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복종의 상징으로서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른바 유대인 위원회다. 독일은 암스테르담에서 민스크까지 학살 프로그램을 집행하러 가는 곳마다 자신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끔찍한 요구를 대신 수행해줄 유대인 위원회의 설립을 명했다. 다윗의 별을 배포한 것도 유대인 위원회이고, 실직자들에게 중노동에 지원하도록 부추긴 것도 유대인 위원회이며, 폴란드에 있는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질 사람들의 목록을 작성한 것도 유대인 위원회였다. 이러한 유대인 위원회에서 일한 사람들은 좋은 의도를 갖고 커뮤니티의 기둥 역할을 하던 교수나 의사, 랍비, 회계사, 변호사와 같은 이들이었다.(중략) 이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행위를 통해 나치 박해의 가혹함을 완화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자기 가족을 먼저 지키려는 의도로 그러기도 했다. 그런 의도는 거의다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물론 이들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임무를 떠맡은 셈이다. 조직적인 학살을 멈출 아무런 힘도 없던 이 사람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결국 본인들도 나중에 다 살해되고 만다. - P153
사람들이 폭력적 죽음에서 벗어나도록 명단을 만들던 이가 바인레프 혼자만은 아니었다. 강제이주의 위협은 현지의 온갖 폭력배들에게 좋은 사업 기회가 되었다. 이들은 현금이나 부동산, 보석을받는 대가로 사람들을 네덜란드 밖으로 몰래 빼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범죄자들은 일단 금전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피해자를 나치 경찰에 넘겨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