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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딘 데블로이스 외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목소리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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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들의 마을 버크에 살고 있다. 히컵은 마을의 추장이자 마을에서 가장 용맹한 바이킹의 아들이지만, 그는 사실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바이킹이다. 심지어 드래곤과 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기조차 제대로 한 손에 들지 못해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어른들이 드래곤과 싸우는 것을 도울 수도 없다. 그 때문에 히컵은 오랫동안 드래곤 사냥 훈련에 참여하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히컵은 자신의 그런 불완전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을 상대로 싸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드래곤을 포획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그는 어느 날 전투가 한창인 와중에 그 도구를 끌고 나가 '나이트 퓨리'라는, 아직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탓에 신비의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을 쏘아 맞추었다. 하지만 밧줄에 묶인 드래곤은 어디론가 떨어져 버렸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자기가 나이트 퓨리를 잡았다는 히컵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히컵은 혼자서 자기가 쏘아 맞춘 드래곤을 찾으러 나선다. 꽁꽁 묶여 쓰러져 있는 나이트 퓨리를 발견한 히컵은 그 드래곤을 죽이려 한다. 실제로 드래곤을 죽이고 그 증거를 보여주면 자신은 한 사람의 완전한 바이킹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컵은 어째선지 그 드래곤을 죽이지 못했고, 오히려 그 드래곤을 풀어 주었다. 믿을 수 없게도, 풀려난 드래곤 역시 히컵을 죽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 버린다.

히컵은 자신이 풀어 준 드래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아가 버리지 않고 호숫가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드래곤을 관찰하던 히컵은 드래곤의 꼬리깃 한쪽이 없어 날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불완전한 바이킹이듯, 이 드래곤 역시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불완전함 때문에 상처를 받아 왔기에 그 아픔을 알고 있는 히컵은 드래곤에게 꼬리깃을 만들어 달아 주기로 결심한다. 대장장이 바이킹의 조수로 일하고 있어 손재주가 좋은 히컵은 못과 가죽을 써서 한쪽 꼬리깃을 만든다. 꼬리깃을 단 나이트 퓨리는 날아오를 수 있었지만, 혼자서는 날 수 없었다. 히컵이 그 등 위에 타고 꼬리깃에 줄을 달아 잡아당겨 펴 줘야만 제대로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두 불완전한 존재, 불완전한 바이킹과 불완전한 드래곤의 우정과 공생이 시작된다. 히컵은 자신이 꼬리깃을 더 잘 조종할 수 있도록 안장을 비롯해 여러가지 도구를 만들어 매일같이 드래곤을 찾아와 시험 비행을 한다. 히컵은 처음에는 꼬리깃을 조종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해 쪽지에 기록해 두고 그 사용법을 익히려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히컵과 드래곤 둘 다 당황했을 때 결국 그 위기를 탈출하게 해 주었던 것은 히컵의 본능적인 조종과 둘 사이의 교감이었다. 그 후로 둘의 비행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두 불완전한 존재가 만나 서로를 보완하여 놀라운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비행술을 연구하는 한편, 매일같이 드래곤과 시간을 보내던 히컵은 드래곤들의 습성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히컵은 드래곤들은 바이킹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무조건 공격적인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트 퓨리에게 이끌려 드래곤들의 둥지에 가 본 히컵은 드래곤들이 바이킹 마을을 약탈해 가는 것이 그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래곤들은 그들을 지배하는, 그들보다 몇백 배는 더 큰 거대한 드래곤에게 자신들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이를 잡아다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전부 알지 못하고 히컵이 드래곤들의 둥지에 다녀왔다는 사실만을 알게 된 히컵의 아버지는 나이트 퓨리를 구속해 배에 태우고는 온 마을의 바이킹들을 전부 이끌고 드래곤들의 둥지를 찾아 나선다. 둥지를 파괴하고 드래곤들을 내쫓으면 드래곤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 바이킹 마을을 더 이상 약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래곤들의 둥지를 부순 바이킹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거대한 드래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히컵은 마을에 남아 있던 아이들에게 드래곤을 길들이고 그 등 위에 타고 함께 싸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드래곤을 타고 마을을 떠난 어른들을 도우러 날아간다. 아이들은 모두 용맹하게 싸웠지만, 결국 그 흉폭하고 거대한 드래곤을 무너뜨린 것은 히컵과 히컵의 드래곤 '투쓰리스'였다. 불완전한 바이킹과 불완전한 드래곤이지만, 둘이서 그 동안 쌓아온 시간과 둘 사이의 깊은 교감이 불가능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히컵은 투쓰리스와 함께 거대 드래곤을 무찌르고 마을의(그리고 드래곤들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 싸움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투쓰리스와 함께하며 자신감을 찾았던 히컵이 또다시 불완전한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히컵은 더 이상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투쓰리스와 함께라면 한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누구보다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트 퓨리의 선물'로 넘어와서, 마을의 모든 바이킹들이 드래곤들과 함께 그들의 고유 겨울 명절인 '스너글토그'를 준비하던 도중에, 갑자기 마을의 모든 드래곤들이 떠나 버리고 만다. 마을에 남은 드래곤은 혼자서는 날지 못하는 히컵의 투쓰리스 뿐이다. 드래곤들과 함께하는 첫 스너글토그를 잔뜩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던 온 마을 사람들은 실의에 빠졌고, 친구 같던 드래곤들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상심한 나머지 히컵에게 "넌 좋겠다, 네 드래곤은 너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잖아" 라고 말해 버린다.

