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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인생 건강교본 - 동의보감 매일매일 실전편
김태진 지음, 최정준 감수 / 북드라망 / 2012년 2월
평점 :
바야흐로 9988234가 기원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왔다.
99세까지 88하게 2~3일 앓다가 4망하고 싶다는 소망의 시대.
99세까지 살 만큼 잘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88하지 못하게 끙끙 앓다 보니, 2~3일 앓다가 사망하는 것이 희망이 되는 시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거나 질병으로 오래 앓으며 모진 꼴을 당하기 쉬운 노년...
한국은 게다가 복지 포퓰리즘을 일소하는 정책으로, 노년에도 열심히 일하기를 권하는 국가 아니던가?
건강, 이 삶의 화두였던 것은 일찍 죽던 시절, 가난하던 시절에 더 간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에서 그것을 널리 펼치고자 만든 책이 동의보감이었을 터.
이 책의 장점.
쉽다.
음양오행 등의 좀 복잡한 이야기만 스킵해서 넘어가면,
삶의 가벼운 양생법들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건강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에는 쉬운 책이 좋은 법.
이 책에 나온대로 실천하라고 하는 것들을 따라한다면, 9988234를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단점.
그런데, 요즘 그정도의 상식은 텔레비전을 봐도 다 나온다.
그걸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좀 깊게 연구하기엔 인문학적 설명이 툭툭 끊어진다.
인문학 서적으로 읽기엔 차라리 비전문가인 고미숙의 동의보감이 나을 정도다.
암튼,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양생법의 '실천'에 있으니,
이 책을 드문드문 읽고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만 남기자면 '웃자'이다.
칠정은 기뻐하는 것, 성내는 것, 근심하는 것, 생각하는 것, 슬퍼하는 것, 놀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다.
대체로 기뻐하면 기가 흩어지고, 성내면 기가 올라가고, 근심하면 기가 가라앉고, 생각을 지나치게 하면 기가 맺히고,
슬퍼하면 기가 소모되고,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간다.
여섯 가지 정은 모두 심기를 울결시켜 아프게 하는 까닭이 되는데,
오직 기뻐하는 것만은 기를 흩어지게 한다.
그러므로 여섯 가지 정으로 인한 울결을 흩어지게 하여 아픈 것을 멎게 할 수 있다.(221)
기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양생법이 될 수 있다는 건데,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드니 그렇다 하겠다.
이 책의 본문이 토막글인 '신문 칼럼' 식이어서 좀 정신 산만하게 읽힌다면,
에필로그는 역시 전문가의 식견이 높이 드러난 글이며, 내가 좋아하는 문체로 잘 씌어진 글이다.
거기 좋은 말이 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보왕삼매론)
인체에 병이 깃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립하고, 화식하고, 과식하고, 과음하고, 과속하고, 과로하고, 과사하노라면...
온몸에 질병이 부지불식간에 찾아든다.
그것을 고치는 것은 '앓는 일'이다.
세상이 아픔을 알고, 나도 앓는 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프다고, 징징대지 말 일이다.
부록 2에 질병을 물리치는 열 가지 방법이 나온다.
그중, 마지막 것.
고명한 친구를 찾아 마음을 터놓고 세상을 초월한 말을 강론한다.
음미해 볼만한 구절이다.
술친구 말고,
마음을 터놓고 세상을 초월한 말을 강론할 정도의 '지음'을 당신은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