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문지 푸른 문학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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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핀 꽃, 冬花의 童話같은 이야기... 

양철 대문집 할머니에게 여섯 살 배기 동화를 떨구고 백 밤을 헤아리라며 도시로 떠난 아버지.
동화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죄도 없이 죄지은듯 살아가는 이웃들을 관찰하며,
앙다문 이를 악물고 살아 간다. 

간질쟁이 장대 아저씨나, 우산과 함께 사라진 인자 아줌마,
열여덟에 아기를 낳는 정희 언니와, 공장장과 사라진 춘자 고모까지...
건넌방의 죽은 듯 누웠던 할아버지와, 외팔이 방앗간 할머니, 막걸리집 할마까지... 

이 땅의 어느 구석에나 버글거릴 무지랭이 민중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그 죄인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싫고, 친구도 없이 무채색 삶을 살아오던 동화의 성장기는 과연 아름다운 것이었을까?
거울을 닦고 닦아도 세상은 늘 트미하게 보이는 걸... 

복잡한 만큼이나 알기 어려운 '목숨 수'란 글자는 도무지 운명의 앞길을 가로막기만 할 뿐,
화안하게 보여지는 건 아무 것도 없을 터이다. 

그 어려운 목숨 만큼이나 투명한 것이 <어린 시절의 동화>이며, 그 어린 시절 
겨울에 핀 꽃처럼 시린 과거조차도 '성장통'의 하나로 아련하게 저물어 간다. 

동화가 보았을 법한 별 하나가 생각나는 소설. - 기다림과 아련한 아쉬움이 가득한 '성장 소설', '입사 소설'

별 하나 -- 이동순

개가 짖고
추수 끝난 들판에서
밤바람은 말을 달립니다.
달이 밝습니다.
나는 뜨락에 서서 달빛에 젖습니다.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나를 봅니다.
나는 방으로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다시 생각하니
그 별이 그대인 것을 알았습니다.
황급히 나가 하늘을 보니
이미 그 별은 사라지고
보이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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