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송두율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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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정동영을 지지하는 10%대는 크게 늘지 않을 거라 나는 생각했다. 권영길이 새로워보이지도 않는다. 권영길과 민노총과 전교조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왕따'당할 것 같다. 그런데... 이회창이 나왔다. 뜬금없이...

이회창이 내세운 기치는 단 하나인 것 같다. 이명박으론 안 되겠다... 뭐, 이런 거. 한국 정치판과 선거가 어차피 정치적 견해란 없는 이전투구판이고 세력 싸움이긴 했지만, 아무 '정책'도 없이 3수에 뛰어든 이회창의 정치적 행보는 한국 정치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년 전, 송두율이란 '징그러운 이름'이 온갖 매스컴을 뒤덮던 때가 있었다.
아마 송두율이란 이름을 듣고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사람이라면 '피디수첩'을 들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민노총, 한총련, 전교조'는 어때? 비슷한가? ㅎㅎㅎ

송두율이 어떻게 감옥 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돌아갔는지... 그 사건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그렇지만, 그 사건이 국가보안법의 야만적인 모습을 얼마나 잘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당당하게 떨쳐 일어선 <보수를 참칭한 훌륭한 가진자들>의 세력이 그 해 겨울, 국가 보안법을 얼마나 힘겹게 지켜냈는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겁도 없이 쓴다. 뭘 잃어버렸단 거지? 뭘 되찾겠단 거지?

<한 개인이, 그것도 37년이나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던 학자가, '민주 인사'로 초청되어 간첩이라는 부당한 혐의로 10개월간 반인권적 구속 상태로 있으면서 쓰레기 신문들의 근거없는 유죄판결과 인격적 모욕을 뒤집어쓴 사건>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이런 야만적인 사건이 백주대로에서 일어난 것은 '국가보안법'의 형형한 눈빛 때문이다.

2심 판결문에서 '40%가 확신이고 60%가 심증인 간첩 내지 친북행위자'라는 말을 읽고 눈물이 나려 했다. 이런 판사도 있었구나. 확신과 심증 100%로 간첩을 만드는 법. 송두율씨가 저명한 학자였으니 하버마스란 스승도, 귄터 그라스도 구명 운동을 벌였지... 일반인이었다면 언제 사형당했을는지도 모를 일이지...

외국의 학제도 모르면서 '대 학자'를 '시간 강사' 운운하고, 대학 도서관의 사서의 지위도 모른 채, '가난한 사서 아내...'운운한 엘리트 검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이 나라의 치부가 너무도 벌겋게 드러난다.

생태 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개구리 법칙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다.
상온의 물에서 헤엄치는 개구리는 물이 서서히 데워지는 줄도 모르다가 죽지만, 그 개구리가 뜨거운 물에 던져지면 뛰쳐나갈 것이라는... 환경 오염의 결과는 서서히 데워지는 물과 같은 결과를 낳을 거라던...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마취시켜온 '지식'은 사람들을 천천히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이게 국보법의 무서운 점이다. 레드 컴플렉스의 장구함...

'다름의 공존', '과정으로서의 변화'같은 '경계'의 철학을 연구하던 학자에게, 정말 경계에서 얼쩡거리다 너 한번 죽어 볼텨? 뜨거운 맛을 볼래? 꼭 죽어 봐야 지옥을 알겠어?하며 달려들던 악머구리들이... 송교수가 독일로 돌아가고 나서는 찍소리도 없는 걸 보면... 이 야만의 나라의 썩은 신문들은 참 너그럽기도 하다.

새삼 송두율 교수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 느끼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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