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현 공산주의 정권은 일절 아무런 관계도 없음에도 ‘중국‘이라는 카테고리를 남용해서 일체성을 위조하여 강조한다. 그리고 춘추시대의 공자와 21세기의 시진핑을 어떠한 형태로든 연결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기만이다.
도덕을 꺼내서 자기의 권위를 부여하려고 꾀할 때 항상 니힐리즘은 거기에 잉태된다. 전쟁 전의 일본이 ‘도의의 대일본제국‘을소리 높여 외칠 때 거기에는 강렬한 니힐리즘의 느낌이 감돌았다.
도덕성을 강조할 때 일상과 도덕에 괴리가 발생하며 그 틈으로 니힐리즘이 침투한다. 사람은 자기 국가나 공동체의 도덕성을 믿고 싶지만, 믿기 위한 증거는 전무하고 대신 고대의 ‘성인‘의 말만있다. 이것을 믿는다고 해도 현대 중국의 지식층에게는 무리이다. 그러나 믿는 시늉은 해야 한다. 니힐리즘은 진행되어 흰개미처럼 국가의 가람(伽藍)을 좀먹어 간다. - P107

한국의 니힐리즘은 기본적으로 자기 역사를 직시할 수 없는 부분에 발생한다. 이것은 중국, 북한, 일본에도 공통된 사항이지만 한국의 경우, 역사 인식 그 자체가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기에 허위가 활개를 친다.
주자학적 전통과 대일본제국의 ‘도의국가‘라는 컨셉의 영향을 받아 한국은 자신을 도덕적인 국가, 정의로운 국가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이 도덕이라거나 정의 같은 개념이 위험한 것이지만, 한국인은 그 위험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일상생활과 다른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개념이 일상을 지배했기 때문에 국민의 삶은 소외된다. 이념이나 정책 때문에 한국인의 인생은 헛되다.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다른 요인은 경제발전 지상주의라는 병폐이다. 한국 국민은 삶 자체를 살기보다 반대로 정의니 경제니 하는 개념이나 이념에 따라 사는 역전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나라의 생명은 정의와 경제이며 국민은 그 생명을 위한 수단이라는 역전현상이다. - P109

"일본은 제대로 된 일류 국가이다"라는 긍지를 가지면 좋지만 이런 인식 때문에 국가에 관한 모든 사고가 정지하면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수도 좌파도 이러한 "일본은 제대로 된 국가"라는 환상이 너무 강하다.
사실 일본에 사는 사람 누구나 자국의 수준이 낮다고 느끼곤 있으나 큰 소리로 말할 수 없었는데, 코로나라는 상황 속에서 허둥지둥 실효성 낮은 대책들만 내놓으면서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일본인은 일본 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이라는 국가가 정상임을 증명한다는 사고방식에 너무 익숙해졌다. 그런 사고방식에 따르면 불안정한 움직임 자체는 국가의 흠으로 인식된다. 물론 법과 사회의 안정성은 중요하다. 한국처럼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예를 들어 자기들이 만들지도 않은 헌법을 절대로 건드리면 안 존재로 간주하여 아무것도 손대지 않아야 ‘정상국가‘라고 생각하는 수구지상주의(좌파와 리버럴)가 일본 사회에서 너무 큰 힘을 갖고 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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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덕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덕분에 한국은 50년 동안 경제성장을 겪고 안전을 보장받은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보세력이 그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모르거나 부정하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진보세력은 미국이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반발도 하지 않고 따르기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제는 성장한 한국의 국력에 걸맞게 대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 P79

