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1 - 3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금없는 강물처럼 온갖 사물은 매듭없이 흐르고 있다.
아이들은 소를 몰아붙이며 밭둑길을 걸어오고,
늙은이는 채마밭에서 서성거리고, 
장정들은 풀을 베어서 돌아온다. 
 
   

마을의 심술보따리, 연구 대상 봉기가 떠들다가 복동 어매가 죽는다.
그 뒤 해결판의 뒤를 박경리는 <눈금없는 강물처럼 매듭없이 흐르는> 사물이라고 표현했다.
눈금없는 강물처럼... 아... 눈금없는 강물처럼 매듭없이 흐르는 세월... 

4대강을 망치는 데 온갖 국고가 퍼부어진다.
국방 예산이 줄어 온갖 사고가 난무하고,
교육 예산이 팍팍 줄어 학교도 개판인데,
국민은 죽겠다는데, 강가에서 퍼낸 모래로 누군가는 배지에 기름이 좌악 끼고 있다.
예산을 지들 멋대로 통과시키는 짓거리를 풀어 놓고...
역시 뉴스는 1980년대와 같은 <폭력 국회>다.
정치에 염증을 제발 느껴 주세요. 국민 여러분... 이러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민주당 애들도 지들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거든요. 이러고... 

그렇지만, 눈내린 빙판길을 종종거리며 출근하는 사람들의 하루는 눈금없고 매듭없는 강물처럼 오늘 하루도 흘렀다. 

삶은 그런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저지르는 횡포는
일제 강점기에 비하자면 애교다.
대통령을 뽑은 병신같은 국민의 손가락을 원망할 밖에...
강제로 손가락에 인주묻혀 찍으라 한 건 아닌 세상이잖은가.
그렇지만, 민중에게 칼날을 들이댄 것은,
조선의 왕족과 양반이나, 일제 강점기 친일 세력이나, 해방 이후 이승만 중심의 부자들이나 꼭 같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렇게 강물은 눈금도 없이, 매듭도 짓지 않고 흘러간다. 큰 세상을 보는 큰 눈의 서늘함을 읽는 일은 그래서 무섭다. 

   
 

먼 앞날을 내다볼 때 민족주의라는 것도 한낱 고물이 되어버리지나 않을는지... 

 
   

권필응의 목소리를 받아 나온 말이다.
세상을 넓게 본다면, 민족, 국가란 모두 세도를 잡은 자들이 자기 권익을 늘리기 위하여 써먹는 개소리에 지나지 않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엔 매듭도 눈금도 없으니 말이다. 

   
  사회주의 온상같은 형평사 운동의 시발점이 진준가 하면
보수적 기풍이 가장 강하고,
기생 문화에 절은 부패가 있는가 하면
서릿발 같은 열부의 절개를 숭상하고,
민중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근왕사상은 확고하고
상중하의 계급의식은 여전히 투철하지. 
 
   

박경리가 자신의 고향 진주에 대하여 내린 정의다.
보수적인 도시이면서 민중의 생명력이 강한 도시. 

내가 20여년 살아온 부산이란 도시는 '근본없는 도시'다.
그야말로 배울게 없는 도시. 문화의 불모지란 말이 그래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부산시 교육청이 늘 1등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유서깊은 사립학교 같은 것들이 없으니 시키는 대로 잘도 하는 공립고들이 많은 도시. 

강쇠가 살던 산골 토막에 가엾은 가족이 찾아온다. 화전을 일구며 살자는 강쇠 말에, 가엾은 가장은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사람 사는 마을에는 안 가고,
칡뿌리를 캐묵어도 남의 농사 짓지 말자고 아이 에미도 하더마요... 
 
   

세상은 그렇게 험한 곳이다. 못가진 자에겐 한없이 험한 그런 세상. 

그런 곳에서 꽃처럼 곱던 봉순이가 아편에 쩔어 살다가 물에 스스로 몸을 던져 죽었다.
박경리 선생에게 연신 못마땅하다.
왜 봉순에게 길상을 주지 않으셨는지...
그들에게 평범한 눈금없고 매듭없는 삶을 허락하지 않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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