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의 역사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피카소의 명작으로 게르니카를 꼽는다. 에스파냐의 독재자 프랑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국민에게 폭격을 퍼붓는다. 독일 비행기로... 나는 피카소가 전쟁을 혐오해서 그 작품을 남겼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유럽인들은 검둥이나 노랑둥이들에게 폭격을 퍼붓는 일은 재미있는 일일 따름이었다.
게르니카가 충격이었던 것은, 그래서 피카소가 그렇게 놀란 것은, 그 폭격이 유럽인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쏟는 폭탄들은 유색인종을 위한 레퀴엠이었던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기록한 학살에 대하여 저자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정말 많은 재료들을 스크랩했다.

그 스크랩들을 얼기설기 조합한 것이 이 책이다. 그 스크랩의 많은 부분은 소설이고, 많은 부분은 사실이다.

사실이든 소설이든 바밍 bombing의 아래 화약 연기 속에 스러진 것들은 유럽인이 아닌 유색인종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충격적인 책이다. 원자탄에 스러져간 일본인들도 유색인종이란 죄로 그 폭격을 당한 것이다.

군사적 목표물이라도 민간인을 해치게 되면 폭격할 수 없다...는 조약은 각국의 반대로 국제법이 될 수 없었다.

어떤 소설에서 <만일 전쟁이 불가능해지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은 곧 인간의 멸절을 초래할 것이란 것이다. 안 그래도 자연 파괴는 인간의 멸종을 앞당기는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는데, 핵전쟁은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별의 생물종을 멸절시킬 능력이 충분하다.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에서 미군 비행기가 쏟아부은 폭탄으로 수백만이 죽었고, 북한 주민이 수백만이 죽었다. 그 폭격은 다시 아프간과 이라크로 이어졌다. 사막의 폭풍, 그 충격과 공포...

불타고 신음하고 울부짖는 공포의 도가니를 백색 인종 조종사들은 볼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은 버섯구름 아래서 일어나는 저열한 유색 인종들의 일이었으니...

역사란 바라보고 싶은 것만을 적은 책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준 책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한국 전쟁 문서 중에 6월 전쟁과 낙동강 전선까지 신속한 후퇴, 접전과 인천상륙 까지가 시나리오로 계획되었다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허허... 세상 사는 것이 도통 요지경 속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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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4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11-2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ㄷ님... 한국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절이라 볼 수 있죠.
저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날들입니다만, 오늘은 푹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