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의 세상보기, 개정증보판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글은 재미가 있다. 우선 동물의 세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99% 이상의 침팬지 계열의 동물로서 역사를 살아 왔고, 아직도 동물만도 못한 인간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를 보는 눈도 날카롭다. 그런데, 이 책의 단점은, 제목에서 이야기 한 대로, 이야기가 너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도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국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사회 현상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는데, 정치도 흔들흔들, 경제도 비틀비틀, 사회는 뒤죽박죽, 문화는 난장판인 경우를 엄청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보면서 최교수는 동물만도 못하다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사실 생물계의 원리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일 수 밖에 없다. 인간도 생물계의 아주 작은 터럭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리 나라의 아무 생각 없는 환경부는 대충 대통령이 아는 여자들로 메꿔주지 않던가. 아니면 환경단체는 무조건 '반대'하는 이상한 집단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그러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만경, 동진강 하구의 갯벌 새만금 간척지를 '콩코드 오류'(콩코드 여객기를 개발하던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어느 시점에선가 사업을 계속하면 반드시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계산을 손에 쥐고서도 이미 투자한 자본이 아까워 멈추지 못한 사례에서 따온 이론)를 범하고 있는 어리숙한 정부를 무얼 믿고 살 것인가. 우리가 조금만 걸어 봐도 흙냄새 풀나무 향기 가득한 산야를 파헤치고 조금 더 일찍 달려 보겠다고 고속철도를 놓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하겠다는 속셈인까.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에서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 인간이 무엇이길래 감히 자연 앞에 건방지게 설 수 있겠는가. 그 말 또한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놓고 보는 이원론이 아닌가. '드디어 적을 찾았다. 그런데 그는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라는 표현처럼 겸허한 자세로 자연 속에 다시 서야 할 때임을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책으로 내기엔 너무 칼럼 냄새가 짙은 것은 옥의 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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