히컵은 새삼 투쓰리스의 불완전함을 다시 깨닫는다. 이대로는 투쓰리스가 너무 딱하다는 생각에 히컵은 자신이 조종하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새 꼬리깃을 만들어 투쓰리스에게 달아 준다. 그러자 투쓰리스는 곧바로 히컵을 남겨두고 홀로 날아가 버린다. 떠나 버린 투쓰리스가 사흘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자 히컵은 불안함과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마을의 한 아이는 사실 자신의 드래곤을 집에 묶어 두고 있었다. 그 드래곤이 족쇄를 끊고 날아가 버리는 과정에서, 히컵이 휘말려 그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게 된다. 드래곤이 도착한 곳에는 마을의 모든 드래곤들이 모여 알을 낳고 자신들의 알이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화하면서 사방으로 폭발하는 알들을 본 히컵은 드래곤들이 어째서 버크를 떠나 멀리까지 와서 알이 부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모든 알들이 부화한 후, 히컵은 그곳에 있던 모든 드래곤들과 모든 새끼들을 이끌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은 다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떠들썩해졌다. 모든 마을 사람들과 모든 드래곤과 모든 새끼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명절을 즐기고 있지만, 히컵 혼자만 쓸쓸히 회장을 거닐 뿐이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던 투쓰리스가 돌아온다. 투쓰리스는 지난번 비행 때 히컵이 잃어버렸던 헬멧을 찾으러 날아갔던 것이다. 히컵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


투쓰리스가 돌아온 다음날, 히컵은 언제나처럼 투쓰리스가 지붕 위에서 발을 구르며 비행을 가자고 조르는 소리에 잠을 깬다. 밖으로 나오자 투쓰리스는 예전에 쓰던 꼬리깃과 히컵이 쓰던 안장을 찾아 히컵에게 내민다. 히컵은 자동으로 작동하는 새 꼬리깃이 있으니 이것들은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들은 투쓰리스는 새 꼬리깃을 멀리 팽개쳐 버리고 원래 쓰던 꼬리깃과 안장을 쓰기를 고집한다.

히컵은 투쓰리스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려 했지만, 투쓰리스가 원했던 것은 완전함이 아니었다. 바로 히컵과 호흡을 맞춰 계속 함께 비행하는 것이었다. 투쓰리스는 완전함을 포기하고 히컵과의 우정과 공존을 택한 것이다.



'나이트 퓨리의 선물' 마지막에 히컵의 대사가 나온다.

"그 해에 저는 제 제일 친한 친구에게 꽤 멋진 선물을 주었고, 그 녀석은 저에게 더 좋은 걸 주었어요."

("That year, I gave my best friend a pretty great gift, he gave me a better one.")

히컵은 투쓰리스에게 자유를 선물했고, 투쓰리스는 히컵에게 신뢰로 보답했다.

두 불완전한 존재는 그래서 앞으로도 아름다운 비행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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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 1 (4disc)
이승영 감독, 조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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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 대한 호평을 여러 곳에서 많이 들어서 찾아 보았다. 이 TEN 말고도 OCN에서 오리지널로 제작한 수사물들은 꽤 좋은 평을 받는 모양인데, 일단 정통 수사물을 표방하고 나온 이 TEN에 가장 관심이 가서 찾아 보게 되었다. 나흘 만에 시즌2까지 쭉 달렸다..

