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김수남 사진굿
김수남 사진, 고운기.양진.백지순 글과 사진 정리 / 현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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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권좌를 틀어쥐고 정통성도 없는 주제에 한 일은, '전통과의 단절'이었다.
음력을 쓰지 못하게 하고(이런 건 정말 친일파같은 짓거리다.) 설과 추석을 없애버렸으며,
각종 무속을 금지했고, 새마을 운동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뒤집었다.

그 와중에 전통 의술은 잘날 것도 없는 양의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불법 의료 행위로 규정되어 맥이 끊겼고, 무당은 '미신'을 믿는 또라이들이 되고 말았다.

정통성도 없는 주제에 그 다음 권좌를 틀어쥔 전두환이가 한 일은, '전통의 계승'이었고.
국풍이라는 둥 난리 부르스를 떨기도 했지.

민속사에서 김수남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찍으면 남산 밑을 들락거리던 시절이었는데, 무당을 찍는 사진은 뭐 별로 정치성은 없어보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열화당에서 '한국의 굿'을 그것도 20권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덕이 크다. 아니, 그가 한번 쓰러졌던 영향도 클 것 같다.

술꾼이어서 무당들과도 잘 어울리고, 무속을 잘 이해하며 눈물을 천둥천둥 흘리던 사람.
그래서 그가 사진기를 들이밀어도 밀쳐내지 않는다던 사람.

이런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필요한데...
그는 영어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고, 컴퓨터로 사진을 보정할 줄도 몰랐는데...

세상에는 영어 잘 하는 사람만 필요한지, 사람 사는 것의 중요함은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생각한다고 남산 아래로 보내던 시절도 아닌데...

다만, 이 책이 사진에 인색한 점은 아쉬운 마음 크다.
김수남을 회고하는 책인데... 사진이 인쇄되지 않은 페이지 조차도 두꺼운 종이를 써서 책이 묵직하게 한 점을 김수남은 싫어할 듯 싶다. 덕택에 책값은 35,000원이나 나가게 되었지만, 책값에 비겨 내용이 가볍다. 아쉽다. 김수남의 사진들을 실컷 보려 빌려온 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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