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두 교사의 교실 기록으로 들여다 본 초등학교
박남기.박점숙.문지현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정년이 현재와 같다면... 발령받은 지 40년 반만에 정년퇴직을 맞게 될 것이고,
이제 20년 반을 넘겼으므로, 내가 걸어왔던 길보다 내려갈 길이 짧은 셈이다. 

박점숙, 문지현 교사의 교단 일기를 묶은 책이다.
문지현 교사는 기간제 교사를 거쳐 '진짜(?)' 교사로 발령을 받았고,
박점숙 교사는 25년 정도의 경력 교사다. 박남기 교수는 베테랑 교사라고 하는데,
나는 글쎄, 교사에게 베테랑이란 말이 통할까? 하는 편이다. 

내 책상 앞엔 '축 당첨' 쪽지가 하나 붙어있다.
그 당첨 쪽지를 보면, 불같이 화가 난다. 그래서 좀 전에 휴지통으로 보내버렸다.
원래 전국의 3%만 실시하던 성취도평가를 어떤 미친 놈때문에 경쟁일변도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전국의 초6, 중3, 고1의 전수를 시험쳤다.
이 시험은 학생들의 다양한 측면을 측정하기 위해 주관식 문항도 10문항 가까이 출제하는데,
그 채점은 해마다 큰 일이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전국의 초중고 교사를 지원받아 2박3일간 합숙채점하곤 했는데... 

올해는 각시도 교육청에 맡겨 두고 말았으니,
일단은 주관식 채점의 '기준'이 시도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걸 맞추라는 이야기는 시험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의 말이다.
그래서 수능 마친 다음 날, 휴=3=3
13일의 금요일 오후 3시부터, 놀토와 일요일까지 낀
사상 최악의 출장을 부과한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차떼고 포떼고 4명이 추첨을 했는데, 내가 그만 '축 당첨'의 행운을... 

교단에 서서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알콩달콩 살던 초임 시절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10년 정도 경력 교사가 되면 아이들이 이렇게 까불지 않고 말발이 좀 먹혀들겠거니...
그때쯤 되면, 학교도 많이 민주화되고, 자율성이 부여될 수도 있겠거니... 

그러나 이제 20년이 훌쩍 넘어버린 올해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날이 갈수록 '교무업무시스템', '교무행정시스템', '온라인자료집계시스템', '전자문서시스템' 등 각종 시스템에 입력해야하는 아이디와 비번 기억하는 일조차 쉽지 않고,
신규때는 방학이 빨리 끝나고 아이들과 만나고 싶던 날들은 어디로 가고,
학기가 빨리 끝나고 아이들과 헤어지고 싶은 날들로 가득해 간다. 

그때나 이즈음이나 '언론의 교사 무시하기'는 변함이 없는데,
요즘엔 학생들마저 학교에 대한 불신과 무시가 커져만 간다. 

정권만 바뀌면, 마치 사교육이 무슨 '공산당이나 빨갱이'를 대체한 <이적단체>인 양 칼을 잡고 휘드르려는 꼴에 학교도 휘둘리곤 하는 모습은 슬프게도 아이들을 죽음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전투를 벌이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일기를 들여다 보면서,
초등학교는 전방위 교과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직도 있구나...
그리고 일기를 통하여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맛이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학급 공동 일기를 쓰고, 그것을 토대로 문집도 내고 한 적이 있다.
그것도... 일구덩이에 파묻히고 난 뒤론 물 건너 가버리고 말았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만 깊어진다. 

교사는 과연 성장하는가?
교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어떤 요인인가?
교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장학이라면, 어떤 장학이 학교에 필요한가?
교사를 평가하고, 수업을 평가하고, 우리 담임에게 별점을 매기는 것이,
과연 교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답답한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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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쪽. 인사치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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