요즘은 계속 미드만 보고, 아주 가끔 영드나 일드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의 국적보다는 소재라, 어느 나라 드라마를 보든 수사물만 찾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취향 때문에 이 TEN도 볼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수사물이 아니었으면 아마 안 봤을 듯..;


'특수사건 전담반 TEN'이란, 범인 검거 확률 10% 미만의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팀을 의미한다.(2시즌 끝까지 보고도 몰랐다가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고야 알았다; 그래서 TEN이었구나..) 시즌1의 첫화, 두 시간이 넘는 특집편에서, 7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얼굴에 청테이프가 칭칭 감겨 질식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청에서는 이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7년 전 문제의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경찰이자 현 경찰대학 교수인 여지훈을 불러들인다. 여지훈은 신참 형사인 박민호를 조수 삼아 이 청테이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한편 같은 시점에 전혀 다른 사건인 듯 보이던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백도식 형사와 남예리 형사가 수사 도중 이 사건들이 청테이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네 사람은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해결한 후 경찰청의 정우식 국장은 여지훈에게 정식으로 국장 직속 팀을 꾸리라는 제안을 하고, 여지훈은 이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형사들을 그대로 팀에 합류시켜 TEN이라는 특수사건 전담팀이 탄생하게 된다.


TEN팀의 최초의 사건, 즉 이 청테이프 사건을 수사하면서 예전에 'F'라고 불렸던 사건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이 'F' 사건은 여지훈 팀장의 과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F라는 사건은 이 시리즈 전체를, 즉 시즌2까지를 관통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고, 팀원들과 그 사건의 인연도 드러난다.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F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에피소드는 시즌2 초반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일견 해결된 듯 보였던 F사건에 아직도 비밀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비밀을 남긴 채 시즌2는 의미심장한 장면을 끝으로 종결이 된다.

아직 시즌3 제작이나 방영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는 모양인데-결정이 됐는데도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을 리는 없다고 본다-이렇게 떡밥 회수 다 못 한 채로 그냥 끝나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_-


이 F사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시즌1과 2는 각각 조금 다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즌1에서는 일단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 팀장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과거에 관해 얘기하는 대사가 적절히 표현되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F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비밀이 남아 있고, 그 비밀을 지킬 것인가 혹은 밝힐 것인가가 중점이 된다. 여지훈 팀장이 몇몇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사건에 숨어 있는 비밀을 대하는 태도, 사건 관계자들로 하여금 그 비밀에 대면하게 하는 태도가 시즌2 내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정작 그 여지훈 팀장에 관한 비밀, 팀원들은 알지만 팀장만 모르고 있는 그 비밀을 그에게 밝혀야 할지 아니면 지켜야 할지에 대해 팀원들은 팀장의 태도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시리즈의 주된 노선은 이러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는 옴니버스식의 수사물 드라마이다. 즉 매 화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사건 자체의 재미는 시즌1이 조금 더 나았다고 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수사물로서의 재미는 시즌1의 사건들이 좀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시즌2에서는 너무 '감정'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사실 시즌1에서도 감정적인 측면이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시즌2가 더욱 그러하다) 특히 시즌2의 3편 같은 경우는 나는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다른 편들도 그보다는 나은 정도였지만 너무 감정적이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너무 오랜만에 보다 보니 조금 적응이 안 된다는 느낌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캐릭터 설정은 대체로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지훈 캐릭터가 좀 ...뭐랄까 오글거린달까.. 대사며 성격이... 그래도 시즌1때의 냉정함이 강조된 캐릭터가 시즌2보다는 좀더 나았던 것 같다.

백형사 캐릭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박민호 캐릭터도 괜찮은데 나는 시즌1때의 이미지랄까 스타일(특히 머리모양;)이 더 마음에 들었어서 시즌2를 보는 내내 조금 아쉬웠다. 귀여워지긴 했지만 어딘가 좀 날티가 나는 느낌이라;;

