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농가천하지대본이거늘.. 어째서 고대뿐만 아니라 공농병을 그렇게 우대했던 공화국 시기까지도 농업은 계속 천대받았던 걸까..
중국에서 농사일은 항상 열등한 일로 여겨졌고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했다. - P445
뭔가를 정말로 좋아하려면 우연히 만났다는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확히는 우연히 눈이 맞았으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숙명적인 만남이었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 P221
지금까지 출판 위기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읽어 왔습니다. 그 모든 논의에 독자에 대한 경의가 공통적으로 결여돼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이것은 출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위기론‘의 화법에서 드러납니다.많은 사람이 출판 위기의 원인을 자연스럽게 독자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젊은 사람의 문해력이 저하해서‘, ‘학교 교육이 실패해 지적으로 쇠퇴해서‘, ‘스마트폰과 전자책 등 전자 기기로 돌아섰으니까‘ 등의 설명 기저에 흐르는 것은 독자는 ‘가능한 한 싸고 입맛에 맞고 지적 부하가 적고 자극적인 오락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선입관입니다. 즉 ‘독자란 소비자‘라는 발상입니다. - P169
"독자는 소비자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싸고, 가능한 한 입맛에 맞고, 가능한 한 지적 부하가 적고 자극적인 오락을 추구한다." 이렇게 독자를 내려다보는 관점 자체가 최근 출판 위기의 본질적 원인이 아닐까요. - P171
전자책 서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독자도 독자로서 인지해 편의를 배려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왔을 때 곧바로 접속해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인 거죠. 지금까지 독자로 인지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독자로 인지한 것. 그것이야말로 전자책의 최대 공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P173
글을 쓰는 사람이 글로 안정적인 생계를 꾸리고 싶다면 일단 해야 할 일은 한 사람도 놓치지 않는 과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독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 P177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작품을 통해 기쁨을 누릴 수있는 것‘과 ‘가능한 한 오랜 기간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답‘이 없는 곤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일은 종종 ‘정답‘에 다다르는 것 이상의 지적 이익을 우리에게 가져다줍니다. - P180
문제는 많은 사람이 책을 상품이라고, 출판을 상거래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원리적으로 책은 상품이 아니고 출판 사업은 돈벌이가 아닙니다. 저는 이상론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 P183
저작권이란 어떤 일이 있어도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P187
책에 한해 말하자면 ‘독자는 없지만 가치 있는 책‘ 같은 건 없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이 없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작권에 관해서 논하는 많은 사람이 문제로 삼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사는 사람‘입니다. 독자가 아니라 구매자가 문제인 거죠. - P189
타인이 독창적으로 고안한 것을 통해 일군 성과를 타인이 모방하고 복제하여 부를 얻는 것이 허용되는 사회에서는 혁신가에 대한 경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자신이 손수 노력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타인이 만들어 내는 것을 기다려 그것을 훔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는 구조적으로 ‘손수 노력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자‘는 의욕이 파괴됩니다. - P191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매체가 옮겨갈 때, 책과 만나 책을 읽어 나가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했던 기능의 무언가가 상실됩니다. 저에게는 그 상실된 무언가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으리라 보는 이유는 비용이나 접근성이나 휴대의 편리함과는 전혀 무관한 차원의, 인간의 본연적 삶 속 힘의 사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P202
출판인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독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획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독자가책을 계속 읽을 수 있도록, 더불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요. 높은 문해력을 가진 독자를 수백 명 수천 명 만들어 내어 그들이 지갑을 열고 처음 책을 구매할 때 그 선택을 받는 책을 만드는 것. 그것이 출판인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10
그러면 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일이 의무처럼 관념화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가설인데, 이유인즉 이렇습니다. 그 나름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넓은 서재와 응접실을 갖춘 집에 살게 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둘러싸여 만년을 보낼 의무‘가 부과된 것입니다. 그런 암묵적 규칙이 있을 겁니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가시화된 자신의 무지‘이기 때문이죠. - P150
기시감을 갖고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다름 아닌 지금 이 책을 읽을 것이 먼 옛날부터 숙명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감각에 사로잡히지요. 그것은 가장 행복한 독서 체험입니다. ‘문자 읽기‘란 아마도 그런 것일 겁니다. - P161
독서인의 탄탄한 층이란 책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절실히 바랄 만할 일입니다. 예를 들면 도서관은 살아 있는 독서인 층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장치 때문에 ‘자신에게 들어와야 했던‘ 얼마간의 인세가 줄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작가가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 P139
책장에 어떤 책을 어떻게 꽂느냐 하는 문제에는 수행적인 목적이 동반됩니다. 저는 결코 산 순서대로 꽂아 둔다든지, 저자명을 알파벳순으로 분류해 꽂아 두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기묘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책을 사서 순서대로 꽂는 특이한 사람으로 여겨 달라‘는 욕망에 지배되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 P141
인간은 자신이 달성한 일에 관해 종종 ‘바람‘과 ‘사실‘을 혼동합니다. 똑같은 일이 책장에서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자주 경험하는 일인데요. 우리 집에 와서 제 책장을 본 사람들은 제가 거기에 있는 책을 전부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죠. 설마 그럴 리가요.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