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이긴 사람들 - 하워드 진 새로운 역사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문강형준 옮김 / 난장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 최고의 지성 하워드 진이 타계했다. 지난 1월의 일이다. 

하워드 진의 길거리 연설 포스는 정말 죽인다. 그러나... 어차피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더이상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자유를 보호하고 싶다... 이라크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정확한 이야기다.
모든 폭력과 탄압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국민의 자유나 인권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것이 국가란 괴물이다.
기업의 이익은 모든 전쟁을 이끌고, 모든 가난한 자들에게 죽음도 불사하며 세계를 누빈다. 그것이 세계화의 본질이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방부가 쓰던 언어...
우리는 그 보도를 확인해줄 수 없다.
그 무기가 우리의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것은 사고였다.
우리는 민간인들의 사망사건에 유감을 표한다... 

아, 이번 천안함 침몰에 보여준 대한민국 국방부와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대한민국도 역시 기업의 이익에나 관심이 있는 더러운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워드 진이 개콘을 봤다면, 박성광을 천재라고 극찬했을지도 모르겠다.
국가가 나에게 해 준게 뭐가 있냐, 1등 기업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술푸게 하는 세상... 

진실이 가진 힘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일러주는 힘이라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그는 말해준다.
미래는 현재의 끊임없는 연속이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을 거부하는 가운데
우리가 마땅히 살아가야 하는 방식이라고 믿는 바처럼 지금을 살아간다면, 바로 그 자체가 위대한 승리이다...
고.(291) 

시민불복종은 이론이고, 민권운동은 그 실천이다.
소로에게서 자연예찬 이상의 불복종을 얻어내는 하워드 진의 이야기는 어쩌면 '미국 민중사'에서 모두 읽은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칼럼집을 읽는 일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소로는 말한다. 흑인들의 권리는 국가의 법보다, 헌법보다 더 위에 있다고...
가장 고귀한 정신적 능력과 순수한 마음이 대표되지 않는 정부는 괴물과 다를 바 없다고...

역사는 언제도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 똑같은 비극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치졸한 역사 현상들은 과거 조선시대의 비극과도 다르지 않은 그것들이다.
임꺽정이나 홍길동이 부르짖었던 인권에 대한 이론이 아직도 이 땅에서는 천안함으로, 비리 검찰로 드러나는 것이다. 

진짜 적은 전쟁!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모든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폭력'과 '전쟁'이 용인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워드 진이 진정한 지식인임이 이런 지점에서 드러난다. 

"부잣집 아들들은 결코 베트남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 부잣집 아들들은 결코 천안함에 타고 있다 참변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원! 

전쟁은 우연히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며, 
인권과 별개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그는 명백히 보여준다.
<나는 판결이 두 개의 계급, 즉 억압받는 계급과 부유한 계급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억압받는 계급의 일원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오늘 이 피고석에 서 있는 이유입니다.>
사형 선고 직전 사코가 남긴 말이다.

이방인이며, 전쟁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죽어간 사코와 반제티의 사형 사건처럼,
불법인 인간은 없다는 그의 의견은 인권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무부' 아닌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관리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겹쳐지나간다.
불법인 인간은 없지만, 한국에 불법체류자는 엄청 많다.
어떤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그 불법 인간들은 유치장에서 불타 죽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죽어간 온갖 <부조리 속에서 산화한 넋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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