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문학에 취하다 -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고연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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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는 잠잘 때 쓰는 물건이며,

꿈나라를 받쳐주는 물건이다.

오래전부터 베개는 꿈의 내용에 일종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상상이 있었다.

그래서 베고 자면 신선세계를 노닌다는 유선침 游仙枕의 상상이 있었고,

베고 자면 원하는 꿈에 들 수 있다는 여의침 如意枕의 상상도 있었다.

그리 속 책 베개에 잠든 주인공의 모습은 무엇을 전달하고 있을까?

 

(이재관, 오수도)

 

책을 베고 잠든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또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저 사람이 무엇을 희망하고 책을 베고 누웠던 것일까?

유유자적한 속에서 옛사람의 은은한 욕망을 상상해볼 만 하다.

 

이 책의 장점은,

각 그림의 세부도를 보여주면서 한시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

소식의 <적벽부>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적벽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

 

손님께서는 이 물과 저 달을 아십니까?

가는 것이 이와 같으나 아직 모두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나 끝내 줄지도 늘지도 않았습니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천지가 한 순간도 변치 않을 때 없으며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물과 우리가 다할 때가 없습니다.

무엇을 부러워하십니까

하늘과 땅 사이 모든 사물은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내 소유가 아니면 터럭 하나도 가질 수 없으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이 밝은 달은

들으면 소리 되고 보면 그림이 되어,

가져도 말리는 이 없고, 써도 없어지지 않지요.

이는 조물주가 만든 무진장이니,

내가 그대와 함께 누릴 것이오.

 

손이 흔연히 웃으며 잔을 씻고 다시 술을 따른다.

생선안주 과실안주 다 떨어지고 술잔과 접시만 이리저리,   杯盤狼藉

서로를 베개삼아 배 안에 드러누워                                 相與枕籍乎舟中

동녘 하늘 이미 밝아지는 것도 몰랐더라.                         不知東方之旣白

 

정말 한번 저렇게 배반이 낭자토록

상여침적하여 배안에서 동방에 해돋도록 취하고 싶은 마음이다...

 

조선 후기 문인 홍길주의 '숙수념' 이야기도 재미있다.

 

가상 공간 숙수념을 다녀온 벗들은,

"내가 알겠소. 숙수념孰遂念 (누가 생각을 이루리)가 아닌 숙수념 夙遂念(일직이 생각을 이루었네)도 아닌

숙수념 孰睡念(누가 생각을 꿈꾸었나) 이었군?"

 

김정희의 불이선란의 '불이선'의 세계도 좋다.

보살들이 어떻게 불이법문에 들겠소?

나는 것과 죽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그러나 법은 본래 나는 것이 아니니, 멸하는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무생법인을 얻으면 불이법문에 들어가게 됩니다.

 

 

나지 않는 것,

생각을 내지 않는 것.

분별을 내지 않는 평상심.

나뉘지 않는 참된 존재.

 

그걸 얻기까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동양화 속에서 만나는 한시들을 읽는 일도 재미있고,

옛 정취를 느끼는 일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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