돌이켜보면 한일 월드컵 때도 한국인은 ‘이익‘이라는 단어를 많이 말했다. 이 대회는 한국의 국력을 세계에 명시할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무대라고 언론에서 많이 외쳤고 국민으로부터도 그러한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여기에는 유교 사회에서의 도덕관이라는 요소가 여실히 나타난다. 즉 유교도덕이라면 이익을 배제한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해라는 사실이다. 의와 이의 쌍방을 다하는 것이 유교의 본래 이상이다.
그것은 유교 안에서 가장 엄격한 도덕주의와 동기주의를 내세우는 주자학에서도 그러하다. 애당초 의만 추구하고 이를 버리면 유교가 아니게 되고 만다. 유교는 현실 정치와 행정을 올바르게하려는 사상이지, 수도원 사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확실히 주자학이란 사상은 유교 중에서도 의를 강조하고 이에는 엄격하다. 하지만 3장에서 말한 ‘북학‘은 똑같이 유교에 속해도 주자학보다 훨씬 공리주의적이라서 이러한 요소가 전면에 나오면 한국인은 의와 함께 이(利)를 거리낌 없이 말한다. 그러한 유교 세계관에 단련된 한국인의 감각과 전후 일본인의 ‘청결 절대주의‘의 감각은 꽤 다르다. - P81

북한의 근본 사상인 주체사상은 원래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을 체결한 후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자주성을 잃을 뻔했을 때 김일성이 외교적 입장에서 자국의 주체성을 내세우면서 탄생했다. 이후 주체사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토대를 다져 혁명도덕으로 무장한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라고 말하게 되었다. 특히 현실 외교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굳건한 저항자세를 보이는데, 악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도덕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는 파탄났고 정치는 다른 나라에서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이지만, 한국인이 봤을 때는 주체사상은 종북 세력이 아니라도 도덕을 지향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좌파인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고 한국인의 심리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역대 보수정권의 가장 큰 약점이 자주성, 그 중에서도 역시 일본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보수는 일본과 타협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기에 북한에 국가의 정통성이 있다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랐으니 국가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다고 분명히 생각하겠지만 마음속 깊숙이 "일본을 상대로 저렇게 버티다니, 북한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만약 주체사상을 버린다면 북한은 사라진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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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으로서 북학파와 친일파가 같은 패턴에 속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야만스럽고 사악한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여 지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는 일본을 좋게 평가하고 배우려고 했다. 이만큼 정통성과 정당성이 결여된 무리는 없다. 북학파를 규탄한 집권당 노론 사대부의 생각과 친일파를 규탄하는 해방후의 항일파의 생각은 같은 유형이었다. - P60

원래 유교는 의(義)와 이(理)를 둘 다 지키는 사상이다. 하지만 원리주의화한 주자학에서는 이가 아닌 의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좌파의 정통성 관념도 박정희 정권이 한국을 경제를 발전시킨 사실은 일절 호평하지 않고, 지식인이나 민중이 어떻게 사악한존재 (일본, 제국주의, 군사정권, 미국 등)와 투쟁해서 정의를 지켰나는 동기의 순수성만을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런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통성보다도 북한의 정통성 쪽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힐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에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태도를 보여줬지만, 북한은 그러한 행위를 일절 하지 않고민족의 주체성을 굳게 지켰기 때문이다. 북한 민중이 굶주리고 있는 사실보다도 제국주의와 고독하게 투쟁하는 도덕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사고이다. 한국의 소위 진보 세력이 북한에 항상 빚을 느끼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 P61

한국에는 이러한 이중성이 있다. 즉 한쪽에서 자국의 발전을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최대로 회전시켜 밤낮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러한 합리성을 일절 좋게평가하지 않고 그저 도덕적 정통성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대부형 지식인 엘리트 및 시민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둘이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에서 근대가 끝나고 포스트모던이 시작된 시기로 이해하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이래, 기본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북학의 축‘이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동학의 축‘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와서 내면적으로 도덕적 정통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경제발전을 달성한 한국인이 제일 속 시원하게 여기는 도덕적인 ‘고향‘으로 원점회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의 ‘사대부화‘라는 현상이며 사대부화가 좌경화와 조금도 모순되지 않는 논리적 이유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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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만드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표가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은 왕조(유교적) 전통에 의해 ‘도덕‘이 가장 중요했다고 할 수 있고, 일본에서는 봉건적(비유교적) 전통 때문에 ‘법‘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의견을 뒷받침하는 사실로서 한국 사회에서는 반도덕적 행위에 대한 혐오가 가장 강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혐오가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자치는 "우리가 만든 규정을 지킨다"는 생각에서 성립한다. 하지만 도덕은 법이나 합의에 따라 일단 형성된 안정성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있다. - P33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쉽게 일반화해 버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당초에 "일본에서는 법을 중시하고 한국에서는 도덕을 중시한다"는 인식을 내세웠지만, 이 경우엔 한국을 멸시하거나 경시하는 시선은 없다. 그런데 일본의 혐한파는 이러한 인식에 근거하여 한국을 멸시한다. 이것이 위험하다. - P34

