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경제 살리기 열풍이 되살아나고 있다..

오늘자 각 신문에는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지역구)을 방문한 여러 국회의원들의 민심탐방 소식이 들어있다. 신문의 성향에 따라 민심을 전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들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경제를 살려내라'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여당의원이든 야당의원이든 국회에서 앉아서 탁상공론이나 하지 말고 모두 현장에 와서 분위기를 체감하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감한다. 지금 어딜 봐도 'imf보다 더 심하다'거나 '이래가지고 자영업자는 먹고 살겠냐'는 목소리 뿐이고, 한국인의 사망 원인 조사에서도 몇년 전에 비해 몇계단이나 뛴 자살의 순위를 보면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 중심주의에 딴지를 걸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이런 언급들, '지금 국가보안법이 뭐가 중요하며, 먹고 살기 바쁜데 친일청산이 무슨 말이냐'라는 언론이 전한 민심의 소리들.

경제 살리기 좋다. 그러나 경제와 국가보안법, 친일청산은 별개 문제다. 그렇게 말하는 시장 상인 당신에게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저 태생부터 잘못된 국가보안법으로 오늘도 고통스럽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그들은 결코 경제적으로도 잘살지 못한다) 있고,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이 안된 바람에 1천억대 땅을 손쉽게 꿀꺽 먹어버린 친일의 후손들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진데 정치권의 책임이 과연 몇 퍼센트란 것인가? 경제학은 모르고, 실물경제 돌아가는 것이 둔감해서 감히 말하기 겁나지만, 지금 정치권, 특히 아마추어리즘의 현재 여당을 탓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제대로된 데이타로 현재 실정을 비판하는지, 그것이 다분히 감정적인 판단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정권이 들어선지 이제 겨우 1년여... DJ 정권까지 포함해서라도 7년이 안되는 실정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이 정권이 만들어낸 상황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imf 직전, 위기상황을 경고하는 몇몇에 호된 경고를 하며 헛소문 만들지 말라고 사설에서 분명히 언급했던 언론들과 몇몇 교수들은 모두 면죄부를 가지고 있는가?

지나친 경제지상주의는 자칫 세상을 천박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학 좀 한다는 교수님들이 세상의 경제 아마추어들에게 한마디씩 훈계하는 것이 너무나 천박하게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이 천박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무엇이나 그렇듯이 학문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 아닌가. 그것을 다루는 사람 개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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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10-0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가 온 원인이나 카드사 문제는 아무래도 이전 정권의 문제겠지요..중요한 건 이번 여당이 그 문제들을 잘 처리해야 하는건데, 아마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때쯤 그 효과가 나타날테니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이러나 저러나 욕을 들어야 하니 말이에요...

꼬마요정 2004-10-0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먼저 드려야 하는데..^^;;

엔리꼬 2004-10-0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반갑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 제 서재에 찾아주시는게 어찌나 신기하고 고마운지... 앞으로도 자주 뵙겠습니다...

마태우스 2004-10-0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제가 했습니다....

로드무비 2004-10-0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천천히 보내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씨네 21 모음입니다.  1995년 창간 즈음부터 2000년 말까지 정기구독한 자료를 고스란히 드립니다.

작은 집으로 downgrade 이사를 가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자료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책장 3면을 차지하고 있었던 티끌모아 태산 자료들입니다.  앞에 쌓인 책만큼의 양이 뒷쪽 기저귀 박스에 가득차 있습니다. 권수로는 200여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전 알라딘 마을을 알게 되고 알라디너들의 서재를 기웃거리다가  '몇 달동안 그 책을 찾지 않는다면, 그 책은 이미 쓸모가 없는 것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씨네21.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모으긴 했지만, 그냥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만 있었지 그 자료를 다시 꺼내서 뒤적인다던가 제대로 활용한 적은 한번도,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무소유 정신에 입각하여 이를 간절히 필요로 하시는 분께 드린다면, 그래서 그 분이 조금이나마 희열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마침 오늘이 제 둘째 아이의 출생 100일인지라, 마음 곱게 먹고 100일 이벤트의 차원에서 아낌없이 드립니다.

책을 사랑하시고, 영화를 사랑하시는 알라디너 여러분! 이 책을 꼭 가지고 싶으신 분께 공짜로 드립니다. 아, 그리고 집안 서재의 공간이 허락하는 분이면 더욱 좋겠지요?

