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키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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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답다.

영화를 볼 때도, 참 프랑스다운 영화다 싶었는데,

소설을 읽으니 또 참 프랑스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제목은 '델라카테스'다.

델리카~한 상황이라는데,

섬세하고 미묘하고 상처받기 쉬운 오묘한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매혹되는 건,

전적으로 외모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어떤 특별한 조건에만 이끌려 사랑이 싹트는 건 아니다.

사랑이란 건,

마치 탄소와 기타 영양물질들과 40여 킬로그램의 36.5도짜리 물을 넣고 뒤섞는다고 사람이 탄생하지 않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 그리고 기타 몇 가지 조건을 맞춰 준다고 싹트는 게 아닐 거다.

 

사람마다 다른 미묘한 점.

그 델리카한 면들을 이렇게 절묘하게 잡아내는 일은,

어쩌면 초중고 교육과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작문 교육을 받는 것과는 무관한 건지도 모른다.

공기 중에 떠도는 산소들을 캡처하는 호흡의 과정들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문화를 통하여 익히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남편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여주인공 나탈리,

어느날 이유도 알 수 없는 돌발 행동을 한다.

그건 뜨거운 키스~!(ㅋ 마르퀴스, 좋았겠다. 매력적인 직장 상사의 돌발 키스라니...)

그 남자는 마르퀴스라는 참으로 재미없어보이는 스웨덴 남자인데,

그 남자와 만나면서 읽게 되는 델리카테스들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구석까지

섬세하게 마음의 움직임을 행동을 통하여 보여준다.

 

나탈리는 아주 신중한 성격이었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

아주 신중한 성격인데... ㅋ~

직장에서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키스라니...

 

연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싶어 한다.

자신들의 만남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색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그 숱한 관계들도 종종 갖가지 자질구레한 사연으로 치장되곤 하는데,

그런 것들이 가벼운 황홀감을 불러일으키다 보니 급기야 무슨 일에든 의미를 갖다 붙이려 들게 되는 것이다.(10)

 

남편 프랑수아와 만날 때의 델리카함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렇지만, 이런 구절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환상을 추구하는지...

갖가지 델리카테스들의 이면에는 우리가 환상을 품고 싶어하는 욕구가 깔린 것은 아닌지,

과연 그 욕구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는지...

소설을 따라가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도대체 어떤 면을 보고 자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에 대한 델리카한 비유라고나 할까?

 

그녀는 이제 자신에게 지금의 이 행복을 붙잡을 힘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66)

 

결국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이란 없다는 것이다.

사랑받아 마땅한 객관적 인물도 없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

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가?

 

그것은 그가 사랑스럽고, 우리는 서로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라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와 함께일 때 행복한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미묘한 차이는 다를 수 있다.

그 미묘함에 사랑의 묘미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염없이 환상적이면서,

하염없이 정교하게 직조된 태피스트리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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