한국 사회가 품은 거대한 문제 중 하나로 ‘재벌‘이라는 존재의 폭력적일 정도로까지의 자기중심적 행세가 있다. 재벌은 한국이 경이적 경제성장을 맞이하여 선진국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치였다. 하지만 그것은 ‘개발독재‘라는 구시대의 압도적 자원집중의 폭력성과 나란히 달리는 장치였다. 그러니까 개발독재 시대가 끝나면서 어떤 의미에서 역할을 마쳐야 했다. 특히 진보적인 정치가나 지식인들로부터 철저하게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예를 들어 삼성이나 LG, 현대 같은 재벌이 없었다면 중국이나 일본과의 혹독한 경제경쟁에 승리할 수 없다는 의식도 갖고 있다. 그런 의식의 존속이 재벌기업의 병리를 오래 지속시켜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 P41

1960년대부터 50년 이상 이상하리만큼 속도를 강렬하게 올린 한국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이미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었는데 30년 동안 속도가 안 올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된 일본 사회와 정반대로 사고가 정지되었다. 한국 사회는 속도를 너무 올렸기 때문에 무언가 생각을 하려고 해도 토대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은 사고가 정지되었다. - P43

일본의 근대에도 이러한 봉건체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본인은 반권력적 지향성이 약하고 법을 금과옥조처럼 준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덕은 법의 벽을 쉽게 돌파할 수없다. 이러한 사고가 근대 이전 사회의 ‘전체 중간층화‘에 반영되었는데 봉건자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반대로 근대까지 왕조체제의 흔적이 남았다. 한국인은 반권력적 성향이 강하고 법보다 도덕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자치관념이 희미하고, 한번 결정한 사항을 지키는 것보다 자기보다 위에 있는 인간이나 조직에 끊임없이 정당한 불평, 불만과 요구를 하는 지향성을 갖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치형인 일본 사회에는 ‘외부‘가 없으나 반자치형인 한국 사회는 항상 ‘외부‘를 향해 계속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 P48

일본에서는 법실증주의적 의식이 메이지 시대부터 강하게 뿌리내렸다. 이것이 관료지배를 아래에서 지탱하게 되었다. 법보다 상위의 개념은 없으며 그 법을 관료가 해석하고 또 입법을 실증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확실히 서양에서 온 법치라는 개념은 일본에 제일 먼저 침투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 반대로 민주주의의 기능부전(관료지배)이라는 현실이 심각하게 초래되고 말았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도덕 지향 의식이 조선왕조 이래 사회에 뿌리내렸다. 이것은 법의 절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며 법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도덕이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이다. 역사인식에서는 사실을 경시하고 "이러해야 한다"는 가상도덕 역사 [Virtual History]의 전횡을 초래한다. 이 점이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믿음과 실망이라는 현상을 초래했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도덕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이다"라고 과도하게 믿고, 그리고 항상 배신을 당한다. - P49

이렇게 생각하면 한국 사회가 항상 강한 가속도를 받아 고속으로 변화하면서 대통령도 재벌도 국민도 항상 무언가를 겁내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그것은 "궁극의 도덕성"을 파악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서 결코 높이 평가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며 ‘시민‘
이라 칭하는 단체가 도덕적 헤게모니를 쥠으로써 민주주의도 역사인식도 극도로 경직되고 만다는 사실로 인한 살기 팍팍함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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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가 아니다...

이대로 간다면 일본의 인문·사회과학은 확실히 스스로 서구의 지배를 받는 ‘자기식민지화‘가 심해져서 학계에서 쓰는 언어는 이제 한자나 가나로 표기해도 일본어가 아닌 언어가 될 것이다. 결국 학문 자체가 일반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철저하게 외면을 받아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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