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수호천사가 되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플로랑스 티나르 지음,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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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제일 두려워하는 소재는,
죽음이 아닐까? 

죽다... 라는 상태의 변화를 일본어로는 '없게 되다'라는 '나크 나루'란 동사를 쓰는데,
나는 죽음에 대하여 가장 심오한 동사가 일본어 동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누'란 말도 있지만, 한국어의 '돌아 가시다'와 같은 미묘한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 가시다'나 '타계하시다'는 모두 이 세상 말고 다른 어떤 세상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일본어의 '없게 되다'는 뜻은 죽음을 무로 돌리는 사고 방식이 담겨 있기도 하다. 

나는 아무래도 내세에 가서 심판을 받고(그것이 종교가 가진 겁주는 힘이다.)
불교는 천상계, 인간계, 축생계, 아수라계, 아귀계, 지옥의 6도 윤회를,
기독교는 천국, 지옥, 연옥의 3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시 간다는 사고를 믿을 수 없다. 

없게 되고, 그 다음엔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삶과는 무관한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업보를 그대로 끌어안고 삶을 유전한다면,
젠장,
모든 존재는 나쁜 업을 계속 지어서 쌓고 쌓고
벌점이 쌓여서 퇴학 처분에 이르는 학생처럼 좌절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상점 한 방으로 그걸 모두 무화시키는 일도 좀 웃기고 말이다.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상력을 통해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속도'에 무감각한 현대인은 불과 1m 왼편이나 오른편에 죽음을 두고 다닌다.
죽고 싶으면 언제든지 1m만 왼쪽, 오른쪽으로 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살던 아빠와 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으로써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사람들의 수호 천사가 되어, 세상 일이 아름답게 돌아갈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다. 

무언가 일이 잘 되어 돌아가는 것은 독자를 즐겁게 한다.
그렇지만, 귀신들의 장난에 따라 삶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역시 웃기는 노릇이긴 마찬가지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죽음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주변 사람의 죽음때문에 지나치게 죄책감에 휩싸여 좌절하는 사람에게
죽음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 여백에 낙서를 해서 책을 좌르륵 넘기면 동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놀이가 있었다.
이 책의 여백엔 천사가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한다.
편집자의 의도가 재미있다.
역시 죽음에 대해서, 수호 천사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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