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밤을 날아서 카르페디엠 23
벤 마이켈슨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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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에 출첵을 완료한 나라는... 하나 있다.
그 나라는 주변 국가들의 민주화가 자기네 나라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되기때문에, 군부 정권을 지원하고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다.  

과테말라는 멕시코 바로 아래 있는 나라다.
<나무 소녀>와 <달려라, 모터사이클>로 익숙한 벤 마이켈슨의 이야기다.
나무 소녀와 같이 과테말라 내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산티아고는 어느 밤,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는다.
여동생 안젤리나와 함께 카유코(카약)에 올라 유카탄 반도를 거쳐 쿠바를 돌아 플로리다에 도착한다. 

살육의 공포를 이겨내고, 바다에서의 23일간의 생존 투쟁을 어린 안젤리나에게 이해시킬 수 없었던 산티아고.
여동생에게 힘겨운 고난의 길을 '게임'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게임에서 두 남매는 승리한다. 

   
  군인들이 우리 마을을 불태우던 날 밤, 마을 사람들이 품었던 희망도 함께 불에 타고 말았다.
땅바닥으로 흘러내린 피가 말라붙고 인디헤노스의 마음도 그들의 육신과 함께 죽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날 밤을 악의 밤으로 기억하리라. 그리고 신이 인디헤노스에게 등을 돌린 밤이라고 기억하리라.
그렇다. 신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32) 
 
   
   
  인디헤노스가 원하는 것은 두려움 없는 삶이다.(37)  
   


그러나 군인들은 있지도 않은 빨갱이를 살육하고 다니는 것이다. 

트럭을 타고 위기를 벗어날 때조차도 안젤리나와 산티아고는 발랄함을 버리지 않는다.
긍정은 삶의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바다에서 나비를 찾고 싶을 때, 밤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조차도,

   
  '저게 까만 나비가 있네.'(91)  
   

하고 말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이것이 23일간의 힘겨운 항해를 성공적으로 견뎌낸 힘의 근원이 되었을 것이다. 

삶의 고비에서는 기억을 회상하고 추억할 사치를 부릴 틈이 없다.
오로지 지금-여기만이 존재할 뿐.

   
  이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파도요, 다음 노질이며, 다음 호흡이며, 가음 끼니이며, 다음 잠이다. 그리고 언제나 안젤리나가 그 중심에 있다.(106)   
   

바다가 그를 가르치고 성장을 인도한 것이다.
살아남기 놀이에서는 어린 안젤리나조차도 배 안의 돼지를 억누를 줄 안다.
그리고 고장난 인형까지도 감싸안고 의지하는 지혜를 배운다. 

작은 못을 뽑아 낚시바늘을 만들었고,
그렇지만 낚시가 잘 안 될때... 좌절하기도 한다. 

   
  울고 싶다. 뭣하러 물고기를 잡느라 시간을 이리도 낭비하고 있단 말인가?
발아래에 노를 내려놓고 눈을 감고 기다리면 곧 커다란 파도가 우리를 집어삼킬텐데 말이다.
그러면 바다가 나의 모든 괴로움과 고통을 마침내 끝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젤리나를 본다. 안젤리나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안젤리나의 전부다.(222) 
 
   

라모스 삼촌은 탈출하는 아이에게 "나의 무지가 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21)을 가르친다.
모든 독재 정권은 국민의 무지를 무기로 권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아무개가 20대가 정치적 관심을 가진 것을 패인으로 분석했다. 

용기를 가지고,
자기들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삶을 계획해나가는 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일.
고난을 이기는 지금-여기의 삶을 이 책에서는 산티아고와 안젤리나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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