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덕분에 한국은 50년 동안 경제성장을 겪고 안전을 보장받은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보세력이 그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모르거나 부정하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진보세력은 미국이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반발도 하지 않고 따르기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제는 성장한 한국의 국력에 걸맞게 대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 P79

돌이켜보면 한일 월드컵 때도 한국인은 ‘이익‘이라는 단어를 많이 말했다. 이 대회는 한국의 국력을 세계에 명시할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무대라고 언론에서 많이 외쳤고 국민으로부터도 그러한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여기에는 유교 사회에서의 도덕관이라는 요소가 여실히 나타난다. 즉 유교도덕이라면 이익을 배제한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해라는 사실이다. 의와 이의 쌍방을 다하는 것이 유교의 본래 이상이다.
그것은 유교 안에서 가장 엄격한 도덕주의와 동기주의를 내세우는 주자학에서도 그러하다. 애당초 의만 추구하고 이를 버리면 유교가 아니게 되고 만다. 유교는 현실 정치와 행정을 올바르게하려는 사상이지, 수도원 사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확실히 주자학이란 사상은 유교 중에서도 의를 강조하고 이에는 엄격하다. 하지만 3장에서 말한 ‘북학‘은 똑같이 유교에 속해도 주자학보다 훨씬 공리주의적이라서 이러한 요소가 전면에 나오면 한국인은 의와 함께 이(利)를 거리낌 없이 말한다. 그러한 유교 세계관에 단련된 한국인의 감각과 전후 일본인의 ‘청결 절대주의‘의 감각은 꽤 다르다. - P81

북한의 근본 사상인 주체사상은 원래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을 체결한 후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자주성을 잃을 뻔했을 때 김일성이 외교적 입장에서 자국의 주체성을 내세우면서 탄생했다. 이후 주체사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토대를 다져 혁명도덕으로 무장한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라고 말하게 되었다. 특히 현실 외교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굳건한 저항자세를 보이는데, 악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도덕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는 파탄났고 정치는 다른 나라에서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이지만, 한국인이 봤을 때는 주체사상은 종북 세력이 아니라도 도덕을 지향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좌파인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고 한국인의 심리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역대 보수정권의 가장 큰 약점이 자주성, 그 중에서도 역시 일본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보수는 일본과 타협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기에 북한에 국가의 정통성이 있다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랐으니 국가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다고 분명히 생각하겠지만 마음속 깊숙이 "일본을 상대로 저렇게 버티다니, 북한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만약 주체사상을 버린다면 북한은 사라진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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