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있네
조향미 / 내일을여는책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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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미,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 있네


조향미 선생님이 쓰신 첫 시집일게다. 남편을 잃고 허허로운 마음을 시편들로 옮긴 것들이 많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다 틈틈이 적은 가슴 아픈 마음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 시도 있다.


‘생채기 위에 소금 뿌리듯한 김소희 새타령’이 들리고, ‘산굽이 물굽이 끝나지 않은 길을 지향없이 따라가는 이생강의 대금 산조’가 심금을 울리는 시편들은 읽는 마음조차 시리다.


‘밤깊어도 차마 닫아 걸지 못하고 그대에게 열어둔 외진 마음의 스산한 문 한 쪽’으로 드러낸 외로운 마음은, ‘허덕이며, 아득한, 막막한, 긴긴 장마 같은’과 같은 언어들이 주는 쓸쓸함을 품고 있고, ‘끊어졌다, 사라지고, 떠나간다, 어두워지리, 썩어가리’와 같은 술어들로 마감된다.


산다는 건 ‘기다리는 것과 견디는 것’으로 풀 만큼 한스럽던 세월을 살아낸 글들 속에, 아픈 개인과 아픈 사회가 아픈 아이들의 눈망울이 다 있었다.


선생이란 저렇게 아픈 눈망울과 함께 있을 수 있어야 하는 운명이란 생각이 드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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