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이 1 - 애장판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 봄방학에 유리가면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었다. 추석에 잠시 티비를 돌리다가 유리가면의 마야와 츠키카게 선생님을 보게 되어 재미있는 만화를 보고 싶었다. 비디오 가게에 들렀다가 이 만화의 해설을 읽고 빌렸는데... 결과는 별로였다.

사파이어빛 푸른 눈이란 말에 끌려서 빌리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파이어빛 청순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었고, 유리가면처럼 진하게 인간냄새 나는 만화도 아니었다.

푸르른 물빛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검은 색 파멸과 종말의 이미지가 온 화면을 뒤덮는 이야기로 반전되면서 비극적이라기보다 비상식적인 결말로 이끌리는 스토리에 독자는 따분해진다.

운명에 맞서 극복하는 희극이거나, 무거운 운명에 짓눌리는 비극을 기대하던 나는 시시한 결말에 실망했지만, 요한게시록을 인용해가며 체르노빌 사고까지를 엮어내는 솜씨는 작가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게 한다.

비극의 본성은 기하학적인 정신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비극적인 운명은 기하학의 공리처럼 한번 정해지면 절대불변이기에 비극을 낳는다는 것이다.

명쾌하고 즐거운 만화를 기대했던 추석은... 달도 못 보고 흐린 추석으로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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