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건설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업계의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교류하기 가장 불편한 것도 바로 같은 업계 사람들입니다. 그게 단순한 만남이든 피상적인 접대 자리든 제게는 몹시 어려운 일거리죠. 그들이 가진 부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라 승자가 되고 나면 애써 과시하고 싶어하는 어떤 고상한 태도 같은 게 있는데 그게 견딜 수가 없는 겁니다.
제가 있는 곳엔 늘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자들의 언어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땅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고 두 손을 부지런히 써서 부를 일구는 사람도 있는데, 돈을 벌고 나면 항상 기득권을 가진 자의 얼굴을 하더군요. 대체로 부유하고 자기 몸을 보호하는 데는 정통하나 사회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요. 민족의식이 약하니까 누가 통치를 하든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태도를 보이고, 그저 집값만 오르면 된다고 생각하죠. - 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