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도 이 비슷한 얘기를 했더랬지.

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점차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 P5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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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와는 거리가 멀어 타인에게 비난받거나 비교되기도 쉬워요.
아무리 참고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결국 하고 싶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타인처럼 밀어내고, 타인에게 덧씌워도 잠시 잊어버리는 척할 뿐 하고 싶은 일은 결국 하고 싶어져 버려요.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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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반 내내 소말리아나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들으면서 세상 문제가 모두 자신의 문제인 것 같다가, 걸어가는 동안 몸을 직접 스치는 빠르고 붐비고 격정적인 도시의 소음들 속에 힘없이 묻혀버린다. - P124

장은 향과의 관계가 계속 파생되는 테트리스 블록 같다고 생각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지는 테트리스 같다고. 5분 만에 모든 룰을 이해하지만, 빨라지는 속도에 한 번 말리면 게이머가 쉽게 당황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이해한 어떤 것도 이해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각들 같다고. - P131

 결과적으로 테트리스는공산주의에서 태어난 가장 자본주의적인 게임이 되었다. 가장 만만한 게임이지만 누구에게도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한 번도 테트리스의 최종판이 깨진 적이 없었다. - P146

삶은 쌓인다. 퇴적층처럼 쌓인다. 그냥 쌓인다. - P155

돈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치환되는 과정이, 세상을 무시무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자본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돈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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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끝은 꽃이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니라 비가 떨어뜨릴 때 온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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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 P337

쓰레기 집하장에서 오래 일하며 아주머니는 한 가지 규칙을 알아냈다. 휴일이면 사람들은 소비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 P362

선전은 도시의 청결과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물적 비용을 들여왔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덕분에 도시의 ‘주변인들에게도 일자리가 생겼고, 그 틈에서 쓰레기 산업도 존재할 수 있었다. - P365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 끊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 그 가게가 마치 우리 삶의 은유 같았다. 틈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삶. - P392

처음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엄마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이해하고, 엄마도 내 마음을 그렇게 이해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깨달았다. 완전한 이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령 모녀 사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전히 사소한 일로 다투지만 동시에 서로 더 믿음이 생겼고, 더 단단히 지지하게 되었다. - P417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세상에 나와 전혀 다른 성장 경험을 가진 사람이내 글에 강하게 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 사람이 내가 원래 속한 관계망 속에서 오래 만나온 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이따금 나타나 밤하늘의 반딧불처럼 잠시 나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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