남예리 캐릭터는 일단 내가 조안이라는 여배우를 좋아해서 즐겁게 봤다. 조안은 별순검 오리지널(OCN에서 방영한 시즌들 말고 06년인가 아주 오래 전에 MBC에서 처음 방영했던 드라마)에서 처음 보고 그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이 드라마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팀원 중 한 명의 납치사건이라는 큰 사건으로 시즌의 피날레를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그 사건 해결 이후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더 나옴으로써 다음 시즌에 대한 포석을 깔아 두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음 시즌은 과연 제작될 것인지, F사건은 과연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에서 속시원히 해결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시즌2의 마지막 부분에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은 TEN팀의 네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마주쳤던 첫 에피소드의 그 장면을 상기시키는데, 이 소나기가 과연 팀의 시작과 짝을 이루는 팀의 결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그 때 네 사람이 만났듯 결국 또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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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시즌 1 (6disc)
리처드 J. 루이스 외 감독, 타라지 P. 헨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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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인 조너던 놀란이 각본을, 그리고 이름(혹은 악명)높은 미드 '로스트'의 연출가인 J.J.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독특한 설정과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개성있는 캐릭터 등 갖출 것은 전부 갖춘 아주 멋진 드라마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렇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제작을 여러 기업에 의뢰했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이자..etc.) 헤럴드 핀치가 그 장치를 만들어낸다. 극중에서 그저 '기계'라고 지칭되는 이 장치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감시 및 도청하여 범죄에 연루될 사람들을 색출해 내는데, 그 과정에서 이 기계는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즉 대량학살을 목표로 하는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테러와 관계 없는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 역시 색출하게 되었다.
본래는 이 '관계 없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는 매일 밤 삭제되게 세팅되어 이 기계는 정부에 팔렸지만, 핀치는 테러와 관계 없는 이러한 일반인들을 도와 범죄에서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런 구출을 실행에 옮겨 줄 파트너로 특수부대 출신이며 전직 CIA 요원인 또다른 주인공 존 리스를 섭외한다.
'기계'는 실시간 감시를 통하여 향후 24시간 에서 48시간 사이에 범죄에 노출될 인물의 사회보장번호(아마도 주민등록번호 비슷한 게 아닌가 싶음)를 제시하고, 그 번호를 실마리 삼아 두 주인공은 범죄를 막기 위해 움직인다.


이러한 설정은 자연스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영화에서 범죄에 관련된 인물을 색출하는 것은 인간이었으나 이 드라마에서는 기계이고, 영화에서 그러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공권력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사법권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부패 경찰의 계획을 저지하기도 하고, 경찰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조작을 눈치채어 사람들을 범죄로부터 구해낸다. 사실 이 두 주인공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수많은 가명과 위장 신분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가 제시하는 인물이 어떤 식으로 범죄에 관계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범죄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기계는 그저 그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알 뿐 그들의 역할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용의자suspect도, 피해자victim도 아닌 '요주의 인물(person of interest)'인 것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주인공들은 종종 용의자를 피해자로 오해하거나 혹은 반대의 실수를 하고, 그런 설정이 이야기의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드라마의 각 화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 다른 인물에 대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그러는 사이사이 두 주인공의 어둡고 심각한 과거 얘기가 드러난다. 두 주인공은 꽤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핀치는 리스의 과거를 상당 부분 알고 있겠지만-그가 모르는 것은 거의 없다-본인은 매우 비밀스러운 인물이라, 리스는 그의 과거는커녕 현재의 신분이나 거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그를 감시하고 그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스토킹(..)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파트너이고, 핀치가 모든 감시나 해킹 등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육체능력에 관한 한 먼치킨에 가까운-_- 리스가 현장 임무를 담당하는 형태로 완벽하게 분업이 이루어져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느 정도 서로를 믿고 있으며, 심지어 상대방에게 목숨을 맡기는 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종일관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데, 그나마 리스가 핀치를 '핀치 씨'가 아닌 '핀치', 혹은 '헤럴드'라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핀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항상 리스를 '리스 씨'라고 부른다. 정말로 위급하거나 걱정되는 상황에서 '존'이라고 부른 걸.. 23화 통틀어 딱 두 번 들어 본 것 같다.=_=


내용에 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무조건 보시라! 수사물 좋아하면 특히나 더!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캐릭터는 개성있고 또한 매력적이며, 영상미 역시 훌륭하다. '기계'의 감시 화면을 적절히 활용하고 그러한 화면으로 회상을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감시 화면이 아닌 실제 영상미 또한 뛰어나며 그것이 드라마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울려 멋진 효과를 이끌어낸다. 두 사람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곳은 예산 삭감으로 운영이 중단된 도서관 건물인데, 양장본이 빼곡히 꽂힌 서가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과 최신 기술로 무장된 기계의 공존은 역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음악마저 훌륭하다. 배경음악도 영상과 줄거리에 아주 잘 어울리지만, 중요 장면마다 적절한 삽입곡의 사용이 빛난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첫번째로 만나는 강적이라 할 수 있는 엘리아스가 등장하는 7화 마지막에 흐르던 'Sinner man'과 엘리아스와 관련된 또 다른 편인 19화에 삽입된 'Ne me quitte pas'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22화 중반에 잠시 나왔던 데이빗 보위의 'I'm afraid of Americans' 역시 아주 절묘했다.


