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제야 진정한 말은 한 사람이 세상을 향해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주고받는, 마치 규칙이 느슨한 보드게임 같은 상호 호응임을 인식했다. - P113
타지를 떠돈 지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우리 집을 똑바로 살펴보았는데 노인의 얼굴과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본 적도 없는 친할아버지처럼 인자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줄곧 나를 너그러이 받아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구쟁이였던 내 소년 시절을, 고삐 풀린 망아지였던 내 청년 시절을, 그리고 나라는 인간의 모든 결함까지 다 너그러이 받아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이곳이 나의 뿌리임을 깨달았다. - P121
아마도 노쇠는 죽음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본질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지만 인종 간의 차이는 무화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갖가지 구분은 결국 우습고 궁색하기 마련이다. - P141
글쓰기는 뭐와 같은 줄 아니? 꼭 숫돌과도 같아서 그 바위의 모서리를 갈아 더 날카롭게 할수록 나는 피가 나고 정말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 - P153
중국어와 히브리어는 가장 심오하고 오래된 언어라고들 하지. 그렇다면 분명 가장 많은 고난을 기록해온 언어일 거야. - P154
네가 정말로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언어에도 바닥이 있고 거기에 역사의 기억이 침전되어 있음을 알게 될 거야. - P156
"이 물건의 기억은 내 기억보다 더 오래가겠지. 기억은 유일한, 최후의 대답이야."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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