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중문화상품으로서의 책은 최남선이 일본에서 인쇄기를 도입하여 책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신문관‘이라는 출판사를 차린 1908년 이후다. 신문관은 책을 대량으로 출판할 수 있는기술을 사용하여 육전소설이라 불리는 값싼 소설책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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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옛 전통적 미학에서부터 현대의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고급과 대중문화를 모두 아울러서 ‘쿨‘함을 찾아내겠다는 ‘쿨 재팬‘ 전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일본의 전통 미학은 현대적 ‘쿨‘함과 가장 많은 교집합을 갖는 ‘이키‘였다. - P171

21세기의 ‘이키‘는 세계의 보편적 미의식인 ‘Cool‘과 많은 교집합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본만의 순수함과 아이덴티티도 강조되는 확장된 의미의 ‘이키즘‘으로 어필되기 시작한다. - P173

일종의 메니페스토로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의 미‘에 대한 일본 문화청의 표현을 일본의 3대 미학으로 해석해보면, 자연에 감응하고 경외시해왔던 일본인의 마음은 ‘모노노아와레‘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불상과 찻잔, 노 등은 ‘와비사비‘의 개념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리고 우키요에와 기모노의 염색, 가부키 등은 다름 아닌 ‘이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174

‘도쿄스카이트리‘ 개장을 기점으로 각종 매스미디어에서는 ‘에도도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며 에도 시대가 재조명받기 시작한다. 에도 시대의 중심이었으나 근대화 이후 중심지에서 멀어졌던 시타마치는 새로운 "도쿄의 한가운데"의 상징과 함께 다시 도쿄의 중심으로 재생되기 시작한다.
도쿄가 주인공이 되는 다큐멘터리, TV 예능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인물이 아닌 도쿄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예컨대 우리에게도 익숙한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는 도쿄 시타마치의 맛집과 그 주변을 보여주는 도쿄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의 예라고 할 것이다. - P178

2020년 도쿄올림픽을 시야에 둔 ‘쿨 재팬‘ 프로젝트와 ‘일본박‘ 프로젝트는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던 ‘이키‘라는 에도 시대의 전통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적 트렌드에 맞춘 ‘모던 이키즘‘은 옛 에도의 시타마치를 중심으로 하는 에도도쿄로의 도시재생계획과 맞물려 매스미디어의 각광을 받게 된다. <도쿄 센티멘탈>은 "도쿄의 한가운데"가 도쿄타워에서 도쿄스카이트리로 바뀌며 에도의 문화, 에도의 미학인 ‘이키‘가 재조명되는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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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가 말하는 문화, 즉 유럽 귀족문화는 일본에서도 교육받아 배워야 할 교양이 되었고, 유럽 귀족문화에 대한 지식과 교양은 탈아입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 P147

TV가 영화를 대신하여 매스미디어의 왕좌에 오르게 된 것이다. 영화관으로 관객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대는 지나고,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혹하기 위한 작품이 필요했다. 섹슈얼리티와 바이올런스는 남녀노소에게 노출된 TV에서는 다루기 어렵기에 영화에 특성화된 영역이었다. 1965년 개봉된 482편의 작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5편이 ‘핑크영화‘로 불리는 섹슈얼리티에 호소하는 작품이었다. - P150

일본 영화가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폭력의 정당성을 위해 택한 것은 일본의 전통을 부정하고 서구화에 몰입했던 메이지유신과 더불어 시의성을 잃어버리고 옛 에도 시대의 정서로 고착되어 버렸던 ‘기리닌조‘, 즉 ‘의리‘와 ‘인정‘의 감정적 도덕률이었다. ‘이키즘‘ 역시 ‘기리닌조‘를 아름답게 보이게 할 미학적 장치로 같이 소환된다.
이렇게 해서 ‘이키‘하고 ‘이나세‘한 주인공이 ‘기리닌조‘의 도덕률을 어렵게 지켜내는 모습에서 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른바 야쿠자영화로 불리는 임협영화가 만들어졌다. - P151

야쿠자의 어원은 카드게임이었다. 세 장의 카드 숫자의 합이 9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산마이가루타‘게임에서 8, 9, 3의카드 조합은 0이 되어버리는 가장 안 좋은 패의 합이었다. 이 8,9,3의 숫자를 줄여서 부르는 발음이 야, 쿠, 자였다.
에도시대의 야쿠자는 곧바로 조직폭력단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고, 한곳에 머물지 않고 부유하며 규칙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앞서 설명했던 히케시와 도비, 방물장수인 데키야, 운송업자를 칭하는 히캬쿠, 도박꾼을 뜻하는 바쿠토 등이 야쿠자로 불리는 직업군이었다. - P152