매 화 다른 사건과 주인공들의 개인사 내지는 과거를 엮어넣는 솜씨도 훌륭하고, 진지하고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 와중에 개그까지는 아니어도 재치있는 대사와 장면도 종종 등장하고, 주인공이나 관련 인물이 적절하게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여하튼 긴장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라고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다.
1시즌은 적절한 대사건과 절단신공으로(..) 마무리되고, 9월부터 2시즌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지, 두 주인공의 남은 과거 얘기는 또 어떤 것들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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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UE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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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먼저 읽고, 1979년판 BBC 드라마를 보고, 다시 원작을 한 번 더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더라면 설명이 부족하다거나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구나. 하지만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원작을 온전히 따라가지 않는 부분이 거슬릴 수밖에 없구나. 이것은 비단 이 작품 뿐만이 아니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모든 영상물을 볼 때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이 작품의 경우, BBC판 드라마가 워낙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재현해낸 수작이었기 때문에(물론 드라마의 경우 전체 7화짜리라 러닝타임 두 시간 남짓인 영화보다는 훨씬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나로서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더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
자잘한 부분들-영화에서 생략된 세세한 장면들이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을 제외하고, 내가 감독의 각색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러니까 내게 있어 특히나 더 신경쓰이고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려고 한다.


1. 체코 스캔들
원작에서는 분량이 한참 지나서야 이 이른바 '체코 스캔들', 즉 '테스터파이 작전'에 관한 내용이 나오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시간 순서상으로 거의 맨 처음에 위치하는 이 작전 장면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 여하튼, 원작에서 테스터파이 작전이 수행되는 공간은 체코 프라하 외곽의 브루노라는 곳에 있는 안전가옥 앞의 숲 속이지만, 영화에서는 부다페스트의 노천 카페이다. 나는 이 작전 부분을 보면서 그저 어이가 없었다. 사정이 있어서 로케 촬영지를 체코가 아니라 헝가리로 바꿨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체 내용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작전을 정말로 이렇게 대충 넘긴단 말인가?!
나중에 어느 블로그 포스팅에서 읽었는데, 작전 수행 장소를 체코가 아니라 헝가리로 바꾼 것은 헝가리에서 관세(세금?) 20%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해서였다고 한다. 그래, 언제나 이런 현실적인 조건이 문제가 될 것이다. '밀레니엄'에서 핀처가 후반부의 호주 로케 촬영을 생략한 것도, 모르긴 몰라도 결국은 뭐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작전을 그렇게 카페 앞 장면 하나로 넘겨 버리다니. 물론 드라마처럼 이삼십 분을 투자하여 작전을 자세히 묘사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뭐, 리키가 파견된 곳이 원작에서는 홍콩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리스본이 되었다가 영화에서는 이스탄불이 되는 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2. 영화 속 사건의 시간대
원작에서, 서커스의 전 수장인 컨트롤의 지시로 짐 프리도가 테스터파이 작전을 수행했던 것은 10월의 일이었다. 컨트롤은 그 해 크리스마스 무렵에 사망했고, 조지가 은퇴하고 퍼시가 서커스의 새로운 수장이 된 후 리키 타르가 홍콩으로 파견되어 간 것은 이듬해 4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의 현재, 즉 조지 스마일리가 두더지(Mole) 색출을 위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이 시점은 리키의 홍콩 출장으로부터 6개월 정도 후, 즉 10월쯤의 일이다. 짐이 모진 고초 끝에 영국으로 송환되어 등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 서스굿 사립학교로 부임한 것은 5월경의 일이며, 그 불과 얼마 전인 4월에 홍콩에서 리키를 만난 이리나는 서커스의 수장인 엘러라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서커스 당직실에 잠입한 피터는 리키가 전보를 보낸 4월분의 당직 일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시간대가 다르다. 짐이 작전을 수행한 것은 11월(인가 10월인가;)로 되어 있으며, 조지는 피터를 시켜 서커스 문서 자료실에서 그 달의 당직일지를 빼내 오라고 지시한다.(원래 피터가 문서 자료실에서 확보해 오는 것은 테스터파이 작전 관련 서류지만.. 이런 세세한 건 그냥 넘어가고.) 이스탄불에서 리키를 만난 이리나는 서커스의 수장인 컨트롤(엘러라인이 아니라)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영화 속의 사건의 시간대를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리나가 컨트롤을 만나게 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나는 조금 당황했는데, 그 이후에 조지가 짐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짐 앞에 이리나를 대려오는 회상 장면에서는 더욱 당황했다.(이리나가 영화에서는 비공식 항공편이 아니라 배를 타고 출국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자.. 아놔 이런 세세한 거 다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겠다.)
감독이 시간대를 이렇게 설정한 것은 무슨 의도일까? 하긴 원작에서는 각각의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 간격이 워낙 길고 계속 회상을 통해서 서술되기 때문에 사건 순서를 파악하기 참 힘들긴 했다. 영화에서는 좀 축약하려고 했던 건가.

