로,

60년을 90년으로 늘여 본다면 어떨까 한다.

 

결혼도 십오세에 하던 것을 요즘엔 서른에 하게 되고,

그래서 마흔이면 할아버지가 되던 것을 요즘엔 예순이 돼야 할아버지가 된다.

 

이렇게 비례식으로 늘여 본다면,

요즘의 '마흔'은 미혹되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불확정성의 시대에 흔들림의 중심에 선 나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노년의 현실은 그제나 이제나 마흔의 얼굴을 뒤덮는 것임에랴.

마흔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개인의 내적 풍경에서나 황량하고 버석거리기 쉬운 나이다.

 

마흔이니까 침학하고, 무슨 일이든 모르면 안 돼. 당황해서는 안돼.

이런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70을 위한 여행의 출발선 위에 부끄러움 없는 신입생의 마음으로 서도록 하자.(33)

 

크게 뛰어날 것도 없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온 지난 28년의 큰 행보를 그림으로 적어 봤다.

대학을 들어갔고, 교사가 되었고, 군대를 다녀왔다.

결혼을 했고, 아들을 낳았고, 이사를 다녔다.

직장에서 담임과 이런저런 일들을 맡았으며,

직장을 여러 학교 옮겨 다녔다.

 

그러면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도 그 수를 알지 못할 정도고,

가르친 제자들 역시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남을 생각하면, 그닥 많지도 않다.

 

40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진다.

 

이것을 인식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 혹사하다 몸을 망치는 경우,

마흔이 많을 것이다. 체력이 떨어졌음을 가벼이 여겨 그럴 것이다.

 

뭔가 자꾸 끌어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이런 조언도 도움이 된다.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좋은 물건.

같은 물건을 두 개 사고 싶을 정도로 좋은 물건.

그런 물건을 고르고 고른 것만을 자기 주위에 두겠다고 결심하면

불필요한 물건은 조금씩 사라진다.(82)

 

나도 책을 참 많이 그러모았다.

그러노라니 책이 짐이 되어 내가 떠이고 살게 되는 형국이다.

책을 아이들 것은 아이들 주고, 도무지 읽지 않을 것은 내다 버려야 할 일이다.

 

까치발을 멈추고

그릇을 키워라.(97)

 

까치발은 더 많이, 더 높이... 이런 것을 추구하려는 마음이렷다.

그릇을 키우면,

세상에 가득 내리는 빗방울이 더 많이 고일 수 있다.

그러면 목마른 사람에게 한 모금 마시게 하는 노릇에서 더 너그러울 수도 있다.

 

지난 28년을 적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적었기 때문이다. 후회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 50대, 60대, 70대엔 무얼할지... 아직이다.

 

텅 빈 칸인데,

그만큼 채울 것이 많을지 어떨지를 아직 모르겠다.

 

다만, 여적지 해온 독서를 눈이 허락하는 한에서 더 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제 노인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가려내야 할 일이다.

 

난 원래 과한 운동을 하는 체질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가벼운 운동을 생활화 해야 한다.

복식 호흡을 위해 플루트를 계속 부는 일도 좋을 것 같다.

플루트 소리를 아름답게 내기 위해서는 숨을 아름답게 내쉬어야 한다. 쉽지 않다.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하고 싶다.

학교 도서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기도 하고, 상담실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공부하던 디베이트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이다.

 

난 교장 노릇을 하고 싶지 않다.

그 되는 과정이 참 한심하기 짝이 없고, 이미 하기도 쉽지 않게 되어 먹었다.

무엇보다 교장이 하는 일이 창의적이거나 소통을 통한 일이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려서,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그건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아니다.

 

나이든 삶을 어떻게 사느냐.

책을 읽는다고 다 지식인은 아니듯,

은퇴 후 삶 역시 다 무기력한 노인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즐거운 여행을 하겠다는 목적의식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171)

 

나는 장수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인생을 보는 누군가가 나더러 한 80쯤 산다고 했다.

그만큼이면 충분히 고맙다.

 

앞으로 30년 여를 소박하게 그렇지만 재미있게 살고 싶다.

 

주말에 전주 여행을 다녀 왔다.

아내가 소품을 구경하길 좋아해서,

이런저런 가게를 구경하고 들락거렸다.

소나기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커피집에서 정말 진한 핸드드립 커피를 만나는 호사도 누렸고,

우연히 접어든 골목길에서 만난 게스트 하우스에서 정말 편하게 지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걷고 싶을 때 걸었다.

배고프면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돌아다녔다.

 

편안하게 쉬는 데는 큰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 것에도 끄달리지 않는 놓인 마음만이 중요했다.

 

은퇴 후 하는 일은 좀 볼품없는 일들이기 쉽다.

경비나 공공근로처럼 폼 안 나는 일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좀 내키지 않는군요. 저도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그런 건 안 해 봐서요.(178)

 

이런 노인이 되고 싶진 않다.

어느 자리에 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

경비를 해도 아이들에게 책읽어주는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동네 아이들을 돌봐주는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번에는 이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패자다.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패자인 것이다.

 

몇 번을 지더라도 매번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계속 가져야 한다.

전승으로 인생을 마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 패배를 경험하고 또 승리를 경험한다.

승자와 패자는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시점에서는 완벽하게 똑 같다.(206)

 

승자가 되려는 욕심을 비우고,

출발선에서 웃을 수 있는 '나이'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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