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고향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 누군가의 고향이란 특정한 땅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넓은 마음으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이 불러일으키면, 언제든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 P156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요구 때문에 강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감동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파란만장해야 하고... 결국 사람을 매혹시켜야 한다. 그 결과는 그냥 하나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사람들의 진짜 고통과 고난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엮여 즐거움이 되고, 한 시대의 절망과 바람이 다른 시대에 소탈한 문자로 바뀌는 일. 물론 정당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는어쩔 수 없는 거대한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자꾸 새어 나간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 P179

저 강가에 제일 먼저 걸어오는 남자, 혹은 이 강가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은 남자 모두 내 아버지가 아니다. 만약 강 저편에 서서 어머니가 탄 가마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남자가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물론 나는 나겠지만 또 다른 나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의 유래는 너무 우연한 것이 아닐까? 그 누구의 근원도 다 이렇게 우연한 것이 아닐까? 모두 다 우연이라면 또 우연이라고 말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필연적으로 나다. 모든 사람도 필연적으로 그 자신이다. 사람들 모두 다 마찬가지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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