한국에서 제대로 영화 붐이 일어난 시점이 95년이고, 이 즈음해서 나온 주간지 씨네 21 자료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영화 역사의 산증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싸이트 검색 기능을 통해서 어느정도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전자책이 나와도 책의 향기를 잊을 수 없듯이 예전 잡지를 뒤적거리는 그 느낌과 감정은 그 편리하다는 인터넷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영애의 10년전 청순했던 모습과 전도연의 도발적 표지사진도 덤으로 얻을 수 있고, 힛트쳤던 상품 광고(95년 창간호의 현대자동차 마르샤 광고)나 지금은 훌쩍 커버린 많은 스타들의 초창기 사진과 인터뷰 기사들, 쟁쟁한 영화평론가, 학자, 예술가들의 촌철살인 평론과 칼럼도 다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참, 드리기 전 몇가지 양해말씀 구할 것은요..

위 사진에서 보시는 창간호와 두번째 권은 제가 소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두 배우 배두나와 이나영이 표지로 있는 몇권씩도 제가 갖고 싶어 보내드리는 자료에서 뺍니다.

그리고 정기구독은 했다지만 배달사고로 안온 것이나 이러저러하게 중간에서 사라진 책도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몇번 이사하다보니 출판 권호수별로 나뉘어져 있지도 않고 중간에서 많이 섞여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감안해 주시고요...

이 자료들을 어느 분께 드리면 저도 뿌듯할까요?

선착순 1분께 드리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것인데요.

본인이 이 씨네21을 받고 싶은 이유를 리플에 구구절절히 써주시면, 그분들 중 한 분을 제 맘대로 선정하여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아! 이 분이 받으시면 주는 내 맘도 흡족하겠다 싶을 정도로 써주시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분의 서재에 영화 관련 코너와 이야기가 많이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되겠습니다.

단, 9월 30일  자정까지 써주시는 분으로 제한하도록 하겠습니다.

치사하시다고요? 별로 달갑지도 않은 선물인데, 주는 사람 맘에 들도록 글까지 쓰라고 하니 귀찮아서라도 참여안하겠다고 하시면 어쩌지요? 그래도 제 딴에는 귀중한 자료를 큰 맘 먹고 드리니 저보다는 잘 활용할 수 있는 분께서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 안좋은 머리 굴린 것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아, 그나저나 큰 마음 먹었는데, 원하는 사람이 없으시다면, 대략 난감합니다.

혹시 오늘 중으로 아무도 원하시지 않으신다면 하루를 연장하고, 그래도 없으시다면 그 이후 원하시는 분께 드리고,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적당한 시일 이내에 다른 곳에 기증하렵니다.

마지막으로, 제 서재의 소재지를 알려주시고 이벤트에 흔쾌히 도움을 주신 마태우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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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30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3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렇게 정성스럽게 모았는데 다른 분 주려니 조금은 서운하겠어요??? 아무쪼록 좋은 분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로드무비 2004-09-3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 아이디가 로드무비걸랑요.
씨네21은 절반 정도는 사서 보았는데 돈이 없어 구독은 못했습니다.
보지 못한 씨네21 좀 챙겨 보고 싶고요.
가지고 있는 것 아마 절반 정도는 중복될 터이니 그건 또 필요하다는 분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를 주신다면요.
그리고 서림이라는 시인이 계신데 동명이인이신가요?
'로드무비'라는 영화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쳐놓고
자료 미비 관계로 아직 손 못 대고 있습니다.
씨네 21을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starrysky 2004-09-3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전 스타리라고 합니다. 꾸벅~ ^-^
우선 둘째 자제분의 백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너무너무 예쁘시겠어요. ^^
그리고 이렇게 멋진 이벤트 마련하셔서 소중하게 모은 자료들을 알라디너들께 나눠주신다니, 그것 또한 감사하고 축하드릴 일이네요. 부디 서림님과 '필'이 잘 통하는 좋은 분께 드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응모자는 아니어요. ^^ 영화와 인연이 멀어진 지 좀 되어서요..)
인사 드리고 이만 물러갑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로드무비 2004-09-3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제가 먼저 책 달라고 해서 씨네21 보고 싶은데 말씀도 못 꺼내는 분이 혹
계시다면 그럴 필요없어요. 로드무비 리스트 이런 건 사실 핑계이니까 얼마든지
주인께 달라고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아셨죠?(괜히 해보는 말 아니에요!^^)

엔리꼬 2004-10-0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 경쟁자 없이 당첨되었습니다. 서재를 훌쩍 둘러본 결과, 님께서는 씨네 21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되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안심이 되네요.

로드무비님 말처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서 욕심내시지 않은 분들이 여럿 되실까요? 그래도 로드무비님처럼 용감하게 찜하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뭐..
아참, 그리고 저는 시인 서림은 절대 아닙니다.

