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치욕을 당하면 일단 마음을 감춘다. 마치 몽둥이에 두들겨 맞던 개가 일단 머리를 수그린 채 달아나버리듯 그렇게.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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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은 메스 없이 하는 일종의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여성의 몸, 기동성, 민첩성을 영구적으로 바꾸고 결국은 외부 세계의 물리적 존재라는 주체성마저 변질시켜버렸다. ‘금련‘을 한 여성은 좁은 보폭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고 거의 대부분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삼베로 바닥을 댄 얇은 비단신을 신고 규방 밖으로 발을 내딛어 절룩거리면서 먼 거리를 걸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통 자체였다. 13세기 상류층 여성은 외출하려 할 때 자신의 두 다리가 아닌, 무언가의 이동수단에 의지해야만 했다. - P482

전족은 여성으로 하여금 가장에게 더 의존하도록 하였고, 남성에 대한 여성의 예속은13세기 후반부터 제국 시대의 끝까지 계속되었다. - P483

전족을 시행하고 대중화시킨 여성들의 선택은 송대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가정 내 첩의 존재와 성장하는 유흥 시장이 소녀와 여인들을 상품으로 내몰고 있었던 것이다.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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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유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유자가 아니라 유쯔(포멜로)일 것 같다. 유자와 전혀 다르게 생겼고 크기가 훨씬 크다. 대충 아기 머리통만 하려나.

아버지는 그때 너무 즐거워서 나와 동생, 둘에게 유자등을 하나씩 만들어주었다. 뜻밖에도 그는 파란 핏줄이 불거지고 마디마디가 굵은 큰 손으로 정교하게 유지등을 만들었다. 수월하게 속을 긁어내 유자 껍데기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그는 과도 끝으로 유자 껍데기에 사람 얼굴을 이목구비까지 또렷이 새겨넣었다. 동생 것은 입이 왼쪽으로 삐뚤어졌고 내 것은 입이 오른쪽으로 삐뚤어졌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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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늙고, 젊고, 아름답고, 추한 얼굴들에는 뭔가 빠진 것처럼 애매한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어둡고 또 어두운 고통을, 일 년 내내 피만 흐르고 딱지가 지지 않는 마음을 숨기려는 듯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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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아칭. 너도 날기 시작할 거야. 그건 너희 핏속에 들어있는 거니까. 이 섬에서 자란 너희 핏속에는 야생의 기운이 깃들어 있지. 이 섬의 태풍과 지진처럼 말이야. 너희는 둥지 잃은 청춘의 새야. 대해를 건너는 바다제비처럼 목숨을 걸고 앞으로만 날아가지. 마지막에 어디에 닿을지는 자신도 알지 못해……."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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