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동산 범우희곡선 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홍기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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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돌고 세상은 변한다.
변하는 세상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구태를 움켜쥐고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알지만, 현실에 겨우겨우 안주하는 사람도 있고,
변화할 세상을 미리 읽고, 희망과 의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체호프의 벚꽃 동산이란 희곡에선 이 세 부류의 인간형을 모두 들여 놓고 있다.
농노제 러시아의 문화가 체화된 노예와 귀족의 삶,
신흥 부르주아로서 풍족한 삶에 만족하는 팍팍한 삶.
아직 이뤄진 것은 없지만, 새로운 날에 가슴 부푸는 삶. 

벚꽃 동산을 소유했던 여지주 류보비의 가슴 속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할 뿐,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농노 피르스 역시 "농노 해방이 되었을 때, 저는 이미 농노들의 감독이었지요. 그때 저는 자유의 몸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 나리 댁에 그냥 남았지요." 이렇게 말하는 구시대의 대표자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이다. 

이런 문구가 체호프의 편지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벚꽃 만발한 동산에서 과거를 곱씹으며 눈물 흘리는 자와, 현실의 삶에 너무도 바쁜 자들이 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기대까지가 체호프의 혜안이다. 

체호프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충돌>에서 인간을 믿어주는 작가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희곡 작품.
그가 이 이야기를 희곡으로 쓴 것은,
글을 읽을 수도 없는 세상에 대하여,
웅변으로 변화를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변한다.
그러나, 구태를 콱, 움켜잡고 결코 놓치지 않으면 미래를 늦출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탓에 변화는 더디게 되고 헤매면서 먼 길을 돌아 가게 된다.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마인드와 정신을 갖기 위해 늘 읽고 사고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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