로드무비님! 책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나름대로 썰렁한 이벤트였지만 다행히 원하시는 분이 나와서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엔리꼬 2004-10-0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과 스타리님! 리플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재질 첫 리플들이라 왜 이리 마음이 떨리는지요... 저도 님들의 서재에 가서 자주 리플질 하겠습니다. 모른척만 하지 말아주세요.

로드무비 2004-10-0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 일찍 나서는 바람에 마음에 두고 있던 분들이 그냥 양보하신 것 같아요.
죄송스럽네요. 서림님께도 다른 분들께도......
귀한 책 주시겠다니 너무 고맙고요. 저도 나중에 또 다른 분들께 책으로 보은하겠습니다.
책을 전달받는 방법에 대해선 따로 얘기를 나눠야겠네요.
메일을 드리겠습니다. 즐겨찾기는 어제 진작 했고요.
알래스카는 주인장 모르게 추천도 꾹 눌렀답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마태우스 2004-10-0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아마도 리플이 공개로 되어 있어서 다른 분들이 찜을 못하신 것 같습니다. 서재 주인보기로 응모하라고 했으면 훨씬 더 많이 응모했을 거예요. 알라딘 분들은요, 워낙 양보심이 많답니다.

엔리꼬 2004-10-0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보라 서재 주인보기로 응모하는게 뭔지 잘 몰라서요.. 아무튼 로드무비님께서 받으실 운명이었던게죠... 축하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발송합니다.

비로그인 2004-10-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일 하십니다 ^^
 



독일(獨逸)→도이칠랜드        
서서(瑞西)→스위스            
인도(印度)→인디아            
향항(香港)→홍콩                
성항(星港)→싱가포르            
호주(濠洲)→오스트레일리아    
오지리(墺地利)→오스트리아          
파란(波蘭)→폴란드              
나마(羅馬)→로마                
태국(泰國)→타일랜드            
뉴육(紐育)→뉴욕                
백림(伯林)→베를린              
낙위(諾威)→노르웨이            
분란(芬蘭)→핀란드            
나성(羅城)→로스앤젤레스        
서전(瑞典)→스웨덴            
성림(聖林)→헐리우드            
지나(支那)→차이나              
수부(壽府)→제네바              
희랍(希臘)→그리스              
애란(愛蘭)→아일랜드            
상항(桑港)→샌프란시스코        
윤돈(倫敦)→런던                
정말(丁抹)→덴마크              
나전(羅典)→라틴                
신서란(新西蘭)→뉴질랜드            
애급(埃及)→ 이집트    
화성돈(華盛頓)→ 워싱턴
월남(越南)→베트남
마이새(馬耳塞)→마르세유
서반아(西班牙)→스페인
영국(英國)→잉글랜드
구라파(歐羅巴)→유럽
소격란(蘇格蘭)→스코틀드
파사(波斯)→페르샤
몽고(蒙古)→몽골
백의의(白耳義)→벨기에
토이기(土耳其)→터어키
해아(海牙)→헤이그
포도아(葡萄牙)→포루투갈
화란(和蘭) →네델란드
노서아(露西亞)→러시아
백랄서이(伯剌西爾)→브라질
미국(美國)→아메리카
법국(法國)→프랑스
이태리(伊太利)→이탈리아
나마니아(羅馬尼亞)→루마니아
해삼위(海蔘威)→블라디톡
아이연정(亞爾然丁)→아르헨나
파리(巴里)→ 파리
아불리가(阿弗利加)→아프리카
아세아(亞細亞)→아시아

 

아지기도 샌프란시스코를 상항이라 부르는 곳이 있더군요.. 상항 한인학교.. 이런 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팁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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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3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새벽별님 서재에서 보고 왔어요. 저도 퍼가겠습니다.

엔리꼬 2004-09-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음껏 퍼가세요.. 저도 퍼온것이라.. 정확한 출처도 몰라요..
 

동심의 힘


한때 <쟁반노래방>을 즐겨보았었다. 한 소절 한 소절 우리 동요를 따라 부르다 보면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우리말의 정겨움과 순진함이 가슴속으로 배어들어와서 아무도 옆에 없어도 혼자 즐거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는 <과꽃>을 따라 부르다가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아니 실제로 난 잠겨 있던 슬픔을 몰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다 아는 1절에서가 아니었다.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어언 삼년 소식이 없는/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1절만 열심히 따라 부르던 어린 시절,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도 왜 과꽃을 좋아하는 누나를 그토록 애절하게 부르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꽃밭 가득히 피어 있던 과꽃은 실은 시집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누나는 아마 기저귀를 갈아주고 얼러준 사람이었을 것이며 과꽃이 핀 계절에는 아예 동생을 업고 들어가 꽃밭에서 나오지 않고 즐겼을 것이다. 그렇게 온몸으로 누나와 과꽃은 하나가 되어 기억의 덩어리로 뭉쳐 있는데 지금 그 누나가 시집을 가고 소식이 없다. 올 가을도 꽃밭에 과꽃은 어김없이 피었건만 누나는 여기 없었다. 그리워하는 대상은 부재하지만 그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꽃을 노래하는 그 애절함이란! 순간 난 말을 잊었다.

