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와는 거리가 멀어 타인에게 비난받거나 비교되기도 쉬워요.
아무리 참고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결국 하고 싶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타인처럼 밀어내고, 타인에게 덧씌워도 잠시 잊어버리는 척할 뿐 하고 싶은 일은 결국 하고 싶어져 버려요.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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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반 내내 소말리아나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들으면서 세상 문제가 모두 자신의 문제인 것 같다가, 걸어가는 동안 몸을 직접 스치는 빠르고 붐비고 격정적인 도시의 소음들 속에 힘없이 묻혀버린다. - P124

장은 향과의 관계가 계속 파생되는 테트리스 블록 같다고 생각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지는 테트리스 같다고. 5분 만에 모든 룰을 이해하지만, 빨라지는 속도에 한 번 말리면 게이머가 쉽게 당황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이해한 어떤 것도 이해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각들 같다고. - P131

 결과적으로 테트리스는공산주의에서 태어난 가장 자본주의적인 게임이 되었다. 가장 만만한 게임이지만 누구에게도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한 번도 테트리스의 최종판이 깨진 적이 없었다. - P146

삶은 쌓인다. 퇴적층처럼 쌓인다. 그냥 쌓인다. - P155

돈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치환되는 과정이, 세상을 무시무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자본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돈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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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끝은 꽃이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니라 비가 떨어뜨릴 때 온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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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 P337

쓰레기 집하장에서 오래 일하며 아주머니는 한 가지 규칙을 알아냈다. 휴일이면 사람들은 소비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 P362

선전은 도시의 청결과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물적 비용을 들여왔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덕분에 도시의 ‘주변인들에게도 일자리가 생겼고, 그 틈에서 쓰레기 산업도 존재할 수 있었다. - P365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 끊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 그 가게가 마치 우리 삶의 은유 같았다. 틈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삶. - P392

처음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엄마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이해하고, 엄마도 내 마음을 그렇게 이해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깨달았다. 완전한 이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령 모녀 사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전히 사소한 일로 다투지만 동시에 서로 더 믿음이 생겼고, 더 단단히 지지하게 되었다. - P417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세상에 나와 전혀 다른 성장 경험을 가진 사람이내 글에 강하게 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 사람이 내가 원래 속한 관계망 속에서 오래 만나온 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이따금 나타나 밤하늘의 반딧불처럼 잠시 나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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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 단체 대화방이 생긴 뒤로 미화원들은 실시간으로 지시를 받았고, 더 빠르게 대응할 것을 요구받았다. 엄마 휴대전화의 메시지 알림이 쉬지 않고 울려댔고, 그럴수록 엄마의 노동은 더욱 소외되고 도구화되었다. - P241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되고 업무가 세분화된 오늘날, 우리는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 뒤에 숨겨진, 평범한 청소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을 실제로 보기 어렵다. 그저 마흔아홉 살의 한 아주머니가 이틀 동안 수만 개의 크리스털 구슬을 닦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요구는 결국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다른 여러 직종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중략)
엄마가 오피스 빌딩에서 일한 1년 동안, 입사 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한 미화원이 많았다.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되는 초대형 도시의 이면에는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 P271

작업장에 가보겠느냐는 엄마의 말을 거절한 것은 어쩌면 엄마의 ‘고통‘을 내 눈으로 보기가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내 대학 학비는 엄마가 ‘공을 굴려‘ 번 돈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두지도 못하면서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눈앞의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기대 어린 시선 앞에서 나는 침묵했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지금의 나는 엄마의 청소 일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미화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인다. 그럴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생활을 하고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동안 그들과 내가 결국 같은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무직 노동자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계층에 속해 있다. - P275

그들은 모두 비슷한 마음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아들이 장가가고 딸이 시집가서, 그들이 세속적인 의미의 ‘행복‘을 얻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부모로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 P285

엄마 세대 농촌 사람들의 삶은 대부분 이러했다. 고된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어 자식을 키웠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처럼더 나은 삶을 개척할 힘을 얻지 못했으며, 부모들은 늙어서도 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계속 땀 흘려 일해야만 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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