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는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정신병적Psychotic 존재이다. 보통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보며,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특별히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으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해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가 저지르는 범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니, 두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렇기에 가장 뛰어난 프로파일러는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장기 미제 사건의 95퍼센트 이상은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되며, 대부분의 강력 사건은 사회구조적 모순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범죄를 해결하겠다고 사회를 개혁하는 나라는 없다. 사회에서 바라는 가장 훌륭한 범죄 해결사는, 문제의 본질과 사회의 모순에 접근하지 않고 ‘바로 그 사람’만 잡아내는 사람이다. (중략) 프로파일러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사람’을 잡는 것인데, ‘그 사람’을 잡는다고 해서 범죄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맥락과 구조가 그대로인 한 ‘또 다른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가 고민하고 갈등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