1절이 아니라 2절에서 다시 화들짝 놀랐던 동요는 바로 <달맞이>였다. “비단물결 넘실넘실 어깨 춤추고/ 고개 숙인 수양버들 거문고타면/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냇가가 그림처럼 내게 다가왔다. 달빛에 어른거리며 반짝거리는 물결과 그 옆으로 달밤의 바람결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이 소금쟁이와 함께 어우러져 춤추고 맴돌고 연주하는 그 정경이 내 주위를 감싸면서 나도 어서 저 달밤의 냇가로 달려나가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과꽃이 가득 핀 꽃밭, 비단물결과 거문고 타는 수양버들과 맴도는 소금쟁이를 내게 알려준 것은 단지 가사의 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속에 묵혀져 있던 어린 시절의 리듬과 멜로디의 힘이기도 했다.

<우리 동요 80년>을 보면서 난 그 힘이 무엇보다도 어른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우유쏭’과 ‘당근쏭’에 익숙해 있으며 더이상 <반달>이나 <꽃밭에서>를 부르지 않는다. 뛰어노는 놀이터를 잃어버린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키우고 있는 어른들이 진정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동요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간절한 그리움도 그에 동반되는 순수한 동심도 아득히 멀다.

그러나 티베트고원을 고향으로 가진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아이들의 얼굴에는 순수한 그리움이 있었다. 돌아갈 고향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들의 눈동자에서 순진하고 티없는 진심을 보았다. 티베트의 어린 망명자, 다와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콧물을 쓰윽 닦으면서 신발을 벗고 앞뒤로 구멍난 양말을 신은 발을 들어올리면서 짓던 미소를 난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박형준 시인은 “고물이 된 금성 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 우리의 상심한 가슴이 덥혀지듯이,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여진 오래된 가구야말로 추억의 힘이며 전통의 힘”(<가구의 힘> 중에서)이라고 하면서 ‘가구의 힘’을 규정했다. 난 그 추억의 힘과 전통의 힘을 ‘동심의 힘’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가슴에 묻혀 있던 추억이 빛바랜 사진들처럼 구멍난 양말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콧물로 상기되듯이 동심의 힘은, 지난 세월을 닦아 지금의 황폐함을 덮어주는 것, 진정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추억하게 해주는 것이다. 손때가 묻어 생채기가 나고 얼룩이 져 있어도 새롭고 화려한 가구에서는 결코 위로받을 수 없는 데면데면함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흐뭇한 웃음과 뿌듯함이 밀려오게 하는 것, 바로 그런 것이다.

해마다 5월이면 가정의 달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이들을 위하고 어버이들을 위하고 스승들을 위한 쇼핑이 상점가를 휩쓴다. 게임기에, 화려한 옷가지에, 온갖 상품들이 우리의 주머니를 유혹하고 평소에 등한시하던 ‘가정’에 잠시 봉사할 구실을 마련해준다. 음반가게 옆을 지나다 나는 어느 해쯤이면 아름다운 우리 동요가 훌륭하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이 되나 하고 기대해본다. 진정한 동심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지난한 문제를 끙끙대기 전에 80년의 전통을 가진 우리 동요를 먼저 살려주는 것이 도리이지 않겠나 싶어서이다.

素霞(소하)/ 고전연구가
씨네21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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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섬집아기'라는 노래를 아이에게 들려주길 좋아한다.
아주 귀에 익은 곡이지만, 내용은 듣는 이에 따라 슬프기도 하다.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한없이 아름다운 노래인데,
이 동요에는 삶이 담겨 있다. 고단한 삶과 엄마의 한없는 사랑.

우리 옛적 동요에는 이렇게 우리 어버이들의 삶이 묻어 있다.
귀가 닳도록 들었던 동요를 지금에 와서야 그 참맛을 안다.

오늘도 아이에게 이 노래를 들려준다.



섬집 아기

한인현 작사 / 이흥렬 작곡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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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멋진 나무결과 깔끔한 디자인에 반해버렸다.

작고 앙증맞기까지한 저 기계(기계라고 부르기도 어울리지 않는다)에서 어떤 아기자기한 소리가 나올 것인지 설레기까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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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라디오에 홀딱 반하신 님을 뵈니...윤광준의 책 소리의 황홀이 생각납니다...