3. 레이콘의 저택에서의 회의
원래 순서는 이렇다. 복귀 예정일에 본부로 복귀하지 않아 탈주자의 신분이 되어 버린 리키 타르는 홍콩에서 말레이로 도피했다가 자신에 대한 추적을 눈치채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먼저 자신의 상관인 피터에게 연락하고, 피터는 다시 레이콘에게 연락하고, 레이콘은 피터를 시켜서 조지를 데려온다. 바로 이 부분에서, 피터는 조지의 집에 미리 들어와 기다리고 있다가 귀가한 조지를 만나 같이 출발한다.



 거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는 그 문을 부드럽게 밀어서 더 열어젖혔다.
 「피터?」 그가 말했다.
 그는 열린 문틈으로 가로등 불빛에 비친 스웨이드 가죽 구두 한 켤레를 보았다. 게으르게 포개어진 그 구두는 소파 끝부분에 비죽 나와 있었다.
 「옷은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좋겠습니다, 조지, 올드 보이.」 다정한 목소리가 말했다. 「갈 길이 좀 멀어서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년, 49쪽

이 장면은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며 특징적인 장면이라 뺄 수가 없다. 나는 영화에서 이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에서도 얼마나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이걸 그냥 넘기다니 싶었는데, 역시 나오기는 나오더라. 단, 도망자 리키 타르가 조지가 비워둔 집에 들어와 몇날 며칠을 살고 있던 걸 오랜만에 돌아온 조지가 발견했다-는 식으로 나온다.
리키 타르는 원작에서는 맨 처음 레이콘의 저택에서의 회의 후에 안전가옥으로 옮겨져 보호받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사건을 뒤섞어 놓은 것은 무슨 의도에서인가..

4. 샘 콜린스와 제리 웨스터비
로디 마틴데일이나 로더 스트릭랜드가 생략된 건 여기서 말할 필요도 없다. 원작에서 짐 프리도의 체코행에 동행하는 스캘프헌터 대원인 맥스가 생략되는 것은, 조지의 조사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인물이라 드라마에서도 빠졌으니 그냥 그렇다 치자. 그런데 원작에서 컨트롤의 요청을 받아 테스터파이 작전 당일에 당직을 섰던 것은 샘 콜린스이지 제리 웨스터비가 아니다. 제리 웨스터비는 신문기자로, 테스터파이 작전 후에 프라하에 방문하여 작전 당시 출동했던 체코 군인을 우연히 만나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지에게 전해 주는 역할이다.
뭐.. 샘을 만나는 카지노 장면을 찍기가 여의치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제리도 술집에서 만날 게 아니라면 원작대로 샘으로 했어도 되는 거 아닌가?

5. 피터 길럼의 정체성
...그냥 이해가 안 간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다른 정체성이 아니라 성 정체성이다. 물론 다른 많은 분들도 언급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원작의 피터는 동성애자도 양성애자도 아니다. 피터는 이 조사 시작하기 바로 전에 여자를 만나서 자기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단 말이지.. 아니 뭐 카밀라가 안 나오는 건 그렇다 치자. 어차피 카밀라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리즈(가 맞나;)처럼 중요한 인물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도대체 왜, 무슨 의도로 영화의 피터는 동성애자가 되어야 했던 것인가. 그래서 좋다 나쁘다 하는 게 아니라 굳이 원작의 설정을 바꾼 것이 그냥 이해가 안 간다. 의도를 모르겠다.