요컨대 1960년대의 야쿠자영화는 신몬 다쓰고로로 상징되는 에도 시대로부터의 낭만적 임협과 옛 정서가 사라진 현대의 잔혹한 야쿠자와의 대결을 그렸던 것이다. 타카쿠라 겐으로 표상되는 ‘이키‘와 ‘이나세‘의 미학은 현재의 유행과 세련됨의 상징이 아닌 에도 시대로의 노스탤지어였다. - P156

도라 상의 옷차림은 1960년대에 ‘이키‘와 ‘이나세‘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럽고, 실패만 거듭하며 결코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으로는 그려지지 않는 도라 상에게 보내준 대중들의 실로 거대한 애정은 결국 인정이라는 단어로 함축되는 옛 에도 시대의 조닌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던 시타마치 정서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요약할 수 있다. - P159

옛 일본의 전통적 관습과 생활양식이 교화, 아니 강제적으로 교정된 도쿄에는 이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일의 미의식이 생겨난다. 올림픽 이후로 생성된 새로운 도쿄의 도시미학은 세련된 도시청춘남녀의 생활과 연애를 그리며, 등장인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에 어필하는 ‘트렌디드라마‘라는 TV드라마 장르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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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국어사전 중 하나인 <일본국어대사전>에 기재된
‘이키‘의 항목에는 남녀 구분 없이 사용되던 ‘이키‘가 가세이기(1804-1830)를 지나며 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단어로 일종의 섹시함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키‘가 ‘이키즘‘으로까지 확장되어가는 과정에서 ‘이키‘와 많은 공통적 특성을 지니지만 좀더 남성적 미의식이 강조된 ‘이나세‘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 P130

에코가 ‘이나세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것은 문신이었다. 어시장의 인부뿐만 아니라 일하는 데 옷이 방해가 되어 거의 벗은 몸으로 일을 하는 목수, 속임수가 없음을 보이기 위해 옷을 벗고 주사위를 굴리는 도박사, 옷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을 염려가 있어 맨몸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소방수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옷은 벗되 자신의 하얀 맨몸을 보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이에 문신을 하여 맨살을 가리는 것이 유행했다. 문신은 몸을 드러내며 남성적인 일을 하는 목수, 소방수 등에게 있어 그들의 직업을 알리는 일종의 스테이터스가 되었다. - P131

"화재와 싸움은 에도의 꽃"이라는 말처럼, 맹렬하게 불타는 불길 속으로 용감하게 앞다투어 뛰어들어 불타고 있는 지붕 위로 올라가 집을 부수고 불을 끄는 ‘히케시‘들은 확실히 화재라는 무대의 꽃이자 주인공이었다. - P132

물과 불을 모두 관장하는 나리타후도의 이미지는 부동명왕이 오른손에 칼을 들고 화염에 휩싸인 용이 그 주위를 돌고 있는 모습이거나, 바위 위에 서 있는 칼에 화염에 휩싸인 흑룡이 또아리를 틀고있는 모습 등으로 칼과 화염, 그리고 용이 주제가 되는 형상으로 구현되고 있다.
‘히케시‘들은 바로 이 나리타후도의 이미지를 문신으로 새겨 자신의 몸을 지키는 부적으로 삼았다. 우리가 흔히 용 문신이라 부르는 문신의 원조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 P133

이렇게 ‘히케시‘의 문신은 ‘이키하고 이나세한 남성의 상징이 되었다. 소설과 가부키에서도 문신을 한 협객이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를 물리치는 이상적 인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중략)
문신은 정의로운 협객의 시각적 이미지로 흔히 사용되었다. - P135

처음부터 이성에 대한 어필에서 시작된 ‘이키‘였기에, ‘이키‘인지 아닌지의 판단기준은 타인에게 있었다. 자신은 ‘이키‘한 사람,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보기에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 사람은 ‘이키‘가 아닌 촌스러운 ‘야보‘로 불리거나 ‘이키‘한 척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한카쓰‘로 불리고 만다.
상대방의 판단이 전제되어야 하는 지점에서 ‘이키‘는 도덕률을 포함하게 된다. ‘이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에돗코의 도덕률은 다름 아닌 ‘의리‘와 ‘인정‘이었다. - P136

조닌 계층으로 퍼져온 ‘의리‘는 인간이 본래 가지는 타인에 대한 배려, 남녀 간의 사랑(이 또한 한국과는 조금 다른 관념이다), 자비 등을 의미하는 ‘인정‘과 묶여 ‘의리와 인정‘이라는 하나의 세트가 되어, 정서적인 인간관계에 뿌리내린 감정적 도덕률이 되었고, 일본 문화의 중요한 정서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P13

