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6
막스 뮐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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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일인의 사랑은 앞 부분만 몇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읽어야지 하다가 무위로 그친 기억들... 대학 시절 붓글씨 써클에 나가면서 늘 한 시간 정도 먹을 그득히 갈아 놓고 강건너 술집으로 가 버렸던 기억처럼, 읽다 만 책을 요즘은 읽어보고 싶어진다. 마리아라는 여인과의 이야기.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속에 나오는 시들과 소네트들(한 행이 10음절이고 14행으로 이루어 진 정형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려면 이 작품을 독일어로 읽어야 할 것 처럼 느껴져서 독일어로 조용히 낭송해 보려 했지만, 실력이 짧아서 부드럽게 운율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강렬한 줄거리와 갈등이 없지만, 잔잔한 언어들의 조직이 생동감 있다는 '시적 산문'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제 다 읽고 나서는 좀 허망하다. 그의 어린 시절 초창기의 추억들을 읽을 때는 해피엔딩을 기대했었는데, 역시 낭만주의 영향인지 죽어 버리고, 상심의 아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가지려는 결말은 왠지 삶에 대한 덧없음을 보여주는 듯해서 아쉽다. 작품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우리 사는 게 아쉬움의 반복인 듯 해서 하는 소리다. 중간 중간 만나게 되면서 자기의 사랑을 키워가는 주인공과 마리아는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뮐러의 어휘들의 편린들이라도 우리 말로 느낄 수 있어 행복하였노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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