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스티븐 헤렉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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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내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산다는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어느누구도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려줄 순 없을게다. 인생을 고군분투하며 살아내야 할 우리에게 멀리서 인생을 관조하며, 인생에 대해 정의할 여유따윈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그나마 어느 순간 인생을 정의하고, 인생을 가치매김할 시간이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죽음이라는 문턱 직전에 서 있을 경우일 것이다.

'난 잘 살아 왔는가?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 왔는가?'

비록 겪어보진 못했지만, 영화나 소설설에 등장하는 죽기 직전의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며 가치매김하려 든다.

레이니도 마찬가지였다. 거리의 노숙자인 예언자 잭에게서 자신이 일주일 후 죽을거라는 예언을 듣고선, -더군다나 그것과 함께 예언한 많은 일들이 정확히 그대로 실현되는것을 겪으면서-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항상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신경쓰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레이니였지만, 죽음이 눈 앞에 임박하자 자신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회의에 빠져든다.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자신이 꿈꿔왔던 성공을 이루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헬스클럽에 가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해 양상추샐러드만 먹고, 항상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게 제대로 살고 있지 않는 것일까?? 아님, 그런 모습 이면에, 가족과의 문제,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문제. 그런 것들 때문에 그녀의 인생이 공허하게 그려지는 걸까?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는게, 어떤것인지 난 잘 알 수가없다.

레이니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이 노메이컵에 파자마를 입고 인터뷰현장을 락콘서트장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속의 진정한 자신을 분출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유쾌하기까지 한 이 로맨틱 코미디에 이런 진지한 이야기는 적절치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영화의 흐름을 쫓아가도 화려한 안젤리나 졸리의 외모에 밝은 화면(나는 특히나 이런 밝은 화면이 좋다.) 가끔씩 나오는 자잘한 코미디들. 이런 것만으로도 영화를 즐기기엔 충분하니까.

하지만, 모든 성공을 보장 받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위해 멋지게 돌아서는 레이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게 뭘까?? 정말로 원하는 걸 죽기전에 찾을 수가 있기나 한 걸까?? 라는 의문의 끈을 놓을수가 없었다.

영화속의 레이니는 원하는것을 찾았지만,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가벼운듯 경쾌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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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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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심 우주여행이라는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탐구심은 끝이 없지만, 모든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인간의 기술력도 우주여행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우주안의 어느 행성 하나를 골라 이주한다는 생각은 더없이 비현실적으로만 생각되었다.

그러던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주여행이라는것,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라는과업이 일어날 일, 아니 꼭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 일들은 나의 세대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여전하긴 하지만 말이다.

인류 최초로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난 우주비행사들은 하나같이 지구라는 우리의 삶의 터전이 얼마나 연약해 보이는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마치 한손에 쥐고 조금만 힘을 주면 으스러지는 푸른색으로 채색된 속이 텅 빈 유리 구슬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연약해 보이기만 한 지구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세살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환경오염은 더욱 심화 되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예전에는 모르던 떠돌이 혜성 충돌의 위기, 시간이 지날수록 확장되는 우주안에서의 지구 위치의 변화.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마도 지구라는 행성위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지구자체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어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변화 개조시키기가 불가능한 일들이 될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더 이상 지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생성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여행이라는것,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얼마나 중대한 학문인가란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지금 그나마 지구에서 가까운 금성이나 화성이 먼 훗날에는 우리가 살 수 있는 별로 변모되어, 인류는 그곳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별들에 대한 정보를 먼저 체계적으로 모아야 할 것이다.

암스트롱이 달에 한 발자욱을 내민뒤로는, 우주에 대한 관심이 하락 일로를 달리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우주가 대중들의 관심사는 아닌것 같다. 하지만, 더 먼 앞날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창백한 푸른점 우리의 지구를 더 오래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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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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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여행에 대해서 환상과 동경을 가지는데 반해, 난 그다지 여행을 동경하지 않는다. 기묘한 풍물을 보고,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것이 신기하고 흥미롭지 않을리 없지마는, 몸이 게으른 탓인지 아니면 성격자체의 이상인지 여행은 나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일인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던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서 여행에대한 동경을 열렬히 갖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것은 아니다. 분명, 사람손에 길들여지지 않는(엄밀히 얘기하면 이런것도 아니지만) 자연속을 걷는다는것은, 쉽진 않은 일일것이고, 새로운것과도 많이 조우할 수 있을것이며, 알지못하기에 더욱 두려울 테지만,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후에는 정말 가슴 뿌듯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책은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준듯하다. 충동적으로 이유를 만들어가며, 애팔레치아트레일 종주를 결심하는 작가의 모습. 막상 떠나기 며칠전 이런저런 어려움을 깨닫고 두려워하는 모습.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의 어리숙한 모습.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며 떠나는 험난한 여정. 중간중간 보상처럼 주어지는 행운들. 여행의 후유증.

아마, 이 여행이 잘 끝나고, 그걸 회고하는 내용이었다면, 그 감동은 덜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더욱더 맘에 와 닿았던 것은 결국은 트레일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에서였던거 같다. 완벽하지 못함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여행을 떠날 생각도 갖지 못하고, 책을 붙잡고 앉아있던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일까??