‘히케시‘들은 평소에는 행정조직의 명령을 받거나 때로는 임의로정해진 구역의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치안유지와 문신이라는 단어의 조합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듯, 이들의 형태는 경찰보다는 야쿠자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우리가 온몸에 용 문신을 한 사람들을 쉽게 야쿠자, 조직폭력배로 연결시키는 것은 ‘히케시‘와 ‘히케시‘의 조직인 ‘구미‘가 야쿠자와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고, 근대 이후에 등장한 야쿠자도 ‘히케시‘의 대의명분, 즉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에 굴하지 않는다는 ‘이나세‘를 표방하며, ‘히케시‘와 같은용 문신을 추종하며 따라 했기 때문이다. - P139

다쓰고로는 에도 시대를 넘어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에게 굴하지 않는 ‘이키‘하고 ‘이나세‘한 에돗코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이로써 일본의 마지막 협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다쓰고로 이후로의 협객은 야쿠자와 동의어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에돗코의 미학은 에도시대에서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50여년이 흘러 1960년대에 들어서자, 일본에서는 다시금 ‘의리‘와 ‘인정‘, ‘이키‘와 ‘이나세‘의 미학을 내세운 영화 장르가 큰 인기를 얻는다. 이른바 임협영화, 즉 야쿠자영화의 전성기였다. - P141

피지배계급이자 다수를 점하고 있던 에돗코의 문화도 당연히 대중들의 문화였다. 언뜻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보이는 에코의 대중문화는 지배계급에 대한 반발과 내일의 삶을 담보할 수 없는 생활에 시달리던 도시 서민들의 권력과 질서에 대한 반항의 산물이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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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모노란 대개 화려한 옷을 망토처럼 두르고 가죽을 덧대어 입는다든가, 과장된 머리 스타일, 상궤를 벗어난 큰칼, 큰 담뱃대 등 사람의 눈에 띄는 외양을 하고 흉폭한 행동과 과장된 언동을 일삼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 이러한 가부키모노는 무사계급의 억압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에돗코들에게 있어 세상의 상식과 권력, 질서로부터의 반항, 반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이러한 상궤를 벗어난 일탈자, 가부키모노를 주인공으로 삼는 가부키는 에돗코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 P101

악한 권력을 응징하는 장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의 크기는 실제로 받았던 억압에 대한 불만에 비례한다. 권력자의 시각에서 보면, ‘시바라쿠‘는 피지배층의 반항과 불만의 데포르메였다. 불만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허용은 하나 결코 권장할 수는 없는 필요악, 가부키 극장이 아쿠바쇼, 즉 나쁜 곳으로 불렸던 또다른 이유였다. - P104

현대의 코스튬 플레이가 대상 캐릭터에 최대한 닮을 수 있도록노력한다면, 에도 시대의 코스튬 플레이는 타인에게 그 의미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암호처럼 글자나 그림을 꼬아서 표현하는 방식(한지모노라고 한다)을 채택해서 추상적인 문양으로 표현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미스터리 패턴은 일종의 은어와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어, 패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세련된 그룹, 즉 ‘이키‘의 그룹과 그렇지 않은 촌스러운 그룹, ‘야보‘의 그룹을 나누는 역할도 하게 된다. - P110

유곽에서 탄생하고, 극장에서 구체화되어간 ‘이키‘라는 스타일은 유행이라는 양탄자를 타고 담을 넘어 저잣거리로 퍼져간다. ‘이키‘의 의미는 확장되어 우리나라 말의 ‘멋‘과 비슷한 스펙트럼으로 사용되었다. ‘이키하다‘라는 말은 ‘멋있다‘라는 우리말처럼 사람의 행동과 패션뿐만 아니라, 유행가나 공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스타일을 일컫는 범용적 표현이 되었다. - P123

이제 ‘이키‘는 ‘이키즘ikism‘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만큼 문학, 미술, 음악, 건축, 패션, 음식 등의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미학적 스타일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중략)
이러한 ‘이키즘‘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요정이다. - P124

‘이키‘한 공간에서 ‘이키‘한 음식을 ‘이키‘한 게이샤들을 불러서 함께 먹는 것을 멋으로 생각한 에돗코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이키즘‘이라 부를 수 있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 P127

가부키 극장에서 요정의 도시락을 먹는 것, 이 역시 ‘이키‘한공간에서 ‘이키‘한 음식을 즐기는 에돗코 스타일의 ‘이키즘‘이었다. - P128

‘비타이‘와 ‘이쿠지‘, ‘아키라메‘라는 키가 분석한 ‘이키‘의 성분은 패션과 건축, 음식, 음악의 세련된 스타일로서의 ‘이키‘에서는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보기 어려워질 정도로 ‘이키‘의 의미는 확장되어갔다. 물론 이것 역시 ‘키‘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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