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을 입은 노인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적이 있다. 잔디 위를아주 느릿느릿 걸으며 햇볕을 쬐던 그 노인. 그 정도면, 그렇게만 걸을 수 있다면 나는 충분할 텐데! 부드러운 풀밭을 걷는 느낌을 떠올려보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걸어갈 수 있는 느낌을 떠올렸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차는 느낌은 또 어떠한가. 이런 것들을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이런 느낌은 결코 떠올려지지 않는다! - P59
스물한 살, 스물아홉 살, 서른여덟 살. 나는 이렇게 세 번 우의병원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내가 죽지 않은 건 모두 다 ‘우의‘ 때문이다. - P66
열네 살에 학교가 휴교되었고, 열일곱 살에 하방을 갔다 돌아와 가장 무시받는 일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농촌에서 못하는 것이 없었고, 안 하는 것도없었다. 그러면서 공부가 하고 싶어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해서 간신히 대학에 진학하고, 진학한 후에는 또 무시받았다. 어이없게도 우리는 ‘공농병 학생‘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 굴레를 벗어날 수없다. 이 세대 사람들은 몇 배의 노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야 했고, 실력과 능력으로 이런 학위를 받았다는 것을 믿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것이 우리 세대가 학위를 얻는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 P69
동화가 유감스러운 것은 너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잔혹한 세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동화는 그저 너무 나약할 뿐이다. - P71
그러던 어느 날 한 신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는 구체적인 이름도 있다. 바로 정신이다. 과학의 미망에 빠졌을 때, 삶이 혼돈에 빠졌을 때, 사람이 유일하게 도움을 청할 곳은 자신의 정신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모두 다 자신의 정신이 그려내고 이끄는 것이다. - P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