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노폴리
벤 H. 바그디키언 지음, 정연구.송정은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미디어 모노폴리...는 원 제목이 새로운 미디어 모노폴리다.
모노폴리는 하나의 소리를 내는, 단성적인... 이런 용어인데, 미디어가 한 목소리만 내는 상황을 뜻한다.  

자, 이제 미디어법의 제정을 꿈꾸는 자들이 진정 원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를,
꼭 지옥을 가 봐야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겠다는 사람은, 한번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지옥의 조감도가 활활 떠오를 것이므로... 

아, 1부의 제목. 차이 많은 나라를 위한 차이 없는 미디어...란 제목을 보고,
캬, 어쩜 이렇게 멋진 제목을 붙였냐... 하고 감탄하다가,
곧, 우씨, 잘 사는 넘들이 더욱 잘 살기 위해서, 미디어를 정복하려는 추태를 눈앞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이 정권은 3권 분립을 해체해버렸다. 국회는 정부의 앞잡이이며, 사법부는 꼬붕이 되었다.
거의 기독교와 행정부의 일체화, 제정일치 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에 알맞는 미디어의 모습이라면, 당연히, 조중동이 중심이 된 방송 세계라야 한다.
그리고, 정연주를 내쫓은 한국방송, 피디를 구속한 엠비씨 작살, 와이티엔 구본홍 사수...
곧이어 미디어 법을 통한 조중동의 찬란한 방송 장악 씨나리오... 뭐, 광주 학살이라도 펼칠 거냐?  

1983년 미국 전역을 지배하는 미디어 회사가 50개였는데, 20년도 채 안 되는 동안 5개로 줄어들었다.
그 5대 기업이 뉴스, 라디오, 테비, 잡지, 도서, 영화를 모두 석권한다. 무서운 일이다. 

그 결과는 미국 정부가 행하는 온갖 악행이 가려진다.
국민들은 판단의 근거를 잃어버린다. 간혹 촘스키나 하워드 진같은 진보주의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미디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늘 미국의 정의 이야기이고, 이슬람에 대한 분노의 이야기다.
미국인들은 깜짝 놀란다. 9.11에 대하여...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지?" 
"도대체 왜 우리를 미워하는 거야?"(150)

군산복합체 국가로서의 우사(USA)가 늘상 수행하는 추잡한 전쟁.
거기엔 피할 수 없는 거짓말과 속임수, 그리고 건망증을 위한 보도가 따른다. 무섭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읽으며 몸서리치던 것이 새삼 떠오른다.
더욱 많은 이들이 미국 민중사를 읽어 보기 바란다.   

소수 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대중 정보를 통제하려고 하는 시도는 미디어가 자신의 이윤 극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는 뉴스를 생략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는 약화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청와대에서 강호순 엽기 선정적 방송으로 용산 참사 방송을 막은 짓도 뭐, 유사한 행위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미디어들의 통제에 의하여, 국민들은 알 기회를 놓치게 되고, 아니 오히려 정부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하여 잘하는 일로 착각하게 되며, 결국 투표를 엉터리로 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 다는 데 있는 것이다. 무섭고 무서운 일이다. 

이 정권이 저지르는 막장 정부로서의 행태에 대하여, 무지한 국민이 뽑았으니, 당해도 싸다...는 의견을 내세워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민들은 IMF 이후로 경제적 파산의 공포에 싸여 있었고, 이것을 이용한 언론플레이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켜 버렸다. 결국 괴물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국민의 손'이었고, 제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도 바로 '제 손'이 되어버린 셈이다. 무지한 민주주의는 몽테뉴가 걱정했던 대로... <머리가 없이> 손발이 고생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무지함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모노폴리>다. 

갈수록 광고주(대기업)의 부패는 포착이 어렵도록 미화되고 감추어진다.
모든 기업인은 선하며, 모든 다툼은 인간적이고, 기업인은 대단하다. 성직자는 완벽하며, 시가를 피우는 자들은 관대하고 우아하며 건강하고 젊다. 미디어에 비치는 미국인의 생활 방식은 비판의 여지가 없다.(328) 

새해가 왔건만 기류는 변하지 않았고, 봄은 왔건만 아직 날은 춥기만 하다.(이거 뭐, 낮엔 한여름인데...) 

용산에서의 참사에 대한 일언 반구 사과도 없이, 미디어법은 잠시 미루어졌을 뿐, 정부가 두려워하는 봄이 다시 돌아왔다. 잔인한 사월.
4.19의 총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4.13 호헌 선언으로 6월 항쟁을 촉발했던 87년의 봄이 떠오른다.
작년 4월도 찬연한 꽃들의 웃음 사이로, 잠좀 자자, 밥좀 먹자던 여중생, 여고생들의 귀여운 피켓으로 꽃무리졌더랬다. 

미디어 법의 미래가 진실로 궁금하실 양이면, 이 책을 반의 반의 반만 읽어 봐도 충분할 것이다. 

이 책은 프로메테우스의 편집자님께서 보내주신 책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씩 읽다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게 되었다. 좋은 책을 고맙게 읽었다. 

이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미국 민중사 1,2를 모두 읽어 보시면 좋겠고,
한홍구의 대한민국사와 이번에 나온 <특강>도 읽어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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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09-09-2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미국 민중사를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참 많은 책을 참 열심히 읽어주시는 글샘님 같은 분 때문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으로 편집을 합니다. ^^

글샘 2009-09-22 13:11   좋아요 0 | URL
즐거워서 읽는걸... 뭐 두려워 하실 것 까지야... ^^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