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교는 의(義)와 이(理)를 둘 다 지키는 사상이다. 하지만 원리주의화한 주자학에서는 이가 아닌 의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좌파의 정통성 관념도 박정희 정권이 한국을 경제를 발전시킨 사실은 일절 호평하지 않고, 지식인이나 민중이 어떻게 사악한존재 (일본, 제국주의, 군사정권, 미국 등)와 투쟁해서 정의를 지켰나는 동기의 순수성만을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런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통성보다도 북한의 정통성 쪽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힐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에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태도를 보여줬지만, 북한은 그러한 행위를 일절 하지 않고민족의 주체성을 굳게 지켰기 때문이다. 북한 민중이 굶주리고 있는 사실보다도 제국주의와 고독하게 투쟁하는 도덕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사고이다. 한국의 소위 진보 세력이 북한에 항상 빚을 느끼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 P61
한국에는 이러한 이중성이 있다. 즉 한쪽에서 자국의 발전을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최대로 회전시켜 밤낮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러한 합리성을 일절 좋게평가하지 않고 그저 도덕적 정통성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대부형 지식인 엘리트 및 시민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둘이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에서 근대가 끝나고 포스트모던이 시작된 시기로 이해하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이래, 기본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북학의 축‘이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동학의 축‘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와서 내면적으로 도덕적 정통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경제발전을 달성한 한국인이 제일 속 시원하게 여기는 도덕적인 ‘고향‘으로 원점회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의 ‘사대부화‘라는 현상이며 사대부화가 좌경화와 조금도 모순되지 않는 논리적 이유이다.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