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 그린비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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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언어학자이자 심리학자, 사회학자...로서 어느 한 분야 치우치지 않는 현대의 행동하는 양심이자 지성의 대표라고 할 것이다. 열흘 정도 쉬는데 읽을 책을 열 권 정도 빌려왔다. 다 보고 끝에 남은 책이 이것이었다. 좀 딱딱하니깐. 역시 딱딱한 책이었지만, 읽는 재미는 있었다. 촘스키는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팔레스타인의 두정부 수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아나키스트였다. 그리고 그는 이십대에 자기의 학문적 기틀을 가진 천재였다.

촘스키와의 대화를 인용한 편지글들을 보면, 촘스키의 인간됨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천성적으로 정직한 사람이다. 유홍준의 정직한 관객이란 책이 있다. 광주 비엔날레의 허접쓰레기같은 설치 미술들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는데, 어떤 촌로가 '에이, 미술 전시회라드만, 볼거 하낫도 없네'했다는 이야기를 인용하며, 우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아는 체 하는지, 미술 감상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님을 꼬집은 말이다.

촘스키의 정직함은, 누구도 포스트 모더니즘을 '자명한 이치를 놀라운 것으로 간주하여 갖가지 어휘로 포장하는' 지식인의 허위의식으로 꼬집는다. 그가 언급한 자는 부르디외라는 사람인데, 이 작자는 조선일보가 너무도 사랑하는 철학(?)자이다. 홍세화의 글을 읽어 보면, 별로 잘난 것도 없는 인종인 모양인데, 극우의 대표자로 잘 인용되는 모양이다.

'나는 다른 어려운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두들 '임금님 옷은 화려한 비단 옷'이라고 극찬해 마지 않을 때, 내 눈에 비치는 임금님의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뭐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지...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감동적인 면은, 로버트 바스키의 정치한 노력에 있다. 여섯장의 참고문헌과 아홉장의 찾아보기 목록은 그가 얼마나 촘스키의 전기에 천착했던가를 느끼게 한다. 올 여름의 독서 여정의 마무리에서 칼칼한 된장찌개를 맛본 흐뭇함을 안겨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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