6. 그 밖의 세세한 부분들
조지가 수영하는 모습은 왜 나와야 했던 것이며..('천사와 악마' 영화판에서 톰 행크스의 첫 등장 장면을 봤을 떄와 비슷하게 당황스러운 느낌이었음)
토비 이스터헤이즈는 왜 난데없이 현상수배자가 되어서 비행기 앞에서 찌질하게 울어야 했던 것이며..(안전가옥에서 피터가 을러대는 거 보고 싶었는데!)
'멀린'의 안전 가옥(그러고보니 소스 멀린이란 말도 영화엔 안 나왔나?)의 신호는 어쩌다가 우유 두 병에서 환풍기로 바뀐 것이며.. 아니 이건 너무 사소한 부분이군.
...뭐, 여하튼 그런 것들. 원작의 그런 세세한 부분을 하도 들이파며 읽었더니 원작과 다른 것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네.orz

7. 좋았던 부분들
#더 말할 것도 없는 사내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 원작에서는 조지가 코니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회상이랄 것도 없이 잠깐 언급되며 지나가는 그 파티가 영화에서는 멋지게 영상화되었다. 앤과 빌의 불륜, 그리고 현재의 별거 상황에 대해 그 전까지 따로 설명이 나오지 않았지만(원작에선 조지를 만나는 사람마다 앤은 잘 지내냐고 떠보듯이 물어보는데!! 보는 내가 다 짜증나..) 크리스마스 파티 때의 두 사람의 시선 교환,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밀회 장면을 통해 앤과 빌의 관계, 그리고 빌과 조지의 껄끄러운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짐과 빌의 관계 역시, 절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으며 조지가 서류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옥스포드 재학 당시 빌이 짐을 추천하여 정보부에 들어오게 했다든가 하는 원작의 설명은 영화에서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 대신 크리스마스 파티에서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의 사이를 암시한다.

#그리고 앤. 앤은 영화 속에서 결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서 두 번 등장하지만 두 번 다 뒷모습이 보일 뿐이다. DVD에 특전 영상으로 들어 있는 삭제된 장면 중에 제리 웨스터비가 조지의 집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는데, 앤이 전화를 받는 그 장면에서도 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집에 돌아온 앤의 모습 역시 벽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원작에서 카를라는 앤, 정확히는 조지의 앤을 가리켜 '환상 없는 사람의 단 한 가지 환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영화에서의 앤에 대한 접근은 정말로, 실체가 보이지 않는 환상 같은 느낌이다.

#컨트롤의 체스 말들. 조지가 피터를 대동하고 컨트롤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은 영화의 오리지널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푸어맨, 베거맨이라는 암호만으로도 이미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체스 말에 암호와 사진을 함께 붙여 놓은 식으로 형상화한 것은 정말 상징적이고도 인상적이었다. 원작과 드라마에 나오는 마트료시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피터가 당직 일지(원작에서는 테스터파이 작전에 관한 서류)를 빼내는 장면에서, 긴장한 채로 서류를 바꿔치기하며 손이 덜덜 떨리는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커스의 최상층-이른바 탑 테이블-로 올라가 회의에 참석하고 내려오다가 자기를 지나쳐 가는 로이 블랜드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듣고 표정이 굳는 그 장면이었다. 멘델이 피터의 작전을 돕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멘델이 전화를 걸었던 자동차 정비소에서 울려퍼지던 노래와 같은 노래를 로이가 흥얼거리는 것을 듣고 그 전화가 도청당했구나, 정말로 조지의 말대로 나는 감시당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의 연기가 아주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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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gene 2012-09-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의 성정체성 부분이요

develgene 2012-09-0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게이 문화가 보편적이거든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여성보다 남성이 감상적 공감대 형성이 좀 무딘 경우가 많잖아요. 현재 영국의 사회적

develgene 2012-09-0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위한 하나의 장치인듯 합니다.

세류 2012-09-04 12:1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원작에 그런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닌데(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긴 하지만) 하필이면 원작에서는 그런 정체성과 거의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좋을 피터 길럼의 정체성을 그렇게 바꾼 것이 좀 이해가 안 갔어요.^^;
 
패닉 - 3집 Sea Within [재발매]
패닉 노래 / 뮤직앤뉴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 앨범이 재발매되다니!! 정말 말이 필요없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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