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쟁 - 마틴 메이어, 한국 교육을 말하다
마틴 메이어 지음, 조재현 옮김 / 글로세움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인 박노자가 한국 역사를 통돼지 바비큐 돌리듯 휘저을 때,
네덜란드인, 미국 체류, 러시아 문학 박사, 그리고 한국의 대학 강사를 역임하였고 청심국제중고에서 종교를 가르친다는 (휴=3=3) 마틴 메이어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파헤쳐 보았다. 

제목이 교육 전쟁으로 붙어있지만, 그리고 한국에서 교육이든 경제든 무엇이든 경쟁적으로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긴 하지만,
내용이 그리 살벌하지는 않다.  

도대체 한국땅에서 교육은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전투태세로 변해가는 것일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다른 모든 정책들은 부드러워졌다고들 하는데,
교육정책만은 더욱 하드 코어로 변모했다. IMF 여파로 모두들 경제적 동물이 되어버려서인지, 아니면 사회가 돌봐주지 않는 각개 약진의 국가임을 알아차린 부모들의 극성때문인지... 아무튼 학생들만 갈수록 불쌍해져버렸다. 

황우석 파동 이후 나왔다는 '침묵과 열광'이라는 책 제목이 한국의 교육관련 현장을 보여주는 한 방편이 되지않을까 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대는 '광적'이다. 시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서울대 합격이라도 하면 그야말로 열광한다.
그렇지만, 서울대 가는 학생 뒤에서 그 아이의 분모 역할을 했던 많은 친구들에 대해서는 학교는 침묵한다.
운동장 조회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몇몇 아이들에게는 열광의 기회가, 박수를 보내는 일만 12년을 해온 아이들에게는 침묵의 영광이. 

그가 영어 강사였던만큼 영어에 대한 부담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나,
종교 강사이니 윤리적 인간과 철학 교육의 필요성, 성교육을 통한 자연스러운 인간관 정립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학교에서 굳이 침묵하고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학교는 국영수에 열광한다. 수능 과목인 언수외탐에만 열광하는 것이다.
그 외에 뭘 잘하든 침묵한다. 입학 사정관제로 학생의 재능을 보겠다지만, 그건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년 전 전교조가 생길 때, 학교에 숨구멍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했다.
그렇지만, 혼돈에게 숨쉬고 보고 듣도록 구멍을 뚫어주었을 때 그만 죽어버렸다는 말처럼,
교육 부조리 같은 것들을 비판하여 정화하는 동안, 그만 학교 교육과 학생들은 말라 죽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가 바라는 것은 교육의 실패다.
교육이 올바로 이뤄져서, 수능의 목적처럼, 올바른 정보 처리 능력과 충분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 인간이 주축을 이룬 사회라면 이놈의 국가는 회딱 뒤집어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경쟁력없이 경쟁만 하는 아이들로 만들어서, 나침반도 지도나 방향타도 등대조차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 암흑천지 속을 헤매도록 하는 것이 봉사놀이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국가의 재미인지도 모르겠고... 

그의 에필로그 제목이 '위기의 나라, 교육 개혁의 의무'인 점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지만,
현재 정부는 청와대에서 교육과정의 'ㄱ'자도 모르는 자들이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들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라고 깝친다.
고등학교는 모든 과목이 선택과목이며, 한 학기에 8과목 이수해야 하기때문에, 학기별로 교사가 이동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1학기 담임과 2학기 담임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노릇이고,
국영수 교사 외에는 늘 노마드가 되어 낙타타고 떠돌 생각을 해야 할 모양이다.
1학년부터 선택과목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비참한 현실은 아직 교과서가 개발되지도 않았다. 

교육과정 연구에 10년 정도 발을 담그고 있는 나로서는 완전 미치게도 짜증이 밀려온다.
교육과정 평가원에서도 고민하지 못하는 교육과정이 청와대에서 밀려내려오고,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교육과정의 국어과 과목 명칭을 나는 엊그제서야 처음 들었다.
참 불쌍한 학교다. 투표 한 번 안 했더니 이런 치욕을 당하고 산다. 더러워서... 

자살률 세계 1위의 영광스런 나라.
만족도 뒤에서 1위, 일하는 시간 1위의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나라.
더 열심히 일해서 독일의 1400시간을 두 배 이상 앞질러야 쓰겄다. 지금 2400시간 밖에 안 되니깐,
매일 1시간 반씩 더 일해야 독일의 두 배가 넘지.
국민이야 제 알아서 사는 거니깐, 오이씨디 국가 들의 1/5 정도의 재정으로도 충분히 복지를 누리고도 남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국민 여러분, 지발 좀 낳으셔요. 정신을 차리셔요... 이렇게 지껄이는 훌륭한 나라. 

이제 한국의 교육 전쟁은 저절로 해소될 것이다.
전쟁을 치를 전투원을 생산하지 않는 현실에서 교육 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불필요한 노력이다. 

나도 외국 아이들이 밀려들어와 그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영어나 베트남어라도 공부해야할지 모르겠다. 

좋은 교육에 대하여 많은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운 책.
그렇지만, 내가 교장이 된다면... 꼭 다시 꼼꼼히 따져볼 필요들이 많은 의견이 가득 풍부하게 실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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