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이팅과 같다. 설령 친한 친구가 아니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적은 없더라도, 뉴스를 보고 가십성 기사를 보며 그들이 어떻게 가해자와 함께 성폭력을 지속하는지 목격할 때마다 갑자기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탄식한다. ‘아, 나는 오늘 요행히 살아남았구나!‘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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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신체를 침범하면서도 가해자는 가르치는 투로 말한다. 마치 영혼을 죽이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처럼. 리궈화는 문학에 대한 소녀의 갈망을 이용해 문학을 변태적으로 사용했다. 그가 말하는 문학은 가학적이며 정신적인 폭력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것은 사회적인 병이다. - P351

강간은 사회적인 살인이다. 성에 관한 모든 폭력은 ‘사회적‘이다. 다시 말해, 성에 관한 모든 폭력은 가해자 혼자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가해자에게 협조함으로써 발생하고 지속된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에서 사회는 협조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 P354

 가해자의 가장 중요한 협조자는 바로 무형의 ‘사회‘이다. - P355

성과 성별에 관한 폭력은 한 번도 단독으로 행해진 적이 없다. 반드시 사회 전체가 가해자가 된다. 특히 성에 관한 폭력에는 본질적으로 권력이 개입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회를 장악한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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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한 순간부터 이 사회도 가해자임을 깨달았을 그녀는 사실대로 말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질 동정과 조롱의 말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임을 밝힌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책의 앞머리에 ‘실화를 바탕으로 쓰다‘라고 쓴 것은 독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길 바라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단락이 나왔을 때 그런 고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책장을 덮고 책을 내려놓으며 ‘아, 실제가 아니라 소설이라 다행이야‘라고 말하지 않길 바랍니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이 책을 내려놓지 말길 바랍니다. 작가인 나처럼 여러분도 쓰치를 동정하고 그녀에게 공감해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그녀 편에 서주길 바랍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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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두려운 게 뭐죠?"
"세상 그 어떤 팡쓰치든 소비되어버릴까 봐 두려워요. 그녀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소설로보여지는 건 원치 않아요. 매일 여덟 시간씩 글을 썼어요. 쓰는 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언제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죠. 다 쓰고 난 뒤에 보니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쓴, 이 가장 무서운 일이 정말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것뿐이에요." - P338

성교육에 소홀한 사회가 여자에게는 성적 순결을 강요한다. 여자가 순결을 잃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되고, 남녀 관계에서 여자가 피해를 입어도 모든 책임과 비난은 여자에게 돌아간다. 팡쓰치가 어떤 여학생이 선생님과 사귄다고 말했을 때도 그녀의 엄마는 천박한 아이라고 나무란다. 이런 교육에 길들여진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자기 보호가 아니라 죄책감이다. 심지어 그들은 상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한다. - P344

궈샤오치가 성폭행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대학 입시이다. 그녀는 인기 강사인 리궈화에게 특별과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속적인 성폭행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대 합격이 유일한 목적이 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은 우리 안에 갇힌 채 높은 점수만을 강요당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거짓 영웅을 만들어내고 그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한다. 그가 그 권력을 어떤 식으로 휘두르든 학생은 복종하고 사회는 묵인한다. - P345

 팡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이 사회와 리궈화를 감당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팡쓰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리궈화였다. 그녀는 자기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부모가 아닌 리궈화에게 함께 병원에 가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고아만큼 외로웠던 그녀는 가해자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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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이유가 있어. 남을 강간한 사람에게조차 심리학적, 사회학적인 이유가 있어.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이유도 필요하지 않은 건 오직 강간당하는 것뿐이야. 넌 선택할 수 있어.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동사들처럼 내려놓을 수도 있고, 뛰어넘을 수 있고, 벗어날 수도 있어. 하지만 넌 그걸 기억할 수도 있어. - P320

인내는 미덕이 아니야. 인내를 미덕으로 규정하는 건 위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이 비틀어진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이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미덕이야. - P321

"우린 앞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없어. 정직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없어." - P322

작은 이빨이 촘촘히 박힌 주둥이를 벌리고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커다란 생선이 무슨 말을 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눈동자에서 억울함이 배어났다. 비틀린 몸의 절반은 테이블 밑에서 나는 소리를 경청하는 듯 모로 누워 있었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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