어떤 이유였던간에, 완성되는 것만이 여행의 묘미는 아니라는 것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그들은 종주를 완성하진 못했지만, 트레일을 걷는 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으로 충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빌의 친구 카츠에 대한 이야기. 어리석어 보이고,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것 같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정감이 가던 캐릭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난 여전히 길을 잃을지도, 야생동물로부터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는 숲길을 내 몸의 절반만한 배낭을 지고 걷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이 느꼈다던 자연의 거대함과, 신비함과 아름다움, 그가 흘렸던 땀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한다면, 정말 어이없는 욕심이겠지,싶다. (하~ 생각해보니 이게 여행에 대한 동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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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흥미롭고 좋더군요..
 
인연 - 반양장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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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지 만 하루가 지난후에, 다시한번 서문을 읽는다. 그는 산호(珊瑚)와 진주(眞珠)를 소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산호와 진주는 너무나 깊은 바닷속에 있다. 파도는 거세고 바다 밑은 무섭다. 그는 고작 조가비와 조약돌을 줍는다. 그가 직접 찾은 것들이기에 가엾기도 하고 가끔은 고운것 같기도 하다. 그는 산호와 진주를 소원하고 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단지 그는 그가 모은 조가비와 조약돌에게 '산호와 진주'란 이름을 지어준다.

난 무엇보다도 이 서문이 참 좋다.(그냥, 좋다가 아니고 '참 좋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수필들을 읽는 내내 '참 좋다'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어린아이 같은 철 없는 마음. 때론 성인군자같은 너그러운 마음 씀씀이, 때론 삶의 무게에 괴로워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 그 모든게 여기 한권에 다 들어 있었던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는 마음속의 모진 마음들이 눈 녹듯이 다 녹는게 느껴졌다. 내가 느끼던 일상에서의 번뇌들이 한없이 보잘것 없게만 느껴졌다. 이런 마음만 가지고 산다면, 세상에 악독한 일이 일어날 틈이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못된 마음을 오히려 우대하려 애썼던 위악적이고자 한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산호와 진주를 꿈꾸던 그는, 산호와 진주를 얻는거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주워 모은 조가비와 조약돌에게 산호와 진주란 이름을 지어준다 했다. 부끄러운 노릇이었다. 난 내가 주워 모은 조가비와 조약돌을 얼마나 무시하고, 부끄러워 했던가? 없으면, 아쉬워 하면서도 산호와 진주처럼 대해줄 생각은 못했다. 어차피 산호와 진주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인데도.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분명 잘생기진 않았을지라도, 아름다운 얼굴일 거라 상상이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을 썼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만 하루가 지나면, 힘들기만 한 세상살이를 또 하루 겪고 나면, 혼탁한 마음을 비우기 위해, 난 이 책의 서문을 읽고 또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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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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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이란 곳을 가 본 적이 없는듯하다. 예전에는 흔한 곳이었을텐데, 나에게는 그런 곳을 들락거릴 기회가 없었다. 주변에 헌척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날 헌책방으로 인도해줄 지기도 없었다. 어느 순간, 헌책방이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알게 되었지만, 그러고서도 헌책방이란 곳을 가 볼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내게 별 고려 대상도 되지 않았던 헌책방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은 새삼스레 환기시켜 주었다.

사실 이책은 헌책방마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리처드 부스의 자서전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란 제목이 붙은 것은, 리처드 부스의 삶이 책(헌책방 마을)을 제외하고선 전혀 고려되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거다. 사실 '리처드 부스'란 인물은 그다지 평범한 경향의 사람은 아니었던거 같다. 제도권 안에서 어느정도 규칙을 준수하며, 몰개성적으로 별 특징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흔히들 아웃사이더 라고 말하는 사람의 종류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워낙에 생각하는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에,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웨일스의 헤이온와이라는 시골 마을에 헌책방을 낼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아마도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면, 전혀 생각지도, 시도하지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보기엔, 그의 시도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의 발로였던듯하지만, 그 시도는 또한 뜻하지 않았던 성과를 거두어 들였다. 그의 무모한듯해 보이는 시도를 시작으로 헤이온와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마을로 거듭 태어났으며, 대자본을 가지고 들어서는 대형마트들에 의해 점차 침식되어 시골마을의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을 헌책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서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헌책의 새로운 정의를 아십니까? 대형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헌책입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겠다고 섣불리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 책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의 책읽기 성향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제목에서조차 '책'이 들어가는 책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 책 또한 리뷰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비록 읽는 시점이 그리 이르진 않았지만, 어쨋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조금은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 없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 헌책방을 낼 생각을 하는 리처드 부스의 아이디어는 기발하다 못해 무모해 보이기 까지 하고, 책 페이지 마다 가득한 그의 생각들은 정말 유머러스 하긴 하지만,(특히나 그가 헤이온와이의 왕으로 등극하면서, 만든 왕관이라던가, 망토 지휘봉등은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 더 황당했던건, 나중에 그걸 사람들이 인정한다는거. 세상은 정말 넓고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가졌다는걸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이 책 자체의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질서없이 혼란스러웠던것 같다. 책의 내용 내용은, 그가 만났던 에피소드만을 잔뜩 나열만 해 놓은채, 일관성 없는 서술만이 계속 이어졌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지루했었던게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강원도 영월에 책마을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게 시도로만 끝날지,책마을이 생긴다면, 그건 분명 아름다운 마을이 되겠지만, 그 시도가 우리나라라는 장소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어느 모 프로그램에서 캠페인을 벌이듯이 독서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책 마을 아닌 책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비교적 책을 좋아하는 편인 사람으로서, 해본다.

'결국